캘리포니아 주 당국이 4년째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자 공공기관의 물 사용량을 제한하고 가정에는 잔디를 없애도록 하는 등 전례 없는 강제 절수 규정을 도입하면서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수자원관리위원회는 5일 주 정부 산하 기초자치단체와 공공시설의 물 사용량을 의무적으로 제한하고 각 가정에서는 잔디를 없애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절수 규정을 승인했다.

수자원관리위원회 측은 또 다음달까지 물 공급량을 확실히 감소시키고,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기관 및 업체에 대해서는 징계 등 불이익을 줄 예정이다. 규정을 어길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최고 1만 달러의 벌금을 제안한 상태다.

이번 규정은 주 법제처 승인을 거쳐 오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집 앞이나 뒤에 정원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스프링쿨러를 설치해 자동으로 주기적으로 물을 뿌려주는데 이 때 적지 않은 물이 사용된다. 하지만 미국은 이 정도로 조경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례적이고 강도 높은 규제 조치다.

캘리포니아주가 이 같은 강도 높은 강제 절수 규정을 도입한 것은 극심한 가뭄이 4년째 계속되고 있는데다 주 차원에서 마련한 절수 계획이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가 공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주 전체의 물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로 4% 가량 감소하는 데 그쳐 최대 25%까지 줄이겠다는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름 이후에도 약 9% 정도 감소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4년간 이어진 극심한 가뭄 속에서, 자발적인 물 절약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도업체들에 대해서도 2013년까지 물 공급량을 25% 감소하라는 지침이 내려졌었지만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주는 가뭄으로 인해 물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농촌 지역에서는 수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농지를 어쩔 수 없이 놀리고 있고, 지하수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비용도 세 배나 뛰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수층(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의 깊이가 최저 수준으로 얕아지기까지 했다.
가뭄으로 인해 주 내의 국유림도 1,200만여 그루나 말라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산림청이 지난달 초 캘리포니아 남부와 시에라네바다 남부에 있는 에 있는 클리블랜드·샌버나디노·앤젤스·로스파드리스 국유림과 캘리포니아 중부 피너클 국유림 등을 대상으로 항공측정을 벌인 결과, 국유림 나무 수백만 그루가 가뭄에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펠리시아 마르커스 수자원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블룸버그에 "이번 절수 규정이 쉬운 것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올 가을 더 고통스러운 절수 대책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지금 대비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