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가 '아람어(예수께서 사용하시던 고대 언어)를 사용하는 기독교인'들을 중동에서 말살하려 한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IS의 공격 이후 시리아의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에 속한 수천 명의 아시리아인들이 피난길에 올랐다. IS 대원들은 300여 명의 아시리아인들을 납치한 후 몸값으로 약 330억 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피난길에 오른 이들은 지난 10년간 지속되어 온 대량 난민의 형태를 답습하고 있다. 아시리아인들을 비롯한 소수종교인들은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박해 때문에 이라크와 시리아를 떠나고 있다.
중동 지역 역사학자이자 아시리아 문화에 정통한 에덴 네이비(Eden Naby) 박사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 아시리아인들은 아람어를 사용하는 마지막 공동체 중 하나로서, 만약 그들이 중동에서 사라질 경우 아람어는 보존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비 박사는 "아시리아인들은 전 세계에서 마지막까지 아람어를 사용하는 이들로 남아 있다. 이들의 소멸과 이동은 아람어 사용의 장이 닫히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아시리아인들의 종교적 뿌리는 6,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중 일부는 기독교 초기부터 신앙을 가져왔다. 대부분의 아시리아인들은 동방정교회에 소속돼 있다.
아시리아인들은 레바논과 터키 전역에 흩어져 있다. 그러나 지난 1980년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들의 수는 140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레바논에 소재한 시리아연맹(Syriac League)의 하비브 아프람 회장은 "우리는 '잔혹 행위'(atrocity) 이후 또 다른 '잔혹 행위'에 직면하고 있다. IS는 여러분들의 땅을 빼앗아 갈 뿐 아니라, 여러분들을 마을에서 쫓아내길 원하고, 여러분들의 과거와 유산을 모두 제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IS 대원들이 이라크의 니나와에 위치한 교회들의 십자가·조각상·상징물 등을 파괴한 뒤, 자신들의 깃발을 꽂아 놓은 사진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의 스티븐 스탈린스키 소장 역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뭐라고 부르든지 개의치 않는다. 단지 그들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교회와 소수종교인들을 제거할 따름이다. 이것이 IS이며, 다른 것들을 위한 여지는 없다. 이 지역 내에 어떠한 기독교적 자취도 남기지 않고 제거하려는 체계적인 운동이 한동안 지속돼 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