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철 교수, 침례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이석철 교수
침례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미국 땅에서 음력설을 맞이하는 2월의 뒷자락이다. “해피 뉴 이어!”를 외치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를 나누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 지나간다.

행복은 인간의 공통된 관심사이자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하나님의 관심사도 인간의 행복한 삶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복을 주셨다. 창조와 축복의 에덴동산을 나는 ‘삼복가든’이라 부른다. 행복한 삶의 조건인 세 가지 복을 주신 곳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주신 첫 번째 복은 물질의 복이다. 흙에서 취함을 받은 인간은 의식주 문제가 해결돼야 행복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고 하셨다. 인간의 육체적 필요를 채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물질의 복을 주신 것이다.

하나님의 두 번째 복은 사람의 복이다. 모든 창조물이 하나님 보시기에 매우 좋았지만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은 좋지 않았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은 다른 인격체와의 친밀한 관계를 가지려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인간은 물질적 욕구가 채워진다고 행복하게 되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채워줄 수 있는 욕구가 있는 것이다. 아담은 하나님만으로 충분할 수 없었고 이브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를 위하여 하나님은 돕는 짝을 주셨다. 사람의 복을 주신 것이다.

삼복가든의 세 번째 복은 영혼의 복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생기가 불어 넣어진 영적 존재이다. 그래서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평안해도 영혼의 평화가 없으면 궁극적으로 행복할 수 없다.

인간이 범죄하기 전에는 영혼의 평화가 있었다. 그러나 선악과를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는 경고대로 인간의 범죄는 영혼의 죽음을 불러왔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영혼의 평화를 잃은 것이다.

그런데 벌거벗고 수치심과 죄책감에 떨고 있던 아담과 이브를 하나님께서는 먼저 불러 찾으시고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는 은혜를 베푸셨다. 인간을 용서하시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시려는 하나님의 주도적인 사랑이다. 가죽옷을 입히시기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셨던 하나님의 은혜는 십자가 사건에서 절정에 달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속죄의 마지막 동물, 하나님의 어린양이 되어 우리 대신 죽으신 것이다. 죽었던 우리 영이 소생하고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안식과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최상의 복, 영혼의 복을 주신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선택이 남아 있다. 하나님의 복을 우리의 행복으로 만들기 위한 선택 말이다.

복과 행복은 다르다. 복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상황이고 행복은 우리의 반응이다. 그래서 행복은 선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새해 인사는 “복 많이 받으라”는 것이지만 미국인들은 “해피 뉴 이어”, 행복한 새해가 되기 바란다는 것이다.

복을 많이 받아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복을 많이 받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복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선택은 누리고, 관리하고, 나누는 것이다. 우리는 복을 제대로 누릴 줄 알아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복을 누리는 것이 행복이지 복을 많이 받는 것이 행복은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하나님의 진정한 소원은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좋은 복을 선물로 주셨는데 그것을 온전히 누리고 즐기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아닐 것이다. 물질과 건강,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을 즐기자. 하나님을 즐기자. 그 분이 주시는 구원의 축복과 심령의 평안함을 누리자. 의무감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하는 신앙생활은 그만 하자.

우리는 또한 하나님의 복을 잘 관리해야 한다. 이는 절제와 균형을 말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좋지 않기 때문에 절제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도 과식하면 좋지 않고 과소비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에게 너무 몰입하고 절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 대상이 가족이든, 친구나 연인이든, 또는 지도자이든 말이다. 영적인 것에 대해서도 자칫 잘못하여 종교중독 같은 것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질의 복, 사람의 복, 영혼의 복 중 어느 하나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것도 필요하다. 물질의 복에 몰두하느라고 사람이나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홀히 한다면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없다. 그 반대로 영적인 삶을 지나치게 추구하느라고 물질과 건강, 그리고 인간관계를 등한히 하는 것도 문제이다. 아담이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하느라고 이브와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면 하나님은 기뻐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복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또 하나의 선택은 받은 복을 나누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큰 행복이다. 나 혼자만 복을 누리지 않고 남을 위한 축복의 통로가 될 때 신선하고 생명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물질의 복을 나누자. 혼자 5인분을 먹는 것보다 다섯 명을 먹이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다. 사람의 복을 나누자. 사람을 내 울 안에 가두려 하지 말고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격려하자. 영적인 복을 받았다면 다른 사람의 영적 성장과 치유를 위해 도와주자. 영적으로 복 받았다고 오히려 자만과 교만에 빠져 남들을 정죄하고 판단하지 않도록 하자.

먼 옛날 에덴동산에서 복을 주셨던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복을 주신다. 오늘의 모든 삶의 자리가 하나님의 삼복가든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의 복을 받아 누리고 잘 관리하면서, 축복의 통로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 음력설에 그런 소원을 빌어본다. 올해의 남아 있는 시간과 평생 동안 우리가 있는 곳이 행복이 넘치는 삼복가든이 되기를 소원한다. 해피 뉴 이어! 해피 뉴 라이프!

-이석철 교수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올리언스침례신학교(M.R.E., M.C.M.)와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교(Ph.D.)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한국 침례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 및 역서로는 「교육으로 목회를 보다」, 「기독교 성인사역론」, 「찬양 중에 거하시는 하나님」, 「성서 그리고 현대 가정」, 「탁월한 지도력」, 「예수의 기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