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직신학회(회장 허호익) 제56차 신진학자 학술발표회 및 신년하례회가 12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신년 감사예배에 이은 신진학자 연구논문 발표 순서로 진행됐다. 예배는 김재진 교수(부회장)의 사회, 유석성 총장(서울신대)의 설교로 드렸다. 이후 발표회에선 총 6명의 신진학자들이 논문을 발표했고, 선배 신학자들이 '나의 신학의 길'을 주제로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다.
'평화를 만드는 사람'(마 5:9)을 제목으로 설교한 유석성 총장은 "기독교에 있어 평화는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의 복음은 평화의 복음"이라며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평화의 왕으로 오셨고, 또한 우리에게 평화를 만드는 자들이 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의 평화는 정의로운 평화이고, 주어진 상태가 아니라 실현하는 과정이자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복음화와 선교의 문제요 민족의 과제이고 하나님의 명령이다. 한반도의 평화 없이 세계의 평화는 없다. 이 시대적 과제 앞에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허호익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보다 많은 회원들이 애정을 가지고 학회에 참여하고 한국교회의 현안이 되는 신학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한국교회를 섬김으로써 신학적 공헌도를 높이는 학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회에선 신진학자들의 다양한 논문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 가운데 유근재 박사(믿음의승리교회 협동목사)의 '오순절주의 신학과 은사주의 신학의 비교연구: 성령론을 중심으로'와 신광은 박사(대전 침신대 Ph.D.)의 '메가처치(Megachurch) 현상에 대한 교회론적 고찰'이 특히 흥미로웠다.
"오순절·은사주의, 신학적 성찰과 자기반성으로 성숙해야"
먼저 유근재 박사는 "사실 오순절주의 신학과 은사주의 신학을 구분하기는 매우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서로 동일시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며 "왜냐하면 오순절 교단들조차 나름의 신학을 발전시키며 성장했고, 은사주의자들은 침례교나 장로교, 감리교 등과 같은 교단의 소속감이나 신학적 정체성을 버릴 마음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 교단들의 전통을 존중하며 오순절주의를 발전시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오순절주의자들과 은사주의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성령체험, 곧 세례의 일차적인 증거가 오직 방언 뿐이라는 주장을 인정하느냐의 여부로 명확하게 구분될 것"이라며 "전통적인 오순절 학자들은 방언이 성령세례의 필수불가결한 일차 증거라고 못 박는다. 반면 은사주의 신학자들은 방언 대신 신유나 예언, 혹은 영분별의 은사들이 성령세례의 증거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순절·은사주의가 유의해야 할 점도 언급했다. 유 박사는 "성령세례 현상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기독교 체험의 극단적이고 기능적인 측면만을 편중되게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그래서 때로 영적 성숙이나 성화는 외면하거나 희생시키면서 성령의 내적 은혜를 개발하고 깊은 신학적 성찰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끊임없는 영적 성숙과 성화가 없는, 또한 자기성찰이 없는 부흥운동은 교회사를 살펴봤을 때 사라지기 마련"이라며 "그래서 영적 성숙은 성령의 은사들과 열매들이 반드시 잘 융합돼야 하는 것이다. 오순절·은사운동이 한국 땅에서도 깊은 신학적 성찰과 자기반성을 토대로 성장을 넘는 성숙과 새로워짐을 경험했으면 한다"고 했다.
"메가처치 현상, 포괄적인 종교사회적 역동 현상"
다음으로 '메가처치'를 다룬 신광은 박사는 "메가처치 현상이란 그것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포괄적인 종교사회적 역동 현상"이라며 "그 중심에는 소수의 메가처치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들은 막대한 교인 점유율 뿐만 아니라 강력한 상징력으로써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메가처치의 이러한 상징력은 시장 상황 속에서 브랜드 가치로 치환되고, 이것이 신자들의 수평이동 종착지가 되도록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메가처치 현상은 교회들을 강력한 목적지향적 교회가 되도록 만드는데, 그 때문에 거의 모든 교회가 '메가처치화'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교회들 간에 경쟁이 생겨나게 된다. 이러한 경쟁은 교회들로 하여금 경쟁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키게 함으로써, 동질화·양극화시킨다. 더불어 극소수 메가처치 목사들의 교계 안팎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이 극대화된다"고 했다.
신 박사는 "메가처치 현상 속에서 교회는 개교회들로 나뉘어 있다. 공교회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개신교 교회론은 교회의 통일성과 공교회성 같은 표지를 천상의 보이지 않는 교회에 투사함으로써, 지상의 교회가 져야 할 부담에서 빼버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가처치들의 문제들이 하나둘씩 터져 나오면서 그러한 방향성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세계선교 이데올로기라는 정당화 장치로 인해 메가처치화라는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 큰 문제는 만일 그 방향이 문제라면 대안적 방향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신 박사는 "메가처치화의 방향성을 탄핵할 수 있는 신학적 양심선언이 필요할 것"이라며 "오늘날 지각 있고 양심 있는 목회자와 신학자, 신학생, 평신도들이 교회의 크기와 하나님의 영광을 혼동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향해 '반(反)메가처치 신학선언'을 준비해 발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 밖에도 이관표·이상철·김찬홍·오성욱 박사가 각각 "부정성을 통한 신-인 관계의 재구성" "타자의 신학(Theology of the Other): 레비나스 신 담론(God-Talk)에 대한 기독교 신학적 시선, 그리고 성찰" "Robert C. Neville의 존재론적 신 이해와 다석 유영모의 '없이 계신 하나님'으로서의 신 이해 비교" "교회와 이류사회에 대한 칼 바르트의 해석: 존재론적 계층구조로 읽기"를 제목으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