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송 총장
(Photo : 기독일보) 제이슨 송 교장

필자의 아버지는 14년 전 11월19일에 소천하셨다. 췌장암이란 병명 판단이 나온 후 약 45일만에 돌아가셨는데, 그 때 연세가 68세이셨기에 요즘으로 치면 너무 "빨리" 가신 편이다.

 

정기적으로 자식들이 손자 손녀를 데리고 찾아뵐 때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그 당시 필자의 아내는 둘째를 임신중이었고, 큰 녀석이 한 살이었기에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받았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어필자도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기에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자라가고 있었는데, 그걸 표현할 시간과 기회도주지 않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아쉽기만 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참 많이 울었다. 처음엔 눈물이 쉬지 않고 쏟아졌다. 그러나, 한 주 두 주, 한 달두 달, 일년 이년 시간이 흐르며 눈물이 메마르기 시작했고, 마음도 덤덤해졌다. 하지만, 가끔씩 어떤 장소, 어떤 사람, 어떤 기억, 어떤 분위기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마음을 사로잡으면 때론 왈칵하고 깜짝 놀랄 정도로 눈물을 흘린다. 까마득히 잊고 사는 것 같은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마음 속 깊은 어느한 곳에 뿌리를 두고 있나 보다.지난 주일 그런 일이 있었다.

밸리에서 12년 간 살다가 다시 한인타운 인근으로 이사온 후, 오랫동안신앙생활을 해 온 교회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이젠 모르는 사람이훨씬 더 많지만, 가끔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풋풋한 정을 느낀다. 지난 주 예배 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바로 앞 테이블에 아버지 친구분들이 앉아 식사를 하고 계셨다. "살아계셨다면 아버지도 저분들과 비슷하실텐데"란 생각이 마음을 스치고 갔다. 몇몇 분께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식사를 마친 후일어나려는데 한 분이 다가와 봉투를 건네주셨다. 아이들에게 맛있는것 사 주라시면서 용돈을 주신 것이었다.

그런데 나를 울린 것은 그 봉투에써 놓은 "아버지 친구들"이란 표현이었다. "아버지의 친구분들은 먼저가신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나에게 용돈을 주셨구나. 만약 살아계셨다면 아버지가 이런 용돈을 주셨겠지"라고 생각하니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아버지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다. 아이들과 아내 앞에서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아버지! 그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이요, 고귀한 이름인가? 철 없었을땐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내가 아버지가 되어 보니 정말 귀하고 감사해서, 고개를 숙여 정중히 부르고 싶은 이름이다.

매년 NCA학교에선 추수감사절방학을 맞으며 축제를 갖는다. 우선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또 할아버지할머니, 그리고 학부모, 교사, 학생,우리 주위 모든 이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그런 이벤트다. 올해에도 학생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여러분을 초청했다.

그 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는것 아닌가? 감사하자. 감사를 표현하자. 말로만 하지 말고 마음과 정성으로 하자. 그런 모습을 이번 추수감사절을 통해 아이들에게 보여줌으로 믿음의 유산 또는 전통으로남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