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일본 헌법 제9조에 대해 논의하는 '제4회 9조세계종교자회의'가, '헌법 9조와 세계의 평화 내셔널리즘을 어떻게 넘을까'를 주제로 3일부터 5일까지 재일본한국YMCA에서 개최됐다. 행사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울라프 F. 트베이트 총무도 참석했다.
일본기독교협의회(NCC) 코바시 코우이치 의장은 개회 인사에서 "확실한 회의를 통해 평화의 다짐을 새롭게 하고 싶다"고 인사한 뒤, "아베 수상은 헌법을 바꾼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는 마음을 정해 이런 죄의 길을 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하나님, 부디 저희에게 능력을 주셔서 일본과 세계의 평화를 지키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동경대학 타카하시 테츠야 교수가 '우경화하는 일본의 역사 인식과 헌법 인식'을 주제로 기조강연했다. 타카하시 교수는 "헌법 9조가 가진 의미는 분명 보편적임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 정치가 이에 크게 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과 지난 10월에 제출된 일미방위협력 지침의 중간보고를 통해 "헌법 9조의 의미가 공동화(空洞化)되고 있다"며 "헌법 9조가 지시하는 '군대 없는 세계'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칸트의 말을 빌어 "군대는 인간성 존엄에 반하고 있으며 방패라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어, 결국은 폐지되어 가야 할 것"이라며 "일본 시민사회 속에서도 역사 인식의 동요가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헌법 9조와 그를 지지하는 역사 인식이 위기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헌법 9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생명을 존중하는 모든 종교인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WCC 트베이트 총무는 '일본국헌법의 제9조 -동북아시아와 그 범위를 초월한 평화를 위한 지주(支柱)'를 제목으로 발제했다. 그는 "우리의 확신은 제9조가 재해석이 아닌 재긍정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여러분의 생활 한편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국제관계 중심으로 재차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9조는 일본의 유산 그 이상이다. 전쟁에 의해 상처를 입은 모든 나라들에게 교훈이고, 대립에 만족하고 있는 모든 정부에 있어 교정책(矯正策)"이라며 "제9조는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한국, 북한, 그리고 러시아에 있어서 건전한 과제다. 더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해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기에 대해서는 "생명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형태로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계에 대한 죄 남용이다. 우리의 의무는 생명이라는, 하나님의 다양한 은사와 조화를 이룬 공동체와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를 대량파괴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정당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거부되어야 한다"고 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카나가와현 재일미해군요코스카기지와 아츠키항공기지, 야스쿠니신사를 견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