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훈 원장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양승훈 원장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12일 서울 대치동에 위차한 서울교회에서 진행된 창조론 오픈 포럼에서 양승훈 원장(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은 '켈트영성과 창조신앙'을 주제로 발제하며 "켈트 전통에 그동안 서방교회가 간과했던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켈트영성을 소개했다.

그는 뉴웰(John Philp Newwell, 1953-)의 저서 '켈트영성이야기'를 중심으로 켈트영성을 소개하며 이 책에서 구분한 지중해 영성, 동방(동방정교회) 영성, 켈트영성에 대해 소개했다.

지중해 영성에 대해 그는 "이 영성은 로마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서구 유럽과 미국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며 "이 영성은 인간의 전적 타락을 강조하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구속을 강조하는 구속 교리 중심의 영성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간의 타락만 강조하는 구속 영성에서 볼 때 모든 세상은 악하고 모든 인간들은 하나님의 전적인 자비가 없다면 구원받을 수 없다"며 "그러다보니 창조세계의 선함과 아름다움, 인간에게 있는 하나님 형상의 선하심과 아름다움과 신성과 거룩함을 보지 못하고 누리지 못한다"고 했다.

또 "이러한 요소들이 지나치게 강조됨으로써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은총은 점점 희미해지고 죄와 인간의 타락성만 점점 더 크게 부각되었다"며 "이로 인해 그리스도로 인한 사죄의 기쁨, 자유, 누림, 해방, 평강은 사라지고 죄의 무게에 짓눌린 칙칙한 회색의 영성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켈트영성을 언급하며 먼저는 "원래 켈트족들은 유럽 중심부에 있었는데 로마와 게르만에 밀려서 스페인과 프랑스 북부, 영국과 아일랜드로 흩어졌다"며 "후에 이들은 앵글로 색슨 족이 영국 땅으로 건너오면서 웨일즈와 북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로 밀려났다"고 소개했다.

이어 "켈트영성에서는 창조에 대한 선함과 아름다움을 강조한다"며 "이 전통은 예정론을 반대하고 자유의지를 강조했던 펠라기우스(Pelagius, 390-418)로부터 시작하여 5세기 수사(monk)이자 이집트 수도원 전통을 유럽에 도입했던 존 카시안(St. John Cassian, 360-435)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본격적인 수도원 공동체를 시작했던 6세기 성 베네딕트(St. Benedict of Nursia)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펠라기우스에 대해 그는 "현대 복음주의 전통에서 본다면 그는 충분히 자유주의 내지 이단성 시비에 휘말릴 만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며 "또 다른 한편으로 그가 서방교회의 구속 영성에서 간과한 부분을 제시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초기 켈트 선교의 선구자는 성 패트릭(St.Patrick)을 소개하며 432년 아일랜드 켈트족에게 그리스도를 전했다고 했다. 이어 "성 패트릭 역시 창조된 모든 것들 안에는 하나님의 선함과 은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켈트 전통에서는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사이에 심오하고도 생명력 있는 연관성이 있다고 보았다"고 했다.

이에 "켈트영성에서는 자연을 찬양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강조했다"며 또 "창조 가운데서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을 강조했다"고 했다. 덧붙여 "켈트 교회에서는 자연을 제5복음서"라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켈트전통에 큰 영향을 끼친 펠라기우스의 사상에 대해 "그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웃 사랑 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 적용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며 "이 부분은 펠라기우스의 사상이 범재신론 혹은 만유재신론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주지만 '범신론'과는 구별된다"고 했다.

그는 "서방 교회는 혹이라도 켈트 전통 속에 범신론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오해했다"며 "켈트 신관은 만물과 하나님과 동일시하는 범신론이라기보다는 만물 속에 하나님이 임재해 있다는 범재신론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했다.

또 그는 '삶이 일상성'을 중시하는 켈트영성에 대해 "이원론을 배격하며 일과 예배, 기도와 노동, 정치와 선교,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이 별개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이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개신교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일상성 신학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켈트영성을 '소박'하다고도 표현했다. "하나님이 높은 하늘에 계셔서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분, 초월하셔서 우리와 무관한 분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까이 계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삶의 일상성을 중시하는 켈트영성을 두고 정미선('켈트영성 이야기' 역자)은 '생로병사가 고난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임을 강조하며, 삶의 모든 과정,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긍정성이 강하다. 이것은 고난의 문제를 도외시하는 단순성이 아니라, 고난을 딛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승화시키는 생명의 에너지를 강조하기 때문이다'고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인간에게 심겨진 하나님의 형성'을 강조하는 켈트영성에 대해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고 보았다"며 "인간의 선함과 의지를 강조한 이 전통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이나 인간의 성욕까지도 바르게 표출되는 한 선하고 아름답다고 보았다"고 했다.켈트영성에서는 몸과 영혼의 조화를 추구하는 '성육신적 영성'을 제시하며 '영지주의적 영성'을 배격한다고도 표현했다.

이외 켈트영성의 수평적인 평등 혹은 관계의 강조, 전통문화에 대한 강조를 소개했다.

그는 "(켈트영성은) 초대교회 이단으로 정죄된 펠라기우스에 맞닿아 있고, 실제로 그의 신관, 인간관, 구속론 등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면서 "아이를 목욕시킨 후 목욕물만 버려야지 아이까지 버리면 안 되듯이 저들 영성의 껍데기에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비성경적인 요소들은 버리되 그 안에 들어 있는 진리의 아이까지 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