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은 삶의 과정 가운데 찾아오는, 아주 자연스러운 단계이다. 사람들이 왕성하게 일을 할 때 이러한 일이 닥칠 줄을 알고 예상을 하지만, 막상 퇴직을 하게 되면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직장에서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성경에 퇴직의 위기에 대처하는 모델은 누가 있을까?
예수님의 제자는 12명이었다.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빌립, 나다나엘, 도마, 마태, 알 패오의 아들 야고보, 유다, 시몬, 가룟 유다 중에서, 예수님을 배반한 가룟 유다는 자살을 하였고 요한은 가장 오래 살았다. 나머지 제자들은 참수, 십자가형 등 참혹한 죽음을 당하였다. 요한을 제외하고 제대로 수명을 다하지 못하였다.
예수님이 요한을 부르자 그는 모든 것을 버려두고 따랐다. 예수님은 요한과 그 형제 야고보를 "보아너게" 곧 "우레의 아들"이라 부르셨다(막 3:17). 이 형제들은 주님에게 겸손하지 못한 사마리아인에게 불을 내리기를 원했다. 또한 앞으로 올 왕국에서 높은 자리 둘을 주십사고 예수님께 간청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요한은 주 예수님에 의하여, 불 같은 야망을 가진 인간에서 사랑의 사도로 변하였다.
요한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무서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쳤다가, 어느 사도보다도 먼저 예수님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예수님은 십자가상에서 요한을 바라보시면서 자기 어머니에게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고 하시고, 요한에게 그 어머니를 가리키며 "보라, 네 어머니라" 하셨다(요 19:26-27). 오직 요한만이 "내가 목이 마르다" 또 "다 이루었다"는 최후의 말씀을 기록한 제자였다.
요한은 "예수의 사랑하시는 제자"로 자주 불렸다(요13:23, 20:2, 21:7). 요한의 제자인 이레니우스(Irenaeus)는 요한이 주후 98년까지 에베소에서 살았다고 했다. 전설에 의하면 요한을 독살시키려는 음모에서, 하나님께서 목숨을 구해주셨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은 요한이 핍박받는 동안에 끓는 목욕탕에 던져졌으나 그 속에서 살아났다고 한다. 95년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의 기독교 박해 때 요한은 군병들에게 붙잡혀 밧모섬에 유배되었다. 밧모섬에서 요한은 성경의 마지막 책에 대한 메시지를 받고 환상을 보았다. 순교자와 성도와 하늘의 승리를 본 요한의 마음은 기뻤다.
세상적인 관점에서 요한의 밧모섬 유배는 그의 사역을 마감하는, 퇴직과 같은 의미였다. 그러나 트라얀 황제가 요한에게 밧모를 떠나서 에베소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자, 소아시아에서 동역자들과의 선교 사업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요한은 AD 100년경 90살의 나이에, 사도들 중 유일하게 순교하지 않고 편안하게 임종을 맞았다고 전해진다.
어떤 사람들은 퇴직이 인생의 종지부라고 생각하고, 죽음을 기다리며 지루한 인생을 산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퇴직으로 인해 정체감 상실과 인간관계의 단절, 경제적 압박과 부부 간 함께하는 시간의 변화 등으로 위기를 겪는다. 그러므로 삶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그 상황에 맞게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살아있는 증인 방지일 목사(전 중국 선교사, 전 영등포교회 목사)는 현재 104세인데, 은퇴한 후에도 "닳을지언정 녹슬지 않겠다"는 소신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사도 요한과 방지일 목사처럼 완주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퇴직하기 전에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를 미리 계획하여야 한다. 퇴직으로 인한 이정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여생의 행복이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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