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사이래로 지금까지 여전히 일어나는 전쟁은 인류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다 주었다. 그러나 전쟁을 통해서 문명과 문명이 만나기도 하고, 전쟁에 필요한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진보에 도움이 되기도 했으니 참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의 전쟁은 보여지는 전쟁이었다. 적벽대전에 나오는 조조의 백만 대군으로부터 시작하여 양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누가 얼마나 많은 병력을 동원하고 많은 물자를 지원할 수 있는지가 전쟁의 승패를 가름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소전이 대표적이다. 소련은 독일과의 맞붙은 동부전선에서 독일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의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지만 결국 압도적인 인적, 물적 자원을 쏟아 부어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제는 막대한 물량 전으로 대표되는 보이는 전쟁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결정적인 예를 우리는 이라크 전쟁에서 볼 수 있었다. 이라크의 독재자였던 후세인은 자신이 심혈을 기울이고 자랑에 마지않는 정예의 '공화국 수비대'를 믿고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미국과 일전을 벌였다.
하지만 보이는 전쟁을 믿은 후세인은 말로 할 수 없는 참패를 당했다. 지중해와 걸프만에서 날아오는 토마호크 미사일과 전투기의 공습에 의해서 그의 자랑이던 공화국 수비대는 그야말로 녹아 내렸다. 미군이 이라크에 진격했을 때, 그들은 산발적인 교전 외에는 그 어떤 강력한 반격에도 직면하지 않았다. 이미 지상군이 투입되기 전에 모든 것이 끝난 상황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이 보이지 않는 전쟁은 '스텔스' 기술로 꽃피고 있다. 2차대전에서부터 지금까지 레이더는 '전쟁의 눈'이었다. 그러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 더 비싸다는 전략 폭격기 B2에서부터, 너무나 강력한 성능으로 대적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의회로부터 예산 삭감의 대상이 되는 F22 랩터 전투기까지 미국은 이미 보이지 않는 전쟁의 선두 주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텔스 기술의 총아인 줌왈트급 스텔스 전투함을 진수하였다. 이 구축함은 우리나라의 최신예 이지스함인 세종대왕 함보다 배수량이 거의 두 배나 되지만 승조원은 그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길이로 따진다면 경항모에 가까울 만큼 큰 크기지만 스텔스 기술로 인하여 레이더에서는 작은 어선만하게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최신예 스텔스함인 줌왈트급 구축함이 최우선적으로 배치되는 곳은 바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라고 한다. 다분히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최근 항공모함을 실전배치하고, 독자적인 기술로 스텔스 전투기와 함정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 일로 인해서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의 삼각 동맹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즉,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우리는 이미 보이지 않는 전쟁의 한 가운데 휩쓸린 셈이 되었다. 안으로는 남북의 대치상황과 사회적 양극화의 문제가 있고 밖으로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팍스 시니카(Pax Sinica)를 꿈꾸는 중국,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우경화와 경제 재건을 노리는 일본 사이에서 우리는 등골이 휠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를 포함한 인류의 목표는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의 압도적인 승리가 아니라 평화의 정착이다. 세계 열강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투입하는 돈의 백분의 일만이라도 평화를 위해서 쓴다면 전쟁의 위협은 현저하게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평화를 위해 쓸 돈은 없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위해서라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국민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마다하지 않으니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의 승리한다고 해서 보이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