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5월 21일을 한국에서는 부부의 날로 정했다. 예전에는 부부의 날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 부부의 관계에 점점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파국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부부의 날’을 인위적으로 정해 부부가 하나가 되는 다짐을 해 보고자 이런 날을 제정한 것 같다. 부부란 원래 무촌이다. 그 말은 그만큼 깊은 사이라는 것이다. 촌수를 따질 수 없는 깊이 있는 관계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잘못되면 한 순간에 남남으로 돌아설 수 있는 위기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부부란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관계이다. 서로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어야 손수건과 같은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이나 미국의 부부들의 자화상은 별로 희망적이지 못하다. 한국에는 부부 10쌍 중 1쌍이 별거 중이라고 한다. 같이 살지만 이미 심리적으로는 이혼 상태에 들어간 부부도 적지 않다.
우리 교민 사회에도 부부가 같은 집안에 살지만 사실상 정서적으로 이혼 상태에 빠져 있는 부부들이 많다. 부부가 한 지붕에 살지만 별로 대화가 없다. 부부가 각방을 사용하기도 한다. 부부 간의 대화가 가정의 경제 문제, 아이들에 대한 대화가 전부이다. 부부가 살갑게 대화를 나누거나 마음의 깊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심리적으로는 남남이지만 이혼으로 가는 것이 불편할 따름이다. 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단지 법적인 혼인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명목상의 부부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2012년에 한국 보건 사회 연구원이 ‘2012년 혼인 실태와 가족 주거의 변화’ 라는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거기에는 매우 흥미로운 자료 결과가 몇 가지 나와 있다. 이혼이나 별거의 문제의 이유로는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많았다. 이어서 배우자의 외도, 성격 차이, 학대, 폭력, 가족 부양 의무 불이행 순이었다. 예전에는 성격 차이가 가장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적인 문제를 첫 손가락으로 꼽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결혼과 이혼에 대한 가치관에 큰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예전에는 가난해도 꿈이 있으면 부부들이 함께 신앙으로 그리고 신뢰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그러나 물질 지상주의가 만연된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부부 사이도 물질로 인해 멀어지기도 한다.
가정 문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불화의 관계에 빠진 부부들이 경제의 문제, 성격의 차이, 성생활의 부조화와 같은 다양한 이유를 든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부부간 의사소통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회가 이런 면에서 가정 사역에 좀 더 앞으로 관심을 가져할 시점이다.
바울이 쓴 에베소서 5장에 보면 그는 가정을 단지 부부가 결혼해서 이루어 가는 인간 상호 간에 낭만적인 사랑의 장으로 축소해서 생각하는 견해에 이의를 제기한다. 부부 생활도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가정도 자녀도 그 하나님의 거룩한 구원 계획에 포함되어 있음을 확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구원 계획 가운데 부름 받은 성도들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상 사람들의 가정생활과는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곳곳에서 우리의 지난날의 삶과 구원받은 후 현재의 삶과는 질적 차이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성도들의 신분과 정체성에 놀라운 변화가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삶이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삶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씀한다.
엡 5:18에 보면.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 라고 되어 있다. 성령 충만한 삶은 아내와 남편, 자녀와 부모, 그리고 종과 주인과 같은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어야 함을 말씀하고 있다. 성령 충만함을 구체적인 가정 상황에도 적용시키고 있다. 성령 충만함이 우리가 무슨 예배에 참석하거나 집회에 참석할 때만이 임하는 신령한 은혜만은 아니다. 성령 충만함은 우리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모든 인간관계에서 나타나야 함을 강조한다.
부부도 성령 충만해야 한다. 주님을 경외하며 서로 순종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앙의 동일한 가치관으로 주님을 잘 섬길 때 에로스의 사랑을 초월한 아가페의 사랑으로 부부 관계가 승화된다. 예수 깃발이 날리는 가정이 될 때 진정한 부부의 사랑도 깊어진다.
십자가의 사랑으로 에로스의 사랑을 뛰어 넘는 승화된 사랑이 부부 관계에 찾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