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의 고유한 신학 발전을 모색하는 이번 기획 첫번째 순서에서 신학대들이 교수임용시 해외, 그것도 해외 특정 신학교 출신자들을 지나치게 선호, 서구 의존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신학대가 아닌 일반대학들은 어떨까. 특별히 박사학위 과정을 중심으로 그 내용과 인식 등을 서로 비교했다.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최근 꾸준히 증가
우리에게 한때 미국은 ‘기회의 땅’ 혹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모든 분야가 그랬지만 특히 학문에 있어선 ‘하늘과 땅’의 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이 일어난 지금, 한국의 대학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여전히 미국과의 격차는 크지만 세계적으로 우수한 ‘두뇌’를 가졌다고 평가받는 한국인들은 점점 그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
이는 수치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중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지난 2006년 약 8천9백명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1만2천여명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외 박사학위 취득자는 1천3백여명에서 1천1백여명으로 미미하지만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국내 대학 박사학위 과정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학의 학문적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양인데, 이공계의 경우 국제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면 그 학문적 성취를 인정하고 있다. 통계청이 공개한 ‘SCI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SCI급 논문 수는 지난 2004년 2만2천여편에서 2010년 약 4만편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기간 세계순위는 11~12위권.
실제 연세대나 서강대 등의 경제학 박사과정은 입학과 졸업이 까다롭기로 소문 나 있고, 세계적으로도 점점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지금도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선진국 대학들의 권위는 여전하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학생들이 예전처럼 학위를 따기 위해 무조건 국외로 나가지는 않는다. 이미 국외에서 박사학위를 딴 교수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고, 그 만큼 국내 대학들의 수준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이들에 대한 시각도 많이 변했다.
국내 신학박사 학위 과정은 구색 갖추기에 불과?
하지만 국내 신학대들의 박사과정은 내용과 인식, 모든 면에서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받아 교수가 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토종 국내 박사가 해외 유명 대학의 교수로 임용됐다는 일반대학 관련 소식과 비교하면 그 거리감이 상당하다.
국내 신학대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정년은퇴한 한 신학자는 “국내에 해외 유명 신학대를 나온 교수들이 상당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교수가 된 뒤 낸 연구성과는 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영·미권 신학대들의 수준이 월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신학대 역시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런데도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신학자들의 의지 부족과 교단 정치 등 학문 외적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주요 신학대학들이 최근 대학정보공시를 통해 발표한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 실적에 따르면, 거의 모든 학교에서 교수들의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결국 이 같은 신학대 교수들의 경쟁력 약화가 국내 신학교육의 질 저하로도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신학자는 “국내 신학대들의 신학 박사학위 과정은 해당 학교들조차 ‘구색 갖추기’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만큼 국내 박사학위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일반대학들처럼 신학대 역시 국내 박사학위 과정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 보다 많은 인재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연구할 때 ‘한국적 신학’의 발전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