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북한이 김정은으로의 불안한 삼대세습 이후, 한동안 체제 안정을 꾀하고 보다 폭넓은 개혁, 개방으로 불만에 찬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을 것이라고 기대 아닌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봄날의 시작과 함께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등 연일 최고조의 전쟁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은 늘 칼날을 쥐고 자해를 시도해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도대체 국제사회에서 뒤바뀐 ‘갑을관계’가 언제까지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벼랑끝 전술은 지금까지 북한에게는 가장 효율적인 외교 방법이 되어 오고 있다.

 

애틀랜타성결교회 김종민 목사.
(Photo : ) 애틀랜타성결교회 김종민 목사.

북한은 ‘서울 불다바론’과 같은 말을 예전부터 수없이 뱉어오고 있지만 지금 상황은 이전과 같으려니 하고 생각하기에는 불안한 요소가 너무 많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에 북한과의 기 싸움에서 진다면 북한에 계속 끌려갈 것이 분명하기에 온건한 자세를 취하기는 어렵다. 특히 연평도 포격사건이나 천안함 사건 등으로 인해서 대북관계에서 무능하다고 비난 받았던 전 정부와 확실한 선을 긋기 위에서라도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이후 중국은 서서히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라는 변수를 잘 이용하면 북한을 대응한다는 구실로 중국의 턱밑에 칼끝을 들이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유럽발 세계 경제 위기는 오바마 2기 정부의 최대 과제인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떤 조치를 취해도 시장에 약발이 안 먹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쟁위기의 창출로 인한 군수경기 부흥은 미국에서 있어서는 늘 잠재되어 있는 위험한 유혹이다.

이런 까닭에 4월의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고, 그 위기를 촉발하는 기폭장치는 여기저기 널려 있다. 휴전선의 우발적인 총알 한방이 ‘선제 타격론’과 맞물려 전면전 혹은 상당한 규모의 국지전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이 위협은 단지 한반도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테러사건이 발생한 직후 가장 먼저 우려했던 것이 바로 북한이 한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이전 같으면 알카에다와 같은 적대적인 이슬람 테러 단체를 먼저 떠올렸겠지만, 이제는 미국인들 생각 속에 북한이 잠재적인 적대세력이 아니라 실제적인 위협세력으로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제는 한반도 이외의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이 전쟁을 먼저 일으킬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1995년 이후 지금까지 군부중심의 ‘선군정치(先軍政治)’를 펼치고 있다. 겉으로는 군을 우선한다지만 실제로는 북한군의 희생으로 근근이 체제유지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군정치로 북한의 군부가 희생만 강요당한 것은 아니다. 희생을 하면 그 열매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이 이익도 역시 군부가 되받아 먹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의 병사들은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으니 남한과 한 판 붙어보기라도 하자는 심리가 있다지만, 선군정치의 단물을 빨아 먹고 있는 북한 핵심군부와 아직 체제기반을 안전하게 다지지 못한 김정은 정권은 전쟁으로 인해 잃을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을 알기에 쉽게 도발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낙관하기도 비관하기도 어려운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의 위협이자 미래의 동반자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21세기 우리 나라의 히든카드가 충분히 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패에 충실하지 않으면 히든카드 한 장으로는 게임을 뒤집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