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여의도와 영등포 등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사건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의 증가 이유로 사회 양극화로 인한 소외계층의 상대적 박탈감 및 사회적 완충장치의 부실과 함께 개인의 욕구 절제력 저하를 지적했다.

교계도 ‘묻지마 범죄’의 증가에 우려를 나타내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미래목회포럼은 “‘묻지마 범죄’, 교회가 나서야 한다”는 성명을 내고 “잠재된 ‘묻지마 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치유해 나가는 데 정부와 교회의 역할이 있다. 정부는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인 배려와 관심, 제도적 보호 장치 등을 확대해 나가야 하며, 교회는 복지의 혜택에서 소외되어 사각지대에 사는 이웃이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가난, 소외, 애정 결여 등의 열악한 사회 환경이 가중되어 사회적 외톨이를 양산하게 되고, 이들이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때문에 한국교회가 주변의 사회 부적응자나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것이 범죄를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범죄·심리학 전문가들도 “‘묻지마 범죄’의 경우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개인이 스트레스와 분노, 욕구를 자제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종교가 이러한 사람들이 욕구를 자제할 수 있도록 선도하고 돌봐준다면 범죄의 증가가 해소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사회적 구조 개선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욕구를 잘 절제하고 삶을 잘 관리하도록 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수정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는 “분명 사회적 원인이 있지만 개인의 문제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여의도 사건의 경우 피의자는 회사에서의 경쟁과 생활고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런 일을 겪는다고 해서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제를 사회적 책임으로만 생각하면 본인의 과실은 생각할 수가 없다”며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요한데, 종교 활동을 통해서 이러한 자질을 수양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종교단체에서 출소자를 지원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금전적 기금을 모아서 그들이 다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도 있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종교적 활동을 통해 욕구를 절제하는 수양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사회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김충렬 교수(한일장신대 상담학과)도 “현대 사회가 주는 사회적 스트레스는 높아지는 반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는 약해지고 있다. 사회가 거대해지고 복잡해질수록 개인의 정신 에너지가 사회적 스트레스 보다 낮아지게 되고 결국 수동적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나면 자신이 주체할 수 없어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의자는 특별한 원한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욕구를 통제하지 못해 엉뚱한 데다가 풀어버리는 것이다. 사회가 비대해지고 다양화되면서 앞으로 그러한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데 정신적 교류가 없으니 부정적 에너지만 쌓이게 된다”며 “교회는 ‘묻지마 범죄’에 대비해 사람들이 형식에 치우친 신앙이 아닌, 활력있는 신앙을 갖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