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철, 손양원, 문준경 등 한국의 대표적인 순교자들의 삶을 영화와 다큐멘터리로 다뤘던 권순도 감독과 고재웅 프로듀서가, 북한 인권을 소재로 한 장편영화 ‘약혼’을 제작했다.

‘약혼’은 북한의 인권문제 중 탈북여성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화 속 여주인공 미화의 아버지는 화폐 개혁의 실패로 억울하게 희생양이 되어 숙청당하고, 그녀의 일가족은 하루아침에 사지로 내몰린다.

미화는 여동생을 데리고 탈북을 감행하는데, 여동생은 두만강을 건너려다가 국경수비병들에게 붙잡히고 미화 홀로 중국에 넘어가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낯선 땅 중국에서도 그녀는 환영받지 못한다. 한족 홀아비들한테 탈북여성을 팔아넘기는 인신매매범들에게 잡히기도 하고, 어렵사리 구한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면서 난폭한 손님들에게 수 차례 폭행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잘못했다간 중국 공안에 잡혀 강제북송되고 공개처형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이 같은 이야기는 중국에 숨어 지내는 대다수의 탈북여성들에게 일어나는 매우 흔한 실화이다.

영화는 권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 달리 기독교 색채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은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도우며 활동했던 목회자와 선교사들로부터 비롯됐다. 선교사들은 권 감독에게 ‘신앙의 본보기를 보여준 과거 순교자들의 기록도 좋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현재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시나리오의 방대한 스케일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많았으나, 소망교회와 아름다운 교회의 정성어린 후원이 있었고 많은 기독교 배우와 스탭들이 참여하여 무사히 완성될 수 있었다.

영화의 배경은 한국, 북한, 중국. 제작진은 실감나는 액션장면 연출을 위해 헬리콥터·AK소총을 비롯한 각종 군용장비, 총기류, 공포탄 수 백발과 폭발물 등을 대량 동원하여 일반 상업 액션영화 못지않은 스케일을 선보였다. 촬영현장에서는 총소리와 폭발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영화는 오는 9월 하순에 있을 국제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고, 벌써부터 많은 이들로부터 뜨거운 호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의 예고편, 상영일정과 관련 정보는 싸이월드 클럽 <주님의 영화 제작팀> club.cyworld.com/hischoice에서 볼 수 있고, 기타문의는 070-8880-5167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