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시골에서 가끔씩 아주 가끔씩 하늘 높이 날아가는 비행기를 본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을 봤을 때는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만으로도 그저 신기해서 넋을 놓고 쳐다보기만 했던 것 같고, 그렇게 몇 차례 더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다보다가 비행기는 도대체 어떻게 날아가는 것인지 궁금해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 비행기속에 사람이 타고 간다는 것을 안 것은 그 후 꽤나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러니 그런 비행기를 제가 타보고 싶다거나, 나는 언제쯤 비행기를 타볼 수 있을까 하는 바램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습니다. 언젠가 초등학교 때 수업중에 하늘 높이 날아가는 비행기를 가리키며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너희들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중에 커서 비행기 타고 멀리 외국에도 갈수 있을 거다”고 하시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셨지만 제 기억으로 그와 같은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공부 잘하기로 다짐했던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시골에 살던 제가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비행기가 날아가는 하늘만큼이나 높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가는 비행기에 사람들이 타고 가는 외국이 어디인지조차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가 나도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그 후로도 오랜 세월이 지난후의 일입니다.

그 후 어렸을 적에 가졌던 소망을 이루어(?) 비행기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물론 어렸을 적에 미지로 향하여 하늘 높이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품었던 막연한 꿈의 실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는 것은 그 후에도 오랫동안 저를 흥분시키는 꽤나 흥미진진한 사건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에서 미국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올 때의 그 흥분과 설레임은 아직도 또렷하게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 미지의 나라였던 미국에서 20여년을 살다보니 이제는 얼마만큼 미국생활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또 여기서 살아가는데 그리 큰 불편도 없기는 하지만 그 대신 머나먼 곳에 있는 미지의 나라로서의 기대나 그곳을 향하여 하늘 높이 날아간다는 설레임도 더 이상 제게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도 어렸을 적 상상조차 하지 못한 환상이나 꿈이 아니라 다만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교통수단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어디를 간다는 것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향한다고 하면 그처럼 촌스런 표현이 없는, 아니 촌에서도 그런 표현은 쓰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행기 여행이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대중화된 교통수단이 된 요즘에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세계의 다른 어느 나라나 도시를 가는 것과는 다른 의미가 제게는 있습니다. 아마도 그건 한국이 미지의 나라라서가 아니라 제가 태어나 자란 곳이기에 그 곳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입니다. 어렸을 적에 비행기를 타고 미지의 세계로 높이 날아간다는 설레임은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지만 그런 어렸을 적을 그리워하며 살다가 그 그리움으로 날아간다는 또 다른 설레임이 한국을 향할 때는 일어납니다.

벌써 여러해 전이기는 합니다만 대한항공(KAL)에서 광고 문안으로 ‘타시면 바로 고향입니다“라는 멘트를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가려고 대한항공을 타고 그 광고를 들었는데, ”맞아 바로 그거야“ 하며 마음이 찡해온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외국 국적의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면 공항에 내려야만, ”아, 이제 다 왔구나“ 하는데 비해 대한항공을 타면 말 그대로 타면 바로 고향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일정을 미리 확정하지 못해서 다른 항공사의 저렴한 비행기 표를 구입하지 못하고 대한항공을 이용했어야만 했는데, 그래도 바로 그런 느낌 때문에 요금이 조금 비싸도 기대를 가지고 대한항공을 탔는데 이번에는 별로였습니다. 물론 비행기 기내는 전보다 훨씬 쾌적해 졌고, 편안한 여행을 위해 기내식 메뉴와 맛도 한층 좋아졌고, 일반석에서도 승객들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디오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었으며, 승무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어느 항공사에 비해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에 경험한 “타면 바로 고향”이라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많이 피곤했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물론 그렇게 피곤한데는 오갈 적 모두 비행기 좌석이 만석(滿席)이었던 탓도 있지만 승객이 달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에는 거의 대부분의 승객이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는데 비해 이번에는 승객의 2/3이상이 동남아로부터 한국을 경유해서 여행을 하는 외국인들로서 비록 비행기는 한국 비행기지만 외국인 승객들이 많다보니 대한항공을 타고도 고향과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설레임도 그리움도 모두 사람 때문입니다.

살아가면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설레이고, 만나고 싶어 그리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 이승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