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없는 주방…날마다 뚝딱뚝딱

새날장로교회 유근준 담임목사.
(Photo : )
새날장로교회 유근준 담임목사.

뷰포드 하이웨이와 둘루스 하이웨이가 만나는 곳이 위치한 새날장로교회(담임 유근준 목사)에는 날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매일 40명이 넘는 아이들이 3층 교회 건물을 휘젓고 다니는 덕분에 의례 기대되는 거룩함(?)은 둘째치고 문짝도 떨어지고, 쿵쾅거리는 소리도 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새날교회 유근준 목사와 성도들은 즐겁기만 하다. 여름 내내 열리는 새날 여름학교의 모습이다.

여느 교회의 여름학교와 달리 교회 인근에 사는 아이들은 직접 차에 태워서 데려오고,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집에 가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 저녁까지 먹이면서 돌봐주고 있다. 또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2주 단위로 수업료를 받고, 형편이 어려운 경우에는 ‘향토장학생’으로 선발해 수업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학부모들은 바쁘고 고된 이민생활에서 아이들을 정성스레 돌봐주는 새날교회의 프로그램을 무척 고마워한다.

“릴번에 있다 둘루스로 이사오면서 바로 시작한 것이 저녁 늦게까지 아이들을 봐주는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과 무료 ACT/SAT였고, 방학에는 섬머 캠프였죠. 교육 부분의 디렉터를 맡은 집사님 역시 일하면서 아이들을 마음 놓고 늦게까지 맡길만한 곳이 없었던 경험 때문에, 더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또한 주방에서 섬기는 성도들이 기쁜 마음으로 맛있는 식사와 간식을 감당하고 있어, 이 사역이 가능합니다.”

이뿐 아니라 매주 토요일에는 릴번에서부터 이어온 노인대학 사역도 열리고 있다. ‘노인을 공경하라’는 성경 말씀을 따라 시작하게 됐다는 노인대학에 나오는 학생들은 음식 때문에 온다고 할 정도로 새날교회의 음식 솜씨에 감탄을 마지 않는다. ‘복음’은 기본이고 ‘정성’과 ‘기쁨’의 양념을 더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목회해야 되지 않겠어요?’ 마흔 넘어 신학교 행(行)

젊을 때 잡지사에서 일하다 퇴직하고 출판사를 운영하다 한마디로 ‘망했다’고 한다. 부도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아 그냥 뒀다. 결국 오래 전부터의 부르심을 따라 늦깎이 신학생이 된다. 신학공부를 하던 중 신학교 차원에서 미국 유학생을 선발했고, 자격요건이 안됐지만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미국으로 오게 된 것은 1996년.

“유학 와서 1년 만에 한국에 IMF가 터지면서 학교 측에서 더 이상 지원을 해줄 수 없으니 한국으로 돌아오던지 남던지 알아서 하라고 연락이 왔어요. 아마 IMF가 아니었으면 신학공부 마치자마자 한국으로 갔어야 하는데, 그때 남기로 결정하고 공부를 계속했죠. M.Div 과정을 마치고 일선 목회보다는 모 신학교에서 행정 및 교수 사역은 무척 즐거웠어요. 그런데 사모가 계속 저에게 ‘이제 목회해야 되지 않겠어요?’라면서 권면했죠(웃음). 그러나 하나님은 다른 방향을 계획하고 계셨고 결국 여러가지 사건들이 겹치면서 2001년 새날교회가 태동하게 됐습니다.”

작은 아파트였지만 자녀들을 통해 중, 고등학생들이 모여들고 생각지도 않은 이들이 오면서 곧 북적이게 됐다. 그 중에 한 자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새날교회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해야 한다고 해서 서둘러 예배당으로 쓸만한 집을 찾게 됐고, 지하실이 통채로 뚫리고 사방 벽은 고급 나무로 치장된 1,900 SF 면적의 장소를 발견하게 됐다. 딱 의자만 갖다 놓으면 예배당이었다.

“여호와 이레였어요. 만약 그 자매가 아니었으면 아파트에 계속 있거나 오피스 작은 곳을 찾았을 텐데 그렇게 해서 부흥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죠. 그 집에서 2년 정도 있었는데 매주일 집 앞에 너무 많은 자동차들이 있으니, 카운티에서 경고장이 날라오더라고요. 그래서 2003년에 릴번교회 건물을 구입하여 2004년에 입주하게 됐습니다.”

 

▲한창 진행 중인 새날 여름학교 한국어 교실 모습.


터줏대감 없는 교회, ‘방학’했던 사람들 다시 돌아와

개척이 그렇듯 성도수가 늘고 부흥하게 되면 새로운 예배 장소를 찾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새날장로교회도 힘든 때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릴번으로 막 이사 왔을 때가 그렇다. 그때만 해도 다들 북쪽으로 가는 분위기였는데 오히려 남쪽으로 내려왔고,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잔고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의견이 분분해진 성도들 가운데 몇몇은 떠났고, 남은 이들이 힘에 지나도록 애써 사역을 시작했다.

“릴번으로 오고 교회가 너무 멀어서 어쩔 수 없이 떠난 분들도 있었고, 예배당 공사문제 때문에 떠난 분들도 계세요. 참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지금 예배당으로 이사 오고 잠시 떠났던 분들이 소식을 듣고 돌아오고 계세요. 초창기 성도들을 ‘사택팀’이라고 부르는데, 있는 듯 없는 듯 터줏대감 노릇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새로 오시는 분들도 편안하게 정착하시고, 다시 돌아오신 분들도 오랫동안 못 봤던 가족들 만나듯 서로 반갑게 맞아주니 감사한 일입니다.”

세상 속에 있는 교회

개척 당시 많은 상처를 입고 시작했다는 유근준 목사는 ‘하나님은 한 사람을 목회자로 세우기 위해 가족에게 까지 고난을 허락하시더라. 예기치 못한 모함과 오해로 심적 고통 가운데 교회를 개척하면서 ‘서로 사랑하자’는 말씀을 붙들었다’고 고백했다.

목회를 하면서도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의 실천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상처는 아물었다고 해도, 가족들이 받았던 상처와 아픔까지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진주조개가 작은 상처를 아물게 하려고 영롱한 진주를 만들어 내듯,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던 작은 고난과 상처는 서서히 더 큰 사랑을 통해 아물어 갔고, 아름다운 진주와 같은 섬김의 마음, 사랑의 삶을 열게 됐다. 새날장로교회의 비전도 이것과 통한다.

“새날교회는 세상 사람들이 언제든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문턱 없는 교회가 되는 것, 즉 ‘세상 속에 있는 교회’가 비전입니다. 그래서 교회 예배당을 리모델링 할 때도 1층은 예배당을 포함한 교회 시설, 2층은 넓은 강의실, 현 건물의 지하실은 전 체육대학 골프 교수였던 장로님의 제안으로 골프연습실을 만들어 열어 놓고 있습니다. 또 성도들에게는 세상 속에 나가 ‘가르치거나’ ‘전도하거나’ ‘고쳐주는’ 일 가운데 한 가지는 하라고 권면합니다. 이를 위해 매주 수요일 성경공부를 통해 영적인 기반도 다지고 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날’이라는 이름처럼, 새날장로교회의 사역이 지역사회를 품고 섬기며, 이민사회 소외된 이들에게도 끊임없는 관심과 돌봄을 전함으로 지역사회와 이민사회가 날마다 새로워 지는 신선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

새날장로교회는 3468 Duluth Hwy, Duluth, GA 30096에 위치해 있으며, 매주일 오전 9시, 11시에 대예배를 드리며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성경공부, 금요일 오후 9시 30분 금요예배로 모인다. 또한 매일 새벽 6시(월-금) 새벽예배를 드리며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 청년부 양로원선교 사역이 있다. 문의는 678-665-5985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