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목사님, 제(H) 남편은 자상하고 친절해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성실하며 가정도 잘 돌보아서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대화가 되지 않아서 그 한 가지가 늘 마음에 안타깝습니다. 저는 매사에 앞장서서 나가고 무엇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남편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보다는 현재 일에 충실하기를 더 좋아합니다. 자라온 배경과 좋아하는 것들이 서로 달라서 대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더 욕심을 낸다면 남편과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실컷 털어 놓고 웃으면서 대화하고 싶어요. 그 중에도 감사한 것은 남편이 영적으로 서 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고마워요. 성경 공부를 할 때 보면 진지하고 말씀 속에서 새로운 면을 찾아 내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좋은 점이 많은 남편에게 제가 지나친 어리광과 욕심을 부리는 걸까요?

A: H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감사합니다. 많은 경우 부부 사이에 한 가닥 희망의 줄이 보이지 않아서 답답해 하고 갈등을 겪는 것을 볼 수 있는데, H 님은 이미 남편의 좋은 점들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정에 충실하고 이웃을 잘 배려하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마음을 언어라는 그릇에 담아 전달하는 것이 대화이지요. 마음엔 생각도 있지만, 감정도 실려 있습니다. 마음 속에 있는 따뜻한 감정을 남편의 마음에 전달하면, 아무리 무디고 냉랭한 마음도 변할 줄 믿습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 속에 있는 깊은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어서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어려서부터 개방된 가정 분위기에서 자기 표현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큽니다. 자기 표현이 수월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도 쉽게 헤아려서 그에 적절한 말로 대응해 주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상당히 망설이고 주저합니다. 거기에 성장 과정 속에서 어떤 심리적 충격이나 사건 때문에 마음에 위축감을 받게 되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어렵습니다.

남편과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우선은 남편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그것으로부터 대화를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남편이 어떤 일로 긴장되어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기 보다 혼자 있거나 책을 보고 싶어 할 겁니다. 그럴 때는 억지로 대화하려고 하지 말고 남편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말을 잘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말 이외의 다른 행동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그것은 말 보다는 어떤 몸짓과 느낌으로 보내는 Sign인데 그것을 행동 언어 또는 non-verbal language라고 합니다. 남편은 제가 대화 중에 느끼기에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행동 언어를 주로 사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H 님께서는 남편과의 대화를 위하여 행동 언어를 공부해 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한 것은 남편이 영적으로 성장하려고 힘쓰고 성경 공부도 진지하게 하신다고 했는데, 성경 공부를 함께 하시면서 말씀 가운데 대화를 나누신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특히 기도를 놓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사람을 지으신 이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남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지금도 눈동자와 같이 여기시며 사랑하시고 돌보시는 하나님 앞에 남편을 맡겨 드리시기 바랍니다. 남편의 좋은 점들이 더욱 계발되어서 하나님께 영광이 돌려지고, 남편의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들이 보충되고 채워져서 하나님의 성품으로 온전히 빚어지도록 하나님께 간절히 구하시기 바랍니다. 말씀으로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언어를 주셨습니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진실한 말을 적절할 때 할 수 있는 언어 능력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 구하셔야 합니다. 남편께서는 자상하고 친절해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성실하며 가정도 잘 돌보신다고 하셨습니다. 남편은 사회 경험이 풍부하고 생활력이 있으신 분이시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함께 해 주시고 도와 주신다면 말을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실 줄 믿습니다.

사랑은 언어 이전의 언어입니다.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변하지 않나’ 하는 조급한 마음은 금물입니다. 사랑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변함없이 노력하신다면, 남편도 어느 새 H 님이 눈에 띄도록 변화된 자리에 와 있을 것입니다. 대화는 하나님이 우리 인간에 주신 특권이요 선물입니다. 주신 선물을 감사함으로 받아서 잘 계발하고 활용하면 하나님께 영광이 됩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와 능력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할 때, 하나님께서 함께 해 주시고 도와 주실 줄 믿습니다. 아무쪼록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복된 가정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