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심경… 교인들도 혼란 겪고 있어

미국장로교(PCUSA) 총회에서 동성애자 성직자 안수를 허용하는 헌법개정안(10-A)이 지난 10일 통과됨으로써, 1977년 이래 30년 이상 지속돼 왔던 교단 내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간 논쟁이 종결됐다.

헌법개정안은 이미 지난해 7월에 열린 제213차 총회에서 찬성 317표, 반대 208표가 나와 사실상 통과됐고, 이번에는 개정안이 발효되기 위해 필요한 산하 노회의 과반수 이상 찬성을 얻어 최종 통과됐다. 오는 7월 10일부터 법적인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번 결과에 대해 교단 내 한인교회 연합체인 ‘미국장로교회 한인교회 전국총회’(NCKPC)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복음적인 노선을 지키는 미국장로교 산하 한인교회들과 미국 교회들에게 강요될 수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또 “한인교회는 동성애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안수하지 않으며, 그들의 안수를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본지는 11일 NCKPC 현 부회장 고태형 목사(선한목자장로교회)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과 견해를 들어봤다.

-‘동성애자 성직자 안수를 허용하는’ 개정안(10-A) 통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의 초대 선교사인 언더우드 선교사를 파송한 어머니 교단인데……. 착잡한 심경이다. 강단에서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이 우리의 영원히 변치 않는 기준이 된다고 선포하지만, 미국사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떠나 갈수록 세속화되고 있고 교회 권위에 대한 도전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교인들도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하나님의 말씀을 확고히 붙잡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이제 보수와 진보간의 오랜 논쟁을 끝내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인교회와 복음주의 미국교회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동성애자 안수를 허용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다. 하지만, ‘목회자, 장로, 집사 등 모든 제직자는 남성과 여성 결합의 신실한 결혼 및 혼전 순결을 조건으로 한다’는 ‘정절’과 독신으로서의 ‘순결’ 조항이 삭제됐다. 또한 안수와 취임에 대한 기준을 각 노회와 당회에 일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목사 안수는 노회가 기준을 정하고, 집사·장로 안수에 대해서는 당회가 책임을 지게 된다. 종전 헌법에 따르면, 동성애자를 안수했다면 무효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남녀 간의 결혼에 한한다’는 문장이 삭제됨으로 말미암아 (동성애자 목사 안수가) 무효라고 소송할 만한 근거가 사라졌다.”

복음주의자들은 소용 없다며 참여 꺼려

-동성애자 안수 문제를 둘러싸고 그간 진행되어온 전말에 대해 설명해 달라.

“20~30년 전부터 미국사회에 스며들어온 진보주의와 상대적인 성윤리가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일반사회에서도 혼전동거나 동성애 등은 용납되지 않던 것이 30년 전부터 점차 ‘인권’이라는 이름 하에 받아들여지고, 상대주의 물결이 교회에까지 미치게 됐다. 미국에서는 본인들만 좋으면 ‘간통죄’라는 것도 따로 없다. 한국도 미국에 비해 느리긴 하지만, 성 윤리에 대한 기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무너졌다. 미국사회가 점차 진보주의적으로 변화하면서 ‘딸이 레즈비언인데 신실한 크리스천이다. 그런 아이를 어떻게 (교회가) 거부할 수 있느냐’며 눈물로 호소하는 미국 부모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제 군대에서도 동성애자임을 밝혀도 추방당하지 않게 됐고, 현재 5개 주에서는 동성애자들이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도 있다.

지난 20여년간 교단 내에서 동성애자 비율이 굉장히 적지만 이들 동성애자에 대한 목사, 장로, 집사 안수가 허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허용된 적이 없다. 그러나 미국교회가 점점 하나님 말씀에 순복하기 보다는 ‘인권’을 중심으로 사회 변혁의 요구에 따라 변하고 있다. 이미 성공회, 연합그리스도교회, ELCA도 동성애자에 대한 성직자 임명을 허용했으며, 캐나다연합교단(UCC)의 경우도 15년쯤 전 허락한 바 있다.”

-개정안 10-A가 과반찬성 통과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신학적으로 진보주의적인 성향을 띤 총대가 많은 데 원인이 있다고 본다. 보수주의적 성향을 띤 총대가 별로 없다. 대부분의 복음주의자들은 ‘이제 그런 논쟁 해봐야 소용 없다’며 투표하는 자리(총대)에 많이 안 간다. 개교회 목회자들이나 평신도들 중에는 보수적인 성향을 띤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젊은 목회자나 장로들 중에 진보주의적인 성향을 띤 사람들이 나와서 노회나 총회에 총대로 나오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교단 탈퇴는 오히려 선교 지장 줄 수도

-현재 NCKPC 부총회장이며 내년엔 총회장이 된다. 현 사태에 대한 대책과 어떤 의지로 해결해 나갈 것인지 말씀해 달라.

“이번 사태로 보수와 진보로 양분됐는데, 보수 복음주의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이같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응할 것이다. 교단이 자유주의로 선회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교단을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목소리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이것도 그리 간단치 않다. 탈퇴와 동시에 교단을 상대로 교회 재산 관련 소송할 경우, 승소할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선교에 지장을 주게 된다.

(따라서 궁극적인 대책으로) 1만여개 교회 중 4분의 3을 차지하는 복음주의 교회들이 힘을 결집해 새로운 연합체를 형성하고, 보수와 진보간의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 복음 전파에 힘쓰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실제로 오는 8월 25~26일,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에서 공식적인 대회를 갖고 ‘The Fellowship PCUSA’ (www.fellowship-pcusa.org)를 전국적인 차원에서 추진하며, 네크워크를 구성할 준비를 진행 중에 있다. 이 Fellowship 운동은 처음에는 교단 내 7개 복음적인 대형교회 목회자들로부터 시작돼 현재는 교단의 복음적인 교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총회 사무국(OGA)의 서기 Gradye Parsons와 총회 중앙협의회(GAMC) 의장 Linda Valentine을 비롯한 여러 지도자들의 지원 하에 진행되어 온 공식적인 운동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교단 내 미국교회들 중에서 보수적인 교회들이 많다. 그런 교회들이 하나로 연합해 힘을 결집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