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로교(PCUSA)가 33년간의 논쟁 끝에 결국 동성애자의 성직 임명을 허용했다. 이로써 PCUSA는 미국 내에서 동성애자 성직자를 두는 4번째 교단이 됐다.

PCUSA는 그동안 교단 헌법 중 ‘목회자 및 장로, 집사 등 모든 제직자는 남성과 여성 결합의 신실한 결혼 정립 및 혼전 순결을 조건으로 한다’는 ‘정절과 순결 조항(G-6.0106)’으로 인해 동성애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동성애자의 경우 성직 임명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10일(현지 시각) PCUSA는 G-6.0106의 삭제에 필요한 173개 노회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음으로써 헌법에서 이 조항을 완전히 없애게 됐으며 이제 동성애자 성직 임명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 셈이다.

PCUSA는 작년 7월 열린 총회에서 G-6.0106를 삭제한다는 개헌안을 통과시켰으며, 지금껏 개헌안 발효를 위해 요구되는 노회 투표를 진행해 왔다.

G-6.0106 삭제 개헌안 통과는 1997년 이래로 지난해를 포함 총 4번 시도되어 왔으나, 앞선 3번은 노회들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무산됐다가 이번에는 결국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PCUSA는 올해 173개 노회 중 19개 노회가 G-6.0106 삭제에 반대하다가 찬성하는 것으로 돌아섰다며 투표가 모두 완료되기 전에는 이러한 결과가 있을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고 전했다.

이는 PCUSA 내에서 33년간이나 지속돼 온 동성애자 성직 임명 허용 여부에 대한 논쟁의 끝이 됐다. PCUSA에서는 동성애자들에 차츰 호의적으로 변화되어가는 교단 분위기에 반발해 지난 5년간 11,000여개 교회 가운데서 100개 이상의 교회들이 이탈할 정도로 이 문제가 교단 내에서 심각한 견해차를 빚어왔다.

특히 작년 총회에서 새롭게 선출된 우리나라 장로교단의 총회장 격인 모더레이터(moderator) 신시아 볼바크 장로가 ‘동성애를 교단의 모든 제도 안으로 포용하자’는 입장을 교단 내에서 확대해나가면서 G-6.0106 삭제도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번 결과에 대해 PCUSA 내 자유주의자들은 “교단이 동성애자 인권에 있어 한 발짝 더 나아갔다”며 환영했다고 밝혔다고 크리스천포스트(CP)는 전했다.

그러나 올해 초 교단의 자유주의화를 우려하며 장로교 본연의 개혁주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며 형성된 175명의 목사, 장로, 평신도 개혁 그룹을 포함한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이번 결과에 대해서 “개탄스럽다”, “오랫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교단을 위해 기도하며 기다려 왔지만 이번은 도가 지나치다”, “성경적인 길에서 벗어난 결정이고 앞으로 교단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교단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지부터 고민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온다”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연합그리스도교회(UCC),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ELCA), 미국성공회(EC)가 이미 동성애자 성직 안수를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