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교계를 대표하는 연합기구, 시카고지역한인교회협의회 회장 원종훈 목사는 “연합은 이미 연합된 것을 지켜 가는 것“이라 연합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으며 올회기 교협의 중요한 목표는 “이벤트보다는 본질적인 면에서의 연합”이라 설명했다. 주요한 사업으로는 교협 회원교회 주소록 발간과 대사회적 사명 회복을 꼽았다. 그레이스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원종훈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윤리교육으로 석사 학위를 마친 후 세인트루이스의 커버넌트신학교에서 Th.M. 시카고의 로욜라대학교에서 기독교윤리학으로 Ph.D. 과정을 수료했다.

-시카고 교계를 대표하는 교협의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교회 연합에 대한 목사님의 의견부터 여쭙고 싶습니다.

교회는 본질상 연합입니다. 이미 연합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령이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하셨지 “하나되려고 힘쓰라”고 하진 않으셨습니다. 연합이라고 할 때 그 연합은 연합을 지켜 가기 위한 노력이지 연합하기 위한 노력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이 무너져 온 것은 개교회주의 때문입니다. 여기서 비판받는 개교회주의란 개교회를 잘 돌보는 것을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다른 교회는 돌보지 않고 자기 교회만 돌보는 이기적인 모습을 우린 개교회주의라고 합니다. 다만 어려운 이민교회 현실에 내 코가 석자이니 연합이 무엇인지도 알고, 그 본질이 무엇인지도 알지만 자기 교회 밖의 다른 일에 관여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시카고에서 연합을 반대하거나 혹은 연합 자체에 개념이 없이 개교회주의로 빠진 교회는 없다고 봅니다.

-기독교 윤리 쪽으로 지속적인 공부를 해 오셨는데 연합과 기독교 윤리 문제를 결부시켜서 설명할 수도 있을까요?

기독교 윤리적 측면에서 본다면 연합은 동일한 성경적 가치관으로 교회들이 하나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목회 방침이나 신학적 사상들은 다들 조금씩 다를 수 있기에 이슈가 하나 있다면 그 이슈에 관한 의견도 모두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적 가치관, 성경적 인생관만은 목회나 신학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합니다.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며 성령으로 하나되는 고백은 다를 수 없습니다. 연합은 이런 면에 주목해야 합니다. 서로가 가진 작은 차이에 주목해 우리가 다르다는 측면만을 확인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시카고 교계는 연합 활동이 잘 안된다는 보편적 정서가 목회자들에게 있습니다. 교계의 침체를 교협의 책임으로 보시는 분들도 상당수 계신데요.

우선 교협과 교계는 엄밀히 볼 때 다릅니다. 시카고 교계가 연합이 안된다는 말이나 혹은 교계에 최근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중서부 지역의 문화적 영향이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서부나 동부에 비해서 중서부는 한인사회의 규모나 활동이 적습니다. 또 중서부가 가진 보수적 성향도 있습니다. 무슨 일을 빠릿빠릿하게 해 보려는 사람에게는 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시카고 교계의 활동이 적은 것은 이런 문화적 뿌리와 연관이 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시카고도 최근 몇몇 교회에서 큰 갈등이 발생하기 전에는 이렇다 저렇다 할 만한 문제가 없었습니다.

누군가 시카고 교계에 근간에 생긴 많은 문제들에 관해서 교협의 책임이라고 말한다면, 저 역시 그 문제에 교협이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비판을 가하는 분들이 교협으로 하여금 그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만한 권한 혹은 권위를 부여했는가 묻고 싶습니다. 만약 시카고의 모든 교회들이 이런 문제의 책임을 교협에 돌린다면 그 문제들을 해결할 권한을 교협에 부여해야 합니다. 그러나 교회 갈등 문제는 교단이 개입해야 할 문제이지 교협이 나설 일이 아닙니다. 이런 문제에 교협이 개입한다면 교협 안에도 이쪽 혹은 저쪽을 지지하는 목사님들이 모두 있기에 교협이 갈등의 장소가 되어 버릴 소지가 있습니다. 개교회를 돕긴 커녕 교협조차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에 교협이 나서는 것이 교계의 위상을 증진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대하는 것에 비해 교협의 사업이 부재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교협이 시카고 교회를 위해 각종 사업을 만들어 내는 기관이 아니란 점을 일단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교협은 시카고 교회들을 건강하게 세우는 일들을 해 가는 기관입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요? 큰 행사일 수도 있고 작은 행사일 수도 있는데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 혹은 이벤트성의 집회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것이 연합은 아닙니다. 많은 연합활동 중의 하나입니다. 연합은 가치관의 연합이며 신앙의 연합, 동역 의식의 연합입니다. 멀리 떨어진 교회끼리 서로 잘 모르더라도 서로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레이스교회 성도들에게 어디를 가든지 교회가 보이면 그것이 한인교회건, 미국교회건 축복기도를 해 주라고 권면합니다. 성도들의 이런 의식 자체가 연합입니다. 이런 연합의 정신이 기초된 상태 위에 혹시 미국사회에서 한인들이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핍박받는 일이 생겼을 때 다 함께 모여 기도하자 하고 모일 수 있는 힘이 내재돼 있다면 이미 보이지 않는 연합이 이뤄진 것입니다. 행사도 중요하지만 이런 행사를 하는 기초 위의 연합의 정신이 더 본질적이고 중요하단 뜻입니다.

-네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면에서 각종 사업을 추진하기도 해야 하는데요.

교협이 전통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는 부활절새벽연합예배와 할렐루야집회입니다. 이 두 가지를 기본으로 하면서 외부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교협 임원들이 각 교회의 활동을 후원해 주고 사회에서 한인교계의 도움을 구할 때 모임에 참여해 교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을 합니다. 올해는 자마 지도자 컨퍼런스 후원, 목회자 자녀 한국영어캠프 사역 등을 시카고 교협에서 하려 합니다. 김광태 회장 때 큰 호응을 얻었던 동포돕기 행사도 합니다. 이미 부회장 곽호경 목사가 이 일에 착수했고 당시 행사가 달리기였다면 이번에는 음악회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교협의 조직상 새로워진 점은 무엇인가요?

교협의 임원 가운데 회장, 부회장, 총무, 서기, 부서기, 부회계 등 6명의 목회자가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매달 첫째주 월요일에 기도하고 회의하고 있습니다. 한달동안 교협 사업을 보고하고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그 임원들이 각자 한 아이템을 맡아 그 일을 추진해 가고 있습니다. 회장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추진하던 것을 실행위원들이 분담하게 됐습니다.

새로워진 조직 중 하나는 이단대책위원회입니다. 사실 우리가 직접 이단을 연구할 여력은 부족합니다. 다만 현재 이단으로 확정되어진 단체에 관해서는 우리도 경각심을 갖도록 하려 합니다. 왜냐면 “당신들은 잘못됐으니 고치라”는 차원이 아니라 성도들이 어떤 교회가 건강한 교회인지 구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교협이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년 교회협의회가 기독교방송국에 의뢰해 제작해 오던 시카고 한인교회 주소록을 시카고지역한인교회협의회 회원교회 주소록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교협이 직접 제작하고 있습니다. 교단들로부터 소속 교회의 자료를 받고 있으며 독립교회들은 과거의 자료에 토대해 등재됩니다. 새롭게 생겨나는 교회들은 교협에 신청하면 주소록에 등재될 수 있습니다. 이단 혹은 이단성이 있는 단체들이 자연스럽게 교회라는 테두리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그것이 때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교협은 이단에 대해서 성도들이 알 수 있도록 구분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하며 이 주소록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건강한 교회를 찾는 사람들에겐 이 주소록이 또 다른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올 회기 교협의 주요 목표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 회복을 꼽으셨는데.

앞서 말한 교회 내의 일뿐 아니라 교협은 교회들의 대사회적 사명 감당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요즘은 속된 말로 “사회가 교회 보기를 우습게 안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전과 달리 사람들은 “시카고에서 교회 다니는 사람의 숫자가 몇 명이나 되는가? 20%는 되는가”라고 묻습니다. 전에는 막연히라도 50% 정도가 되지 않을까 추산했고 한인사회에서는 교회와 함께 하지 않고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정서가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은 교회를 필요로 하질 않습니다. 우리가 대사회적인 사명을 회복하자고 하는 것은 없는 것을 찾자는 추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교회의 말과 일들이 권위를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번 신년하례회 때 1백명이 넘는 목회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세상에서는 목회자 1백명이 모인 사실만으로도 교회의 저력을 느낍니다. 사실 사회에서 볼 때는 교계가 분열되지 않고 연합된 모습을 보여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사회는 교회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고 지도를 받으려 할 정도가 돼야 하고 교회는 사회를 섬기고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교회를 말할 때, 제도적 교회도 그렇지만, 각 개인이 교회라는 자각을 갖고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깨끗해야 합니다. 도덕적으로, 신앙적으로 순결해 주변 사람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감히 “당신은 그리스도인이니 큰 희생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양보하는 희생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의 특성상,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이 작게 잘못하면 크게 흉을 보고 작은 선을 베풀면 큰 감동을 받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곳곳에서 순결하게 사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의 영혼 구원은 기본입니다. 복음과 빵을 함께 들고 선교하는 것처럼 교회들도 구제와 사회봉사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교회가 사회를 섬기지 않으면 결국 사회가 교회를 멀리할 때가 오고 맙니다. 크리스천이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거처로서의 환경을 복음 전파 대상으로서 사회로 봅시다.

- 시카고 교계에서 일함에 있어서 작은 교회를 어떻게 감싸안으며 동역할 것인지도 한번 말씀해 주십시오. 큰 교회 위주의 연합 사업에 작은 교회들이 겪는 소외의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일단 작은 교회들의 도움 없이는 교협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회기에 회비 제도를 바꾸었습니다. 전에는 모든 교회들이 1백불씩 회비를 냈으나 이제 성도 수에 따라 회비가 차등적으로 책정되었습니다. 그것이 공평한 것이고 작은 교회들의 참여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벌써 많은 교회들이 회비를 납부해 주셨고 이 중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교회들도 다수 있습니다. 회비 제도만 개선해도 작은 교회들의 참여가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큰 교회, 작은 교회라는 말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크기를 갖고 교회를 파악하려고 하는 시각은 작은 교회 입장에서 일종의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작은 교회 껴안기”란 말보다 “교협에서 활동 중이지 않은 교회 껴안기”라고 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크건 작건 교회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 목회자라면 교회 사이즈에 관계 없이 모두 목회적 식견과 경험을 가지고 서로 배우고 가르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회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각 교단마다 한명씩은 교협 임원으로 배치를 했습니다. 이 임원들이 자기 교단 교회들의 교협 참여를 활성화 하게 됩니다. 모든 교회가 참여할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교협의 사역을 이해하고 그에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카고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하신다면.

각 교회들이 어려움,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개교회가 건강해야 교계가 건강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각 교회들이 건강하게 세워지길 바라며 많은 목회자들이 주변 목회자들과 교제하고 연합하고 있지만 그 교제의 폭을 넓혀서 연합 활동에도 함께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 되어 목회자들 간에 목회적 동역 의식이 확산되길 기대해 봅니다. 어느 한 교회, 혹은 몇 교회만의 교협이 아니라 한인교회들의 교협이 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그리고 이 일을 감당하는 교협 임원들을 위한 기도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