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로 인한 인명 피해가 사망자 100명, 부상자 1,000명 이상으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 이집트를 위해 기도하는 행사가 열렸다.

주일이었던 1월 30일 영국에 본부를 둔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기독교세계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와 이집트기독교인을위한연합행동(United Action for Egyptian Christians)이 주최한 기도회에는 세계의 다양한 교파, 교단에서 5백여명 가량의 기독교인들이 모였다.

이달 중순부터 이집트에서는 지난 30여년간 장기 집권해 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과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지속되고 있으며, 시위대와 경찰 간 대치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무바라크 대통령의 내각 교체 선언이 있었지만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는 중단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 독일 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도 무바라크 대통령이 국민들의 뜻을 존중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도 행사에 모인 기독교인들은 이집트의 이같은 정치적 상황을 위해서도 물론이고, 종교적 상황을 두고도 기도했다. 이집트 기독교인 대부분은 콥틱 정교회 신자들로,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어난 반기독교 공격의 희생이 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영국 콥틱 정교회 대표 앙겔로스 주교는 이집트를 위해 기도할 때 “인간성의 붕괴가 치유되는 데 초점을 둘 것”을 요청했다.

“우리는 하나님의 치유하심을 위해 기도한다. 우리에게 힘을 주시기를, 우리를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지금 이 순간, 이집트 시위대와 진압대, 군부와 대통령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이뤄지기를 기도한다”고 그는 말했다.

한편 앙겔로스 주교는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교파와 교단을 떠나서 고난 받고 있는 이집트의 형제 자매들을 위해 기도할 ‘의무’가 있음을 각인시켰다. 그는 “이집트에 교회는 2천 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들은 계속 이 곳에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이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우리의 기도가 그들을 박해와 차별로부터 평화롭게 지켜줄 것임을 믿는다”고 밝혔다.

이집트에서는 새해 들어 송구영신 미사를 드리고 나오는 교인들에 대한 무차별 총격으로 20여 명이 사망하고, 한 주 뒤에도 기독교인이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무슬림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있었다. 비록 이같은 공격이 이집트 무슬림의 다수인 온건파가 아닌 소수의 급진주의자들에 의해서 일어나고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법 체제가 기독교인들에 대한 차별을 강화해 왔다고 말한다.

이집트는 신분증에 자신의 종교를 기입해야 하는 몇 안되는 이슬람 국가들 중 하나며, 이로 인해 비무슬림들은 교육과 구직, 복지 등의 많은 차별에 노출되고 있다. 이외에 교회를 짓는 데 각종 제약들이 존재해, 많은 교회들이 교인의 가정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기독교세계연대 스튜어트 윈저 디렉터는, 현재 이집트 기독교인들이 정치적인 혼란 상태에서 그들의 미래를 더 불확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우리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세계연대는 기독교인들에 차별적인 이집트의 법 개정을 촉구하는 전 세계 온라인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