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도 감긴 눈을 뜨느라, 무거운 몸을 뒤척이느라 한참 씨름을 벌인 뒤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은 쉬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직장인이 과연 있을까?

이런 직장인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회사가 있다. “직장은 천국 같은 곳이 되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구성원이 최우선이다”라고 외치는 한미파슨스가 그곳이다. 이러한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해 지난 11월에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는 책도 출판했다.

1996년 창립 때부터 ‘꿈의 직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매진해왔다고 밝히는 김종훈 회장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한 명의 인력 퇴출도 없이 고통분담을 통해 극복했다. 아기를 낳으면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3개월까지 최소 6개월의 휴가를 보장해주는가 하면, 암에 걸린 사원들을 위해 회장이 직접 암에 좋은 음식들을 연구할 뿐 아니라, 치료 후 마음 놓고 복직하도록 배려해준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밤낮 상관없이 일을 시키는 기업이 아니라, 고객과 주주에 앞서 ‘구성원이 먼저’라고 외치는 곳. 게다가 창업자의 가족 승계를 당연시하는 기업들과 달리 일치감치 후계자를 발탁하기까지 했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회사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네…….’라고 말이다. 그러나 한미파슨스는 국내 1위 건설사업관리(CM) 기업으로, 2015년 글로벌 톱 10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 탄탄한 회사다. 2010년까지 포함 8년 연속 ‘훌륭한 일터상’을 받았으며, 3년째 대상을 차지했다.

아울러 한미파슨스 김종훈 회장은 이웃을 위해 기업이 가진 역량과 노력을 쏟아 부음으로써 ‘기업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는’, 가진 자의 사명을 실현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도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한미파슨스 김종훈 회장은 회사를 창립했던 1996년부터 “휴가 가서도 동료가 보고 싶어 빨리 돌아오고 싶은” ‘꿈의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2010년 11월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는 책을 통해 기업들에게 과감히 말하고 있다. “일터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라”고. ⓒ한미파슨스
-‘기업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꾼다’는 말에 매우 공감이 됩니다. 이를 위해 한미파슨스는 어떠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까?

“우리 회사의 미션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하여 건설산업의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인류사회발전에 공헌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회사의 존재 이유를 근간으로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기여, 일하기 좋은 일터문화 창달,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 ‘건설산업비전포럼’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국토해양부 주관의 민간전문가 100여명으로 구성된 ‘건설산업 선진화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하며 정부에 건설산업선진화를 위한 ‘비전 2020’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일하기 좋은 훌륭한 일터 만들기는 단순히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진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필요한 선구자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난 1996년 창업 이후 15년간 CM기업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여 사회복지시설의 개선사업을 핵심 사회공헌분야로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CEO를 비롯하여 전 구성원이 전국 35개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여 매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금년 3월에는 구성원들과 함께 자본금을 자발적으로 출연하여 ‘따뜻한 동행’이라는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 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노력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미파슨스의 여성 배려는 어느 대기업 못지 않습니다. 그동안 ‘여성 인식주간’ ‘출산장려금’ 등 앞선 제도 운영 뿐 아니라, 기업이 직접 직원들의 결혼을 위해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최근 보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출산율의 저하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막대한 타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비록 조그만 기업이지만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고, 다른 기업들이 동참하길 원했습니다. 인구 문제는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기업이 나서야 됩니다. 요즘 여성들도 거의 다 직장생활을 합니다. 출산하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계속 근무를 하더라도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성들의 일터인 기업들이 나서서 육아 부담을 해결해줘야 합니다.”

-사실 한미파슨스의 업무가 ‘재미’있지는 않은 일들입니다. 기업평가에서도 ‘재미’ 부분 평가에서는 다른 평가에 비해 점수가 떨어진다고 밝히셨는데, 행복한 직장은 성취감과 자긍심도 중요하지만 재미도 있어야 하지 않을지요. 회장님이 바라보는 천국 같은 직장은 어떤 직장입니까?

“천국의 의미는 ‘완벽을 향한 열정’의 의미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비전을 공유하면서 출근하고 싶어 안달 나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즐겁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경영 원칙을 ‘구성원 우선’ ‘구성원 만족’에 뒀습니다. 예를 들면 백혈병 판정을 받은 중간간부를 돕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자선바자회가 열리고 모금운동을 벌여 물심양면으로 도와 회복하도록 했습니다. 구성원의 불행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분위기는 구성원을 한데 뭉치게 했습니다. 재미는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회사를 좀 더 재미있는 직장으로 만들기 위한 도전은 필요합니다.”

-직장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기업들이 이윤 극대화를 좇았다면, 지금의 기업들은 기업문화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기업문화와 회사 이익 창출의 상관관계에 대해 많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은 막막해 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복지만 신경 쓴다고 기업문화가 잘됐다고 바라볼 수는 없으니까요.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엇보다 CEO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널리 알려진 초우량기업이 아니더라도 즐겁고 행복한 일터 만들기 운동을 통해 구성원이 행복해지고 구성원이 변화하여 경영 성과도 내고 훌륭한 일터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일터를 바꾸면 세상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CEO의 발상의 전환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종훈 회장은 '기업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꾼다'고 강조하며,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등촌 종합복지관에서 실시한 김치봉사 활동 모습. ⓒ한미파슨스

-소비자들도 기업의 사회공헌 여부를 보며 그 회사를 평가하기도 하는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어떻게 사회 공헌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사회공헌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윤이 나지 않는 회사가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회공헌은 남는 것을 적선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내듯 당연히 해야 할 의무입니다. 회사와 구성원이 사회공헌활동을 의무로 인식하는 순간 길이 열립니다. 사회공헌활동을 부가활동 혹은 곁가지 경영전략이 아닌 핵심가치로 인식해야 합니다. 사회공헌을 통해 직원들이 결속력을 높이고 조직에 자긍심을 가지며 사랑이라는 아주 좋은 에너지를 받는 남는 장사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 운과 기 말고도 위험 앞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 즉 ‘깡’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흔들리지 않는 마음입니다. 어떤 위협 앞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지키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걸 걸고 정면승부를 펼치지 않으면 주저앉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깡’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걸 수 있는 신념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회장님이 책에서 언급했듯이 건설업계에 대해 ‘부정·부패·부실’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합니다. 그렇기에 한미파슨스의 투명한 윤리경영 실천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뛰어넘기 위해 치열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경영하면서 내적 갈등의 순간은 없었나요?

“기업윤리와 투명성 원칙을 지키다 보면, 눈앞의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8년 상암동 랜드마크 프로젝트 입찰과정에서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2015년 완공까지 3조 원 이상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우리는 이런 대형 프로젝트는 재무 투자자와 운영자가 주도하고 건설사는 단순히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입찰에는 대형 건설사 위주의 컨소시엄과 당사가 참여한 투자자 및 운영자 위주의 컨소시엄이 참여했습니다. 그때 상대 컨소시엄에서 경쟁 구도를 무력화하고자 당사에게 함께하자는 제안을 하였고, 저희는 큰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회사 한해 매출에 맞먹는 물량과 우리 회사의 근간인 투명한 윤리경영 사이에서 갈등한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경영철학을 고수하기로 마음먹었고, 예상대로 입찰과정에 상당히 부정한 방법이 동원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입찰에서는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직과 투명성이라는 가치를 몸소 지켰고 지금까지 주장해 온 ‘건설산업 선진화’를 실천하며 당당함과 자부심을 얻었습니다.”

-한 사람의 열정과 헌신이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는데 충분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합니다. 한미파슨스의 노력으로 건설업계의 부정적인 인식을 없앨 수 있을까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병리현상이 빚은 재앙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건설인의 한 사람으로서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느꼈고,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접한 CM비지니스를 떠올렸습니다. 한미파슨스를 창업한지 15년이 되어 이제 서서히 CM은 국내 건설업계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설업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으로 시작한 이 길은 쉽지 않지만 상당한 부분에서 변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업계의 부정적인 요인도 개선될 수 있다고 믿으며 역사는 선각자나 리더에 의해서 쓰여진다고 믿습니다.”

-올해 내내 ‘동반 성장’이 화두였습니다. 한미파슨스는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어떻습니까?

“저는 협력업체와는 상호 Win-Win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발주자로부터 돈을 못 받았더라도 우리가 협력업체에 줄 돈은 제 때 잘 주라고 합니다. 지급방법도 100% 현금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가 견실해야 우수한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저희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것이 선순환을 만들어 냅니다.”

-노사관계가 궁급합니다. 노조가 존재하는지, 노사갈등은 없는지요.

“노사협의회라는 법적인 조직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협의체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져 회사 경영에 많은 부분이 반영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희 회사는 경영자와 근로자의 이분법적인 개념이 아닌 임직원들을 ‘구성원’이라고 호칭하고 상호 함께 생활하는 동료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료의 개념이 가능했던 것은 주식을 상장하기 전까지 종업원지주회사로 전 구성원이 주식을 소유한 실질적인 주인이었고, 특히 ‘구성원 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노사갈등은 존재할 수가 없었습니다.”

-창업주이지만, 자녀들이 아닌 투명한 후계자 선정을 통해 이미 후임자를 지정해놨는데. 이는 국내 기업들과 비교하면 대단한 결단력이 있는 행동입니다. 후계자에서 가족을 배제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란 측면에서 후계 승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하여 2004년부터 5년 동안 ‘차기CEO선정 프로그램’을 입안하여 단계별 절차를 실행하였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후계자를 잘못 선정하여 기업이 단시간에 쇠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보다 미래지향적이며 지속성장이 가능한 회사를 만들고자 투명하고 객관적인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의 성과 및 실적을 고려해 사내에서 외국인 포함 약30여명의 CEO 예비 후보자를 선정하고 보직을 바꾸어가면서 경영능력을 배양 하도록 일련의 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 2008년 말 사내외 최고의 인사 및 경영 전문가들로 구성 된 ‘CEO선정위원회’에서 이순광 부사장을 종후보자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으며, 육성 및 평가 후 최종적으로 대표이사(CEO)직을 승계할 예정입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기업들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요즘입니다. 한미파슨스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무엇에 가치를 두고 나아가고 있습니까?

“기업의 내부고객인 임직원들이 먼저 만족을 하게 되면 외부 고객 만족도 당연히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회사의 성과를 높이고 ‘지속가능 경영’이 가능합니다. 또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며 조직에 긴장감도 필요합니다. 창사이래로 끊임없이 변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에는 리스크관리(Risk Management)가 매우 중요하며 전사적인 리스크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강력한 성과관리시스템(한미파슨스 경영관리시스템 : HPMS)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GWP조직문화운동과 한미파슨스의 성장을 견인하는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