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대학부 학생들과 “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란 영화를 본적이 있다. 1998년 만들어진 공포 영화로 Jennifer Love Hewitt이란 청소년 스타를 만들며 히트를 기록해 2편까지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의 내용은 한 여름 파티에 참석했다 술이 취해 우연히 한 어부를 자동차로 치어 죽게 하고 시체를 숨기고 뺑소니 친 4명의 고등학생들이 1년 후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쪽지를 받은 후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원래 공포영화는 잔인해서 싫어할 뿐 아니라 삼지창 같은 무기까지 등장하는 바람에 썩 좋은 기억은 없는데,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오는 아이들이 “나쁜 짓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그나마 위안을 삼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을 보내면서 한가지 흐뭇한 일 때문에 문득 이 영화의 제목이 생각났다. 그것도 소름 끼치는 공포 영화가 아닌 훈훈한 성탄 가족 영화로 내게 떠올랐으니 그 이야기를 잠시 해봐야겠다.

우리 글렌브룩 교회는 2008년부터 성탄 이브 예배를 훔볼트팍 노숙자 식사 봉사와 선물 전달로 대신하고 있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22일로 예정되었던 행사를 준비하러 방문했다가 우연히 24일에는 봉사자가 없어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대접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파 고민을 하다, 교회의 결정을 통해 24일 교회 예배 대신 그 곳으로 가길 결정하게 된 것이다. 2008년은 약 $1,500 정도의 예산으로 식사와 선물 봉투를 100개 겨우 제공했는데, 2009년에는 약 $2,500의 예산으로 훨씬 풍성한 행사를 만들 수 있었다.

▲올해도 글렌브룩교회는 성탄 이브에 노숙자들을 방문해 사랑을 함께 나누었다.
누군가 사람들은 2년은 두고 본다고 했던가? 그 옛말처럼 하이라이트는 이번 2010년이었다. 힘들게 힘들게 교인들이 모은 비용으로 두 해를 버티고 나서, 속으로는 “이 경제난에 올해도 가능할까?”라는 걱정을 하면서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의 전통을 잇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사 준비를 시작했다. 솔직히 “작년만큼만 하면 정말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하지만 “걱정도 팔자랄까?” 성탄이 시간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의 후원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었다.

어린이 합창단 JUMP가 아예 자신들의 정기 공연을 “노숙자들을 위한 성탄 공연”으로 마련하며 수익금 전액으로 노숙자와 봉사자 약 130명이 먹을 햄스테이크와 폭찹이 어우러진 디너를 책임져 줬다. 갈릴리교회에서는 나도 하나 가지고 싶을만한 두툼한 고급 스키용 장갑과 함께 Youth Group이 동원되어 행사장 장식을 다 책임져 주었다. 2년 전부터 각종 선물 구입을 위해 이용해 온 “다소 Trading”의 사장님과 빌립보교회의 여성분들은 재고로 남았던 물품들과 1년간 정성껏 손수 짜셨다는 모자와 목도리 205개를 거저 건네 주셨다. 임광성 목사님이 담임하시는 아이타스카의 베다니UMC라는 미국교회는 함께 써달라며 자켓, 담요, 신발, 등등 약 200개의 물품을 가져다 주셨다. 교회 내부의 사람은 물론이고, 교회를 안 나가는 외부 사람들이 서로 도우러 오겠노라고 난리를 하시는 통에 봉사자들의 스케줄을 짜느라 오히려 ‘행복한’ 걱정을 했다.

참 재미있는 것은 이들에게 “어떻게 이런 좋은 생각을 하셨느냐”고 물었을 때 비슷한 대답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는 네가 지난 겨울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12월 한국 ‘기독교윤리실천’의 조사발표에서 의하면 한국 국민 중 개신교를 신뢰하는 사람의 비율이 17.6%로 5명 중 1명도 안 된다고 한다. 이런 부끄러운 현실 앞에서 올해 시카고에는 크리스천으로 당연히 들어야 할 이야기를 많이 듣는 우리들이 될 수 있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