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신 그리스도가 2천년 전 오신 곳은 역설적이게도 냄새나는 지저분한 곳, 그 중에도 가축의 먹이통이었다. 글렌브룩교회가 올해도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를 찾기 위해 성탄 전야에 교회 밖을 나선다. 약한 자, 낮은 자로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가 자신의 탄일에 머물 방, 누일 곳조차 없었듯, 우리 주변의 약한 자, 낮은 자들도 성탄이 되면 더 큰 소외와 외로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벌써 3년이 됐다. 글렌브룩교회는 훔볼트팍연합감리교회가 운영하는 소셜서비스센터를 성탄 전야마다 방문해 왔다. 1년 내내 노숙자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이 센터가 유일하게 쉬는 날이 바로 성탄 전야다. 자원봉사자들이 교회 혹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글렌브룩교회가 처음 성탄 전야를 교회 밖에서 보낸다고 했을 때, 외부의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다. “왜 거룩하게 성탄 전야를 지키지 않느냐”, “어린이들을 노숙자 봉사에 보내기 무섭다”는 등등이었다. 그러나 이제 글렌브룩 성도들과 어린이들은 연말이 되면 당연하게 이 행사를 준비한다. 특별히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교회 밖에서도 후원과 자원봉사의 손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4일 밤 노숙자와 함께 있는 아기 예수를 찾아 25일 성탄 예배에 모셔 오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예 올해는 성탄 가족 모임을 그곳에서 하겠다는 가족도 생겼다.

2년 전에는 글렌브룩교회 혼자 힘들게 이 행사를 치렀다. 1년 전에는 외부의 자원봉사자들과 헌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올해는 자원봉사자들의 수를 조절해야 할 정도로 자원봉사자의 참여가 늘었고 예산 규모도 작년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한 5천불 상당이다. 타 교회의 적극적인 참여도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다.

백영민 담임목사는 “지난 2년간 이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신뢰를 갖게 된 것 같다. 교회가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이 기쁘고 사람들이 이런 일에 반응하는 것이 감사하다. 행사를 준비하며 아직도 따뜻한 손길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23일 저녁부터 100개의 선물 바구니를 만든다. 이 안에는 후드재킷, 스키 장갑, 털모자와 목도리, 양말, 과일, 간식 등이 풍성하게 담긴다. 글렌브룩교회의 성도들과 여러 뜻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았다. 갈릴리교회 성도들은 1백개의 스키 장갑을 전달해 왔고 빌립보장로교회 여선교회가 2백개의 털모자와 목도리를 직접 짜서 전해 왔다. 미국인교회인 아이타스카베다니연합감리교회의 성도들이 모은 자켓 200개, 담요 40개, 모자 50개도 포함된다. 핸드로션, 손톱깍기, 빗, 속옷, 셔츠, 귀마개 등의 물품도 마련했다. 음식은 글렌브룩교회 성도들과 점프어린이합창단, 갈릴리교회 유스가 함께 준비한다. 음료수, 돼지고기, 햄이 준비됐으며 파이, 아채 130인분도 요리된다.

24일 오후 2시부터 음식을 만들며 오후 5시에 음식을 나눠주며 행사가 시작돼 교회 학교 어린이들의 공연 등으로 마무리된다.

문의) 847-204-2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