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체성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인은 1.5세나 2세뿐만이 아니다. 백인 부모님과 형제들에 둘러 쌓여 미국 문화 속에서 살다가 어느새 자신만 검은 머리카락에 노란 피부를 가진 동양인, 그 중에도 한국인이란 것을 안 입양 어린이들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지난 5일 오후 남부시카고한인연합감리교회에 백인 부모님의 손을 잡은 한인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성탄절을 맞이해 한인 입양인과 함께 하는 파티가 올해로 17년째 열리기 때문이다. 남부시카고교회에서 준비한 한국 음식과 재미있는 놀이가 입양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 행사는 남부시카고교회 이중문화선교회가 해 오고 있다. 7-80년대 이민 와 미국인들과 결혼한 한인 여성들이 조직한 선교회로 입양 어린이 사역, 다문화 가정 사역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이중문화선교회 회장인 강윤자 권사는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백인 부모의 손을 잡고 오는 한인 어린이들을 만나게 됐다. 이 어린이들을 만날 때마다 따뜻한 사랑으로 대하고 이야기 하고 안아 주다 보니 나중에는 부모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강 권사에게 물어 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한복을 빌리고 떡을 마련해서 한국식 돌잔치도 열어 줬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벌써 17년째 하다 보니, 그때 어린이들이 대학생이 되기도 하고 사회로 나가기도 했다. 백인 부모를 가진 한인 어린이들에겐 17년간 만나온 “코리안 그랜드마”들이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자신의 뿌리를 만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강 권사는 말한다. “누가 뭐라 해도 이 아이들은 한국의 미래이고, 우리의 자손이고, 우리의 가족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사랑을 주고 섬기면 이 아이들이 미국의 미래가 되고 한인교회와 교회의 일꾼이 돼요.”

그렇게 남부시카고교회의 입양 어린이 사랑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