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가 늦는 데에는 서구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공자 문화권에서 자랐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한국 선교의 가장 취약점은 문화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일문화권에서 한 언어만 사용해 온 민족이다. 또한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아 늘 방어적이고, 살아 남기 위한 경쟁적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 결과로 상호 갈등이 반복되고 경쟁심의 문화가 형성되어 온 것 같다.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결국은 타민족에 대해 배타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와 같은 배타적 생각은 선교사역에서 큰 장애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선교사역이란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고 모든 민족 안에는 갖가지의 피부색과 특징들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우리의 배타적 생각은 저들을 사랑할 만한 여유를 주지 못했다. 결국 사명 때문에 억지로 가야 하는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 슈퍼볼에서 승리를 거두고 MVP의 영예를 얻은 하인스 워드에 대한 기사로 신문을 온통 덮었다. 한국에서 군인으로 근무했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가 미국 스포츠계에서 최고의 명예를 얻었다. 한국인들에게 그렇게 멸시를 받고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던 그가 졸지에 한국에서 영웅이 되었다. 단순히 한국인의 피가 섞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식 축구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하인스 워드에게 쏠린 관심은 무엇을 말하는가? 한국인들의 지독한 민족주의와 영웅주의가 맞아 들어간 것이다.

우리 민족의 타민족에 대한 배타적 생각은 유대인들보다 한수 위이다. 미국 사람들이 한국인들에게 인종차별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차별한다고 본다. 한국에서 일하는 후진국 노무자들에 대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 문제에 대해 회개하고, 모든 민족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우리의 마음을 채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선교가 성숙하려면 보내는 사람이나 보내심을 받은 사람 모두 같은 마음을 소유해야 한다.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선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목회자나 선교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같이 가져야 할 마음이다. 선교적 사명을 가진 모든 성도는 타문화에 대한 인식과 인종적 포용성을 갖지 않는 한 우리의 선교는 말만이지 마음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왜 미국에 있는 한인들은 흑인들을 그렇게 보기 싫어하면서 아프리카로 선교사를 보내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해서 한참을 웃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제자로서 누구보다도 예수님의 마음을 잘 분별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주님의 지상명령을 직접 받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그가 이방인 고넬료의 친척과 친구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고백했다. "내가 참으로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취하지 아니하시고 각 나라 중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받으시는 줄 이제야 깨달았도다"(행 10:34-35)유대인이 타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그렇게도 힘들고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각 나라의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모인 사람들이다.(계 7:9)우리는 이 지상에서 살면서 하나님 나라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백성들이다. 이 모습이 선교의 결과라고 한다면 우리는 저들과 같이 사는 법을 배워야 하고 타민족, 문화, 언어를 수용해야 한다. 인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저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선교의 마음이다. 이러한 것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이다. 다양성 속에서 하늘나라 시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