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거리는 검정색 왕 호랑나비의 飛翔
크리스챤 텥슬라프의 손 팔놀림은 한 마리의 나비

조용해 진 청중석의 침묵
검정 왕 호랑나비 화려한 날개가
잔잔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꽃밭에서 튕겨 솟아올랐다

휘황한 꽃밭 향기를 맡으며 성숙하더니
모퉁이를 돌아 날개를 흔들어 上昇하여
새파란 하늘가에 터질 듯 포물선 그리다가
보이는 듯 마는 듯 구름 아래로 下降
까만 연미복 어깨에 소리 없이 앉는 듯 마는 듯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도 있다니,
1959 년 어느 날
종로 이가 파고다 공원 앞을 지나다가
차이콥스키 비창 주제곡 3악장을
길모퉁이에서 주워들은 19세의 한 젊은 소년이
그 후 방송 음악 해설가로 생애가 바뀌어서
이제는 음악 안에서 좋아하는
팔십 여세 노년신사 되어 있는 분의 고백을 들으며,

그래, 어느 날 나도
길모퉁이에서 주워들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주제가 다시
60년도 중반 광화문 세종회관에서
이름 거의 잊은 김 영욱 인가 의
바이올린 주자에게 고만 취했다 했는데

오십년이나 흘러 흘러 그 주제는
지금 이 워싱톤 하얀 케네디 콘서트홀까지 따라와서는
저 젊은이 요정
몸 비틀리는 바이올린 그 반짝이는 위에서
검은 연미복 나비가 되어 가볍게 앉았다가
뒤틀리며 튀어 올랐네.

비바람 사이로 내 생명을 감싸 안고
번개 빛을 파고 곤두박질치고 나와서는
하얀 구름 속으로 숨었다가 내려와
다시 꽃 밭 향기로 젖어 너울거리드니
초가을 저녁노을 속으로 사라져 가는 듯

밤하늘 별 떨기 반짝이는
그림자로 차가운 달 구름 속에 숨었나,
마른번개 치는 새벽을 돌아
낭떠러지 곡예로
새벽 꽃밭 꽃잎 위에 흐르는
파란 이슬방울 구르는 소리에 깨어

한들거리는 가을 아침 햇살
반짝이는 강물을 다시 건너질러
한 낮을 돌아 와서는
밤 무도회장 여인의 치마 자락에다
황금빛 큰 포물선을 긋고서
지금은 지휘봉 끝 녘에
가만히 꿈으로 내려앉았네.

그래 나는 이대로 이쯤에서 내 눈을 감아야 되는 거야
내일의 부활을 맞아, 다시 일어나야 하는
나비 은비늘 날개 되어
긴 생애 아픔에 젖은 향기로_ 몸구름 속에 잠겨 낼 가

새아침으로 그곳에서 맞을
새로울 나의 아름다울 생애, 내일의 음악 날개여_


지난 10월 8일 저녁 크리스토프 엣센바흐 지휘로 National Symphony Orchestra의 크리스챤 텥슬라프 Violin으로의 Beethoven Violin Concerto연주를 보기 위하여 Kennedy Center로 찾아갔었습니다. 가을 저녁의 도시풍경에 젖어 운전하면서, 예전 60년도 중반에 서울 광화문의 세종회관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지금 내 기억에는 이름도 분명치는 않지만, 김 영욱으로 기억되는 젊은 연주자의 Beethoven의 Violin Concerto를 하이얀 헌 겁을 어께에 걸치고 연주하였던 것을 보면서, 그 高低音을 넘나들던 음악에, 취하였던 나의 젊었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그 연주가도 지금쯤은 한국 음악계의 어디쯤에서 원로급 Violin주자로 일하고 있으시겠다 하는 생각에 젖었드랬습니다. 그리고 또한 한 달반쯤 전에는 <위 진록>선생님의 노령이심에도, 음악에 젖어 사시는 생애를 지금도 즐겨하시고 계신다는 고백을 들으면서, 우리 어렵고 어지럽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물론, 나 같은 인간적으로는 굽이굽이 구겨져 살아 온 삶에서라도 진실 되고 깊숙한 信仰一線의 바탕과 함께, 또 젊었을 때부터 주워들은, 음악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는 즐거움으로서의 삶의 용기에 고마움을 지금껏 느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