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홍 교수가 바이올린과 함께 무대에 올라 왔다. 도우미들이 그를 위해 임시로 설치된 경사로 위로 그의 휠체어를 힘껏 밀어 주었다. 휠체어 때문에 혼자서는 계단으로 만들어진 무대에 오를 수도 없는 그이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 명성은 휠체어로 인해 더욱 높아졌다. 음악 지망생들이 높은 레슨비를 내면서 음악에 몰두할 때,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불편한 몸으로 도장을 파고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시작한 바이올린으로 그는 현재 오하이오 주 라이트주립대학교의 교수가 됐다. 그 대학의 관현악과장과 오케스트라 지휘자 겸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다양한 연주회와 지휘, 음반작업으로 세계적 명성까지 더하게 됐고 휠체어의 지휘자란 별명까지 얻었다.

24일 차 교수가 선 무대는 한국 실로암안과병원의 시각장애우 무료 개안수술을 위한 자선 콘서트였다. 차 교수 외에도 장로성가단, 예울림합창단, 소프라노 이세희, 피아니스트 이소정 교수 등이 무대에 섰다. 시카고라디오코리아가 주최한 이 행사는 사실상 기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실로암안과병원의 후원을 위한 것이었고 이 병원의 원장은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며 시카고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시각장애우 김선태 목사다. 실로암안과병원은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병원이며 이를 후원하기 위한 이 행사의 출연진도 대다수 기독교인이었다. 장소도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였다. 그러나 기독교인뿐 아니라 비신앙인도 대상으로 한 음악회였기에 드러내 놓고 기독교를 말하기는 힘든 자리였다.

음악인들의 아름다운 연주가 다 끝나고 마지막 순서를 차인홍 교수가 맡았다. 무대에 올라간 그가 바이올린을 조율하더니 사회자에게 뭐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회자가 머뭇머뭇하다가 그에게 다가와 마이크를 건네 주었다. 그는 “제가 연주할 이 곡 ‘오 신실하신 주’는 하나님의 은혜를 노래하는 곡입니다. 제 삶에 있어서 하나님은 가장 필요할 때 은혜를 주시는 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은혜라 부릅니다”라며 간증을 시작했다.

이미 음악회가 1시간을 넘어서면서 주최측이 다소 급하게 순서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마이크를 넘겨받은 그는 5분간 간증을 했다. 자신이 만난 하나님과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간증한 그는 “이 곡이 바로 제 신앙의 간증입니다”라며 바이올린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15분간 그의 찬송가 3곡이 연주됐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간증 외에도 그가 자신의 장애를 두고 한 말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며 이 자선 음악회를 더욱 빛냈다.

“저는 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나에게 왜 이렇게 장애가 있나 원망도 했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완전할 수 없다면 누군가 장애가 있는 것도 어떤 면에서 공평할 수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의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여러분들이 혹시 져야 했던 장애의 짐을 대신 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몸이 온전한 여러분이 도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