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이 담긴 컵 속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려보자. 잉크는 서서히 퍼져 결국에는 물의 색을 옅게나마 변화시킬 것이다. 한 방울의 잉크… 비록 적지만 전체를 변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연합장로교회(담임 정인수 목사)에서 시작된 여성사역이 ‘한 방울의 잉크’처럼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다. 그 속도는 느리고 영향력 또한 적어 보이지만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교회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기에 주목된다.

▲지난달 마지막주 목요일에 시작된 여성감성예배 모습.

올 해 구성된 여성사역위원회(위원장 민경희 장로)는 2003년 태생된 어머니 기도모임으로부터 파생되고 새롭게 생겨난 여러 사역을 아우르고, 지금까지 사역 노하우를 정리해 여성사역에 관심 있는 교회에 전달하며, 이민교회 여성사역의 롤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데 힘쓰고 있다.

교회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지만 교회 내 여성들의 리더십은 여선교회로 대표되는 교회 부엌과 친교 담당 봉사자들로 한정되며, 많은 잠재력을 갖춘 젊은 엄마들이 자녀양육과 불안정한 초기이민생활 가운데 스스로의 능력에 한계를 긋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연합교회 여성사역위원회에서 기존 남성중심의 리더십과 조화를 이루면서 여성 리더십을 개발하고, 여성들 간 네트워킹을 강화하며, 전 연령대에 걸친 여성들의 영적성숙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조명해 봤다.

자발적으로 시작된 여성사역,
숨겨진 은사 발견하고 리더로 세워지는 열매 맺어


▲연합교회 여성사역의 뿌리가 된 어머니 기도모임은 30대 젊은 엄마들이 주를 이룬다.
연합교회 여성사역의 가장 큰 특징은 ‘자발성’이다.

둘루스로 예배당을 이전한 직후 평일 오전 결혼 적령기에 있는 자녀들과 사춘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모여 기도하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참여해 기도제목을 나누고 중보기도가 이어졌다. 리더가 딱히 정해져 있진 않았지만 ‘자녀’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시작된 모임은 입소문을 타고 점차 커지고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지금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80-100여명의 젊은 엄마들이 주로 모이고 있다. 주일 예배 시간에 유아실 혹은 예배당 밖에서 예배다운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여성들의 ‘니드’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과부의 사정은 과부가 알기 때문일까? 기도모임 시간에 아이가 조금 울어도, 큐티를 나누는 중에 아이가 보채도 누구도 인상을 찌푸리거나 서둘지 않는다. 따뜻하고 열린 분위기 속에서 어머니들은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했던 내면의 갈등, 신체적 어려움, 남편과의 문제를 털어 놓고 함께 기도하며 힘을 얻고 있다.

‘자녀를 위한 기도’로 시작된 어머니기도모임은 점차 여성들 자신의 영성 개발과 신앙성숙, 서로를 위한 중보기도, 치유에 초점을 옮겨가고 있다. 기도모임을 시작한 멤버로 지금은 손주를 둔 할머니가 된 유성희 전도사는 이를 통해 소명을 받고 사역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들 자신도 몰랐던 자신 안에 은사를 발견하고 개발해 소그룹 리더로 섬기거나, 중보기도를 이끌고 있는 이들도 여럿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도모임에 참석하는 어머니들이 또 ‘자발적으로’ 성경공부모임 등을 열어 나이대별로 모인다는 것이다.

여성사역의 핵심은 ‘기도’,
여성사역의 영향은 ‘나비효과’


▲여성사역을 이끌어 가고 있는 민경희 장로(좌)와 여성사역위원회 총무 진은경 집사(우)
여성사역위원회 위원장 민경희 장로와 총무 진은경 집사는 여성사역의 핵심은 무엇보다 ‘기도’라고 했다. 어머니 기도모임에 뿌리를 두고 있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사역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쉬지 않고 기도하는 중보기도팀이 든든하게 있어 인간적인 생각과 계획을 뛰어 넘는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사역에 앞서 기도를 많이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성령께서 도와주셔야 완성됩니다. 위원회 월례회를 할 때 지난 사역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일들을 계획하면서 늘 하는 말이 ‘우리가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맙시다. 최선을 다해 90%까지는 할 수 있지만, 나머지 10%는 성령께서 하셔야 합니다’ 예요. 그러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더 기도하게 되죠.(민경희 장로)”

“얼마 전 시작된 여성감성예배도 준비시간이 정말 촉박했는데, 필요할 때마다 준비된 사람을 붙여주셨어요. 위원회에서 논의된 많은 일들 중에 정말 좋겠다 했던 것은 의외로 흐지부지되고,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을 들어 쓰시는 것을 보면 하나님께서 일 하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되요. 위원회도 모일 때마다 기도하지만 여성사역을 위해 기도하시는 분들이 있어 성령님의 인도하심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진은경 집사)”

그렇다면 여성사역의 발전이 교회에 주는 영향은 어떨까?

진 집사는 ‘나비효과’를 들어 설명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한번이 지구 건너편에서는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처럼, 여성사역은 어떻게 보면 굳이 필요 없는 작은 날갯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사역을 통해 치유 받은 여성들이 기도와 말씀으로 무장하게 되면 가정을 살리고, 교회를 섬기는 일에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가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드러나지 않듯이 교회에서 여성의 일들이 그렇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로 섬기는 일, 남편을 신앙으로 세워 교회의 사역을 감당하게 하는 일, 자녀를 신앙으로 양육하는 일 어느 한가지 중요하지 않은 게 없죠.”

실제 여성사역을 통해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던 여성들이 그 깊은 상처가 치유돼 가정에 충실하게 되고, 이민자로서 언어와 문화적 위축, 남편으로부터의 위축, 교회에서 여성역할의 위축으로 눌려있던 여성들이 성령 안에서 자유함을 얻고 자신의 달란트를 마음껏 발휘하게 된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전환점이자 교회적으로는 은사사역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 및 균형 잡힌 리더양성이 과제

민경희 장로에서 현재 여성사역이 어디까지 왔는지 물었다. 그녀는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 같아요. 그런데 너무 목이 말라서 빨리 자라고 싶어하죠. 아직 아기니까 조금 미숙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잘 자라나도록 기도로 키워야죠(웃음)”이라고 답했다.

여성사역위원회의 현재의 과제는 체계적인 리더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훈련이다. 리더들이 자발적으로 세워져 은사대로 섬기고 있지만 말씀에 기초한 견고한 훈련이 없으면 크고 작은 환경에 흔들리게 되기 때문.

▲큰 기대 없이 시작한 여성교실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은 주일 오후에 열리는 미술반 모습.

미국 내 한인교회의 여성사역이 미비한 상황인 만큼 한국 내 전문 여성사역과 미국교회의 사역을 배우고 있다. 아직은 ‘갓난아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마저도 배우고 싶어하는 교회들이 있어 유성희 전도사는 지금까지 연합교회의 사역 노하우를 정리해 요청이 있을 때마다 전하고 있다. 내년쯤에는 관심 있는 교회를 초청해 직접 여성사역을 체험하고 배워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여성들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사역을 개발하고 돕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교회에서 이뤄지는 구제사역이라 할지라도 싱글맘 돕기나 여성 우울증 상담 같은 문제는 같은 여성들의 세심한 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들의 사역과 활동이 커질수록 가정에 소홀해 질 수 있기 때문에 가정과 교회, 일터에서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앞선 리더십들이 균형을 잡도록 멘토링 해주고 있다.

어머니 기도모임과 여성교실이 꽃을 피우는 가운데 얼마 전 시작된 여성 감성예배를 자리잡도록 돕고, 앞으로는 여성의 밤 행사, secret sister 등 여성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사역을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민경희 장로는 앞으로 비전에 대해 “예수님께서 비천한 자, 창녀, 낮은 자를 부르시고 세우셨듯이 여성사역은 여러 가지 환경과 문제에 눌려있고 힘들어 하는 여성들을 일으켜 리더로 세우고, 결국엔 교회의 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성 리더십을 양성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