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은 사교육비와 물가상승, 줄어든 직장 수명 등을 이유로 정규 직장과 부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투잡(two jobs)족’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목회 현장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미자립·개척교회, 즉 작은교회 목회자들이다.
“심신 지쳐 은혜를 전할 수 없는 게 가장 안타까워”
신학교를 졸업하고 한 중형교회 부목사를 거친 뒤 지난 2009년 초 인천에 교회를 개척한 K 목사는 이후 1년 간 목회에 전념하다 올초 투잡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가 하는 일은 집집마다 녹즙과 우유를 배달하는 일.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이 일을 한다. 전도와 교인 성경공부 등 목회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에 그는 새벽에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
한 달간 일한 뒤 그가 받는 급여는 대략 90여만원. 여기서 일할 때 필요한 오토바이 연료비를 감하면 80만원이 남는다. K 목사는 이 돈으로 자신과 아내, 아이 셋의 한달 생활비를 충당한다. 그 외 수입은 전혀 없다.
K 목사는 “여섯 명의 교인들이 있지만 헌금 수입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교회 유지비와 각종 공과금, 전도용품비 등 매월 고정적인 비용이 든다”며 “모아둔 돈을 쓰다 그것마저 모두 떨어져 부업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다. 목회에만 전념해도 교회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마당에 왜 부업을 갖느냐는 것이었다”면서도 “아이들이 ‘우리 아빠는 돈이 없다’고 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가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K 목사는 “매일 새벽 오토바이를 타다보니 허리가 많이 안좋아졌다. 이 일도 곧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심신이 지쳐 교인들에게 은혜를 전할 수 없는 처지가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을 하는 이유: “목회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
서울 상계동에서 3년 전 교회를 개척한 J 목사는 한 영어학원에서 중학생 원생들을 위한 차량을 운행한다. 현재 교인수는 10명 남짓. 물론 헌금 수입은 미미하다.
그는 보다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 때 충남 공주 야산에서 칡뿌리를 캐기도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칡뿌리를 캐고 토요일 서울로 올라와 다음날 있을 예배를 준비했다.
그가 일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목회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J 목사는 “매월 말이 되면 각종 세금과 예배당 월세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일을 하지 않았을 땐 목회 고민보다 돈 고민이 더 많았다”며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목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예배당 조차 유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털어났다.
그에겐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들이 있다. 학원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는 “부업을 한 후로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며 “가끔이지만 아이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J 목사는 “일을 하고부터 목회에도 더 활력이 생겼다. 두 일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만 매일 돈 걱정만 하던 때보단 지금이 훨씬 낫다”며 “하지만 교회를 너무 오래 비워두는 것 같아 그게 마음에 걸린다. 아무래도 예배당에서 기도하는 시간은 전보다 적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주변에 목회와 부업을 병행하는 목회자들이 상당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잡 목회자에 대한 편견 버리고 지역교회 관심 높여야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개신교의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목회자 중 30%가 파트타임 목회를 하고 있으며 남부침례교의 경우, 목회자의 40%가 교회 이외의 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 목회자는 “재정적인 이유로든 사람들과 가까이 생활하기 위해서든 목회자들이 다른 직업으로 생활전선에 나서는 것은 이미 주요한 추세가 됐다”고 밝혔다.
작은교회 목회자들의 ‘투잡’과 관련해 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 이창호 목사는 “목회자들이 목회에만 전념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업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투잡을 가진 목회자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작은교회 목사는 대형교회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에 꼭 하나 이상의 대형교회가 있다”며 “그들이 말로는 작은교회를 돕는다고 하지만 실상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심지어 타교회 교인들까지 그들 교회로 끌어들이려 한다. 해외선교에 들어가는 비용도 지역선교에 더 할애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심신 지쳐 은혜를 전할 수 없는 게 가장 안타까워”
신학교를 졸업하고 한 중형교회 부목사를 거친 뒤 지난 2009년 초 인천에 교회를 개척한 K 목사는 이후 1년 간 목회에 전념하다 올초 투잡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가 하는 일은 집집마다 녹즙과 우유를 배달하는 일.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이 일을 한다. 전도와 교인 성경공부 등 목회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에 그는 새벽에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
한 달간 일한 뒤 그가 받는 급여는 대략 90여만원. 여기서 일할 때 필요한 오토바이 연료비를 감하면 80만원이 남는다. K 목사는 이 돈으로 자신과 아내, 아이 셋의 한달 생활비를 충당한다. 그 외 수입은 전혀 없다.
K 목사는 “여섯 명의 교인들이 있지만 헌금 수입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교회 유지비와 각종 공과금, 전도용품비 등 매월 고정적인 비용이 든다”며 “모아둔 돈을 쓰다 그것마저 모두 떨어져 부업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다. 목회에만 전념해도 교회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마당에 왜 부업을 갖느냐는 것이었다”면서도 “아이들이 ‘우리 아빠는 돈이 없다’고 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가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K 목사는 “매일 새벽 오토바이를 타다보니 허리가 많이 안좋아졌다. 이 일도 곧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심신이 지쳐 교인들에게 은혜를 전할 수 없는 처지가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목회와 부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투잡족’으로 나서고 있다. 부업에는 우유배달, 택시운전, 학원차량 운행 등 다양하다. ⓒ 김진영 기자 |
일을 하는 이유: “목회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
서울 상계동에서 3년 전 교회를 개척한 J 목사는 한 영어학원에서 중학생 원생들을 위한 차량을 운행한다. 현재 교인수는 10명 남짓. 물론 헌금 수입은 미미하다.
그는 보다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 때 충남 공주 야산에서 칡뿌리를 캐기도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칡뿌리를 캐고 토요일 서울로 올라와 다음날 있을 예배를 준비했다.
그가 일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목회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J 목사는 “매월 말이 되면 각종 세금과 예배당 월세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일을 하지 않았을 땐 목회 고민보다 돈 고민이 더 많았다”며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목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예배당 조차 유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털어났다.
그에겐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들이 있다. 학원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는 “부업을 한 후로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며 “가끔이지만 아이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J 목사는 “일을 하고부터 목회에도 더 활력이 생겼다. 두 일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만 매일 돈 걱정만 하던 때보단 지금이 훨씬 낫다”며 “하지만 교회를 너무 오래 비워두는 것 같아 그게 마음에 걸린다. 아무래도 예배당에서 기도하는 시간은 전보다 적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주변에 목회와 부업을 병행하는 목회자들이 상당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잡 목회자에 대한 편견 버리고 지역교회 관심 높여야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개신교의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목회자 중 30%가 파트타임 목회를 하고 있으며 남부침례교의 경우, 목회자의 40%가 교회 이외의 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 목회자는 “재정적인 이유로든 사람들과 가까이 생활하기 위해서든 목회자들이 다른 직업으로 생활전선에 나서는 것은 이미 주요한 추세가 됐다”고 밝혔다.
작은교회 목회자들의 ‘투잡’과 관련해 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 이창호 목사는 “목회자들이 목회에만 전념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업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투잡을 가진 목회자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작은교회 목사는 대형교회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에 꼭 하나 이상의 대형교회가 있다”며 “그들이 말로는 작은교회를 돕는다고 하지만 실상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심지어 타교회 교인들까지 그들 교회로 끌어들이려 한다. 해외선교에 들어가는 비용도 지역선교에 더 할애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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