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들에게 시카고가 주요 활동 무대가 되고 있다고 시카고 트리뷴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 봄 인디애나주무신론자버스캠페인(Indiana Atheist Bus Campaign) 단체와 미국인본주의협회(American Humanist Association)가 창세기 구절을 비꼬아 ‘태초에 인간이 신을 창조했다(In the beginning, man created God)’라는 문구를 시카고 버스 광고에 실은 데 이어, 몇 달 후 시카고이성주의연합(Chicago Coalition of Reason)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꼭 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No one needs God to be good)’라는 문구를 시내 광고판에 게재한 바 있다.

기독교계는 이 사건에 관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지만 무신론자들은 광고 자체를 하나의 ‘성과’로 간주하고 있다. 위스콘신 주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올해 미국 국가 기도의 날 위헌 소송을 주도하며 유명해진 종교로부터의자유재단(Freedom From Religion Foundation)이 또다른 화제를 일으키기 위해 선택한 곳 역시 시카고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시카고 교통국이 운영하는 시내버스들은 ‘일요일엔 푹 자라(Sleep in on Sundays)’라는 문구의 광고를 내걸고 도시 곳곳을 누비고 있다. FFRF가 사들인 이들 광고는 주일 예배에 나가느니 차라리 느긋하게 늦잠을 잘 것을 권하며, 그들 단체의 이름과도 같은 ‘종교로부터의 자유’를 시카고 시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광고 운동을 펼치기를 계획하고 있는 그들이 시카고를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이 곳에 우리들의 생각을 받아들일 자유사상가들(freethinkers)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고 FFRF측은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신문은 20세기 미국 합리주의 운동이 시작된 곳이자 종교적 다원주의가 우세한 시카고가 과거의 무신론자들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의 사상을 전파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의 무신론자들에게 흥미로운 장소가 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같은 무신론자들의 행동들은 미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오랜 시간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종교인들이라는 지배적 다수에 반대해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확장시켜나가고자 하는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수의 종교인들에게 기존의 종교적 신념과 관습은 쓸모 없는 것이니 당장 내던져야 한다는 식의 과격한 메시지들은 반감을 불어넣고 있다. “자신의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 위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불쾌감을 주는 일이 옳은지 모르겠다. 시카고 내의 종교인들 대부분이 아마도 공격 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고 시카고시종교지도자협의회(Council of Religious Leaders of Metropolitan Chicago) 디렉터인 폴 럿거스 목사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