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소용돌이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던 지난 1월 28일 오바마 대통령은 12명의 글로벌 기업 최고 경영자들을 초청했습니다. 민간 경제계 인사들로부터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을 들으려는 자리였습니다. “지금은 단순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보다는 국가 기반 시설과 경제를 변화시킬 만한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입니다.” 사무엘 팔미사노 IBM회장은 예상대로 혁신기술 개발론을 강조했습니다.

IBM은 그런 기업이었습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신기술을 창조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이어온 기업이었습니다. 길지 않은 정보기술(IT)산업의 역사지만 종합적인 경쟁력에서 IBM에 필적한 기업은 없었습니다. IBM이라고 세계 금융위기의 무풍지대는 아니었습니다. 이 회사의 올(‘09)1분기 매출은 217억1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1%감소했고, 순이익 역시 1%줄어든 23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적자 내지 도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 한다면 분명히 남다른 데가 있었습니다. 팔미사노 회장 자신도 “매우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분명히 선전했다”고 자평했을 정도였습니다.

비결이 뭘까? 해답은 IBM식 생존법인 경영혁신에 있습니다. IBM은 원래 PC회사입니다. IBM의 역사는 곧 PC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IBM은 2000년대 들어 새로이 부상하는 고부가가치 영역에 진출하기 위해 PC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등 범용상품 사업을 매각했습니다. 자신들의 뿌리인 사업이라도 수익성과 장래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포기하는 것이 바로 IBM식 경영혁신의 요체인 것입니다. IBM은 지난해까지 100여 개의 관련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IT비즈니스 분석과 컨설팅, 그린솔루션 등의 서비스 쪽에 주력했습니다. IT제조업체(PC생산)에서 IT서비스업체(컨설팅)로 180도 변신한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제조업체가 서비스업체로 전면 탈바꿈한다는 것은 웬만한 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IBM에게 제조업 시절이든 지금의 서비스업 시절이든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R&D입니다. 세계 경기와 관계없이 연구개발 투자만큼은 지속 확대 한다는 것이야말로 IBM역사를 관통하는 경영철학입니다. 2004년 56억7천만 달러, 2006년 61억7백만 달러, 2008년 63억3천만 달러로 계속 증가하는 것과 비례하여 2002년 812억 달러였던 매출이 2008년엔 1036억 달러로 상승했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시련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사람)과 실패한 기업(사람)의 차이는 시련의 유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련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IBM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14년 토마스 왓슨이 설립한 IBM은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모든 업종을 막론하고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가장 오래갈 것 같은 기업으로 여겨졌습니다. 각종 언론이 꼽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리스트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절대강자일 것 같았던 IBM위세도 1980년대 중반이후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비대해진 조직과 타성에 빠진 경영문화는 급변하는 시장을 읽지 못한 채 탄력성을 잃었고 의사결정지연과 생산성 하락 등의 부작용을 일으켰습니다. 뒤늦게 위기를 깨달은 경영진은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제과 업체인 나비스코의 루이스 거스너 회장을 영입했습니다. PC업계와는 무관한 제과업체 출신이었지만 거스너 회장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난파직전의 IBM을 구하는데 성공하여 5년 만에 모든 사업이 흑자로 전환됐고, 무려 80억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거스너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2002년 3월) 사무엘 팔미사노 회장은 IBM의 사업 구조조정을 이끌어낸 인물입니다. IT서비스로의 전환에 대해 논란과 반대가 많았지만, 결국해냈고 그 결과 IBM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브릭스(Brics)등의 신흥시장과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환경적인 시련과 문제 때문에 실패하고 낙오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자기 혁신의 실패로 생존경쟁에서 낙인 되는 것입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할 수 있을 때 승리가 보장되는 것입니다. 혁신하고자 할 때마다 저항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타성을 벗어나기 싫어하는 본능이 그것입니다. 또한 타성과 단짝인 안일무사가 강력한 장애물이 됩니다. 그것을 과감히 돌파할 수 있는 투지가 위기를 성공의 기회로 만들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