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24년 살았지만 장애인을 둔 부모(Caregiver)가 혜택을 위해 어떤 구체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다룬 프로그램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 동안은 언어를 못하고 남의 나라에 사는 죄라고 여기고 가슴 한 켠에 묻고 있었던 말을 오늘에야 할 수 있다”

27일 조지아 주정부 장애발달협회(Georgia Governor’s Council of Development) 주최로 열린 ‘조지아 아시안 발달장애우 제 1회 평가발표회’에서 장애인을 둔 한국계 부모의 눈물 어린 말이다.

이번 발표회는 미국 전체에서 아태계열 이민증가율 2위를 ‘조지아’가, 미국 주요 도시 중 아태계열 이민 증가율 3위를 ‘애틀랜타’가, 미국 카운티 중 아태계열 이민 증가율 1위를 ‘귀넷 카운티’가 각각 차지한 가운데, 급증하는 아태계열 이민자에 대한 이해증진을 위해 주정부 차원에서 개최했다.

발표회에는 50여 명의 장애인 부모 혹은 친인척들이 방문해 경청했다. 한국인은 10명 안팎이었으며, 인도계, 베트남계, 중국계 등 다양한 아시안들이 함께 참석했다. 참석한 사람들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은 조지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반겼으며, “조금만 더 일찍 개최 됐더라면 더 좋았겠다”고 아쉬움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미국 오면 장애 가진 자녀 잘 키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부모,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 문화적 장벽’ 꼽아


먼저, 샤론 정 씨(팬 아시안 센터 코디네이터)가 ‘아태계열 이민자 장애인 가족이 지닌 어려움과 고충에 대한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장애를 지닌 부모이자 아태계 이민자로서 가지는 고충에 대해 조사에 응한 대다수는 ‘언어 문화적 장벽’을 가장 큰 고충으로 호소했으며, 이에 따른 어려움으로 ‘장애인 혜택을 알아보는 어려움, 통역관이 없어 겪는 답답함, 미국사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편견, 고립감’ 등을 힘든 부분으로 꼽았다.

조사에 응한 30명은 장애를 가진 이의 부모 혹은 친척으로 아시아계 인디언 미국인(25%), 중국계 미국인(15%), 한국계 미국인(30%), 베트남계 미국인(30%)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참여한 대다수 한인은 “장애인에 대한 혜택이 많다고 해서 미국에 이민 왔다. 막상 와보니 영어를 몰라 혜택 받을 수 있는 길이 제한적이고, 자녀를 양육할 지식이 부족해 한계를 느낀다”고 답했다.

패널토의에 참석한 한국계 루시 안(Lucy Ahn) 씨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29살 뇌성마비 딸을 가진 어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조지아에서 24년 살았지만 장애인을 둔 부모(Caregiver)가 혜택을 위해 어떤 구체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다룬 프로그램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 동안은 언어를 못하고 남의 나라에 사는 죄라고 여기고 가슴 한 켠에 묻고 있었던 말을 오늘에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감격했다. 또 “프로그램으로 그치지 말고 장애인과 그 가족을 돕는 구체적 사업을 이뤄주시라”고 아시안센터에 당부했다.

커뮤니티 차원에서 일어나야 개선될 수 있을 것
주정부 ‘도울 수 있는 것 적극 돕겠다’ 의지 밝혀


루시안 씨 발언을 이어 마이크를 이어받은 주정부 관할 장애발달 협회(Georgia Governor’s Council of Development) 에릭 제이콥슨 씨는 “아태계열 이민자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고 전하며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 그러나 개인이 할 수는 없다. 팬 아시안 센터 같은 커뮤니티 차원의 강력한 움직임이 있을 때 주(State)에서도 조치를 취할 수 있으니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덧붙여 “학교나 직장에서 혹은 어떤 사회적 활동에서 정상인과 동일한 장애인들의 생활보장을 위해 일심 투구하고 있다”고 전하며 참석한 부모를 격려했다.

제이콥슨 씨는 “법안이든 재정지원이든 도울 수 있는 최대한 돕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