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미국 LA에서 일어났던 흑인 폭동은 아직도 많은 이들, 특히나 당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민족이었던 한인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남아 있다.

인종간의 벽을 없애고 4•29 LA흑인폭동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의 4•29 LA 폭동 포럼이 지난 29일 오후 8시 사우스베이한인교회 (담임 하워드 김 목사)에서 열렸다. 이 포럼은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행사에서는 흑인, 1.5세 한국인, 히스패닉 등 각 민종을 대표하는 이들이 나서 흑인 폭동 때의 일을 회상했고, 피부와 인종은 다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원만한 대인관계와 이웃간의 관계를 통해서만이 4•29 LA 폭동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폭동 당시의 일을 회고 하고 나아갈 바를 제시하기 위해 나선 1.5세 마이클 홍 집사는 “1980년대 이민을 왔다. 아버지께서는 시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일을 하고 계셨는데 4•29 LA 폭동 때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당시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며 기억을 떠올릴 때 마다 가슴이 아프다. 여기 모인 분들 대부분이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과거를 거울 삼아 많은 이들과 어울려 잘 사는 방법은 오늘 행사와 같이 과거의 일을 뒤돌아보고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흑인 대표로 나선 로이스 콜 사모는 “다양한 민족이 사는 이 땅에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 그것은 미소로 시작할 수 있다. 미소는 사랑의 시작이고, 평화는 미소에서부터 온다. 선의는 협박을 통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사랑하기 위해선 서로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 대표로 나선 새창조교회 최학량 목사는 “흑인 폭동 당시 많은 한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곳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차별 없이 이웃을 대했고 원만한 관계성을 형성한 탓이다. 이처럼 평소에 관계가 좋아야 도움을 받을 수 도 있다. 우리는 한 국가에서 사는 한 국민이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행사에 참여한 김재춘 권사는 "이런 행사를 통해 평소 인사 조차 할 기회가 없었던 다른 민족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고 이런 기회를 통해 민족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같아 좋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행사를 주최한 하워드 김 목사는 “역사는 반복된다. 흑인 폭동이 17년 전의 일이지만 다민족이 사는 미국에서 어느 민족과의 마찰로 인해 또 다시 끔찍한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다른 민족에 비해 타 민족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한인들이 이런 행사를 통해 민족간의 벽을 깨고 다민족이 사는 미국에서 세계관을 바꾸고 하나되어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