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신년을 맞이해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세번째 인터뷰는 휄로쉽교회 김형균 목사다. 김 목사와의 인터뷰는 휄로쉽교회 목회자실에서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김 목사는 전형적인 미주 한인 1.5세로 많은 이민자들이 그러하듯 로스앤젤레스로 이민 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에는 아이비리그로 꼽히는 코넬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소명을 받고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수학하며 목회자가 됐고 이후 Intercultural Studies로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갈보리장로교회 EM 목사,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선교목사를 거쳐 1997년 휄로쉽교회 3대 목회자로 부임해 10년을 목회했다.
-척박한 시카고 교계의 현실을 진단할 때, 목회자 공석 현상을 최대의 화두로 꼽습니다. 원로급 목회자들의 은퇴, 중간급 목회자들의 타 지역으로의 청빙, 신임 목회자들의 사임이 그 원인입니다. 지금은 20여개 교회가 그런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시카고 지역의 독특한 보수적 성향이나 풍토와 연관시킬 수 있을까요?
이것이 시카고만의 문제입니까? 시카고 지역의 성도들이 특별히 강퍅해서 생기는 문제입니까? 저는 담임목사와 교회의 만남을 한마디로 ‘결혼의 관계’라고 정의합니다. 연애 기간동안 충분히 서로에 관해 알고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며 그것을 극복한 후 하는 결혼과 중매해 일단 결혼을 한 후에 갈등을 겪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죠. 요즘은 목회자들은 많고 사역지는 부족합니다. 자신이 부임할 교회에 관해 충분히 알지 못하고 부임합니다. 성도들도 그 목회자의 설교만 몇번 들어보고 담임목사로 모십니다. 목회자건 성도건 개개인을 만나 보면 다 좋은 분 아닙니까? 그러나 관계의 문제에서는 서로 갈등을 빚고 쌍방간에 문제를 용납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럼 이런 관계의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당장 공석 현상인 교회에 몇 년을 두고 담임목사를 청빙하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요.
첫째로 목회자를 만드는 것은 성도입니다. 다 준비된 목사가 와서 목회해 주길 바라는 것이 잘못입니다. 목회자가 오자마자 교회를 성장시키고, 성도들의 모든 요구를 다 수용해 낼 수 있습니까? 둘째로 목회자들도 자신이 부임하는 교회가 ‘각종 베스트셀러에서나 나올 법한’ 준비된 교회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신이 하자는 것을 다 적극적으로 능력있게 받쳐 줄 수 있는 교회가 몇 개나 되겠습니까? 목회를 사역중심적으로만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역이 아니라 삶으로 봐야 합니다. (성과에만 집착하는 목회 방식을 지적하는 표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은 기다려 주고 도와 주고, 목사는 성도를, 성도는 목사를 키워 주어야 합니다. 목사들은 2,3년 해도 성도들이 안 도와 준다고 떠나고 성도들은 목사가 한국의 대형교회처럼 못한다고 배척하면 안됩니다. 이민교회 중에 안 힘든 교회가 없습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부부관계처럼 생각하면 됩니다.
- 아주 적절한 설명입니다. 이 문제를 시카고의 문제로 상황화 시켜 보면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위의 답은 모든 이민교회에 적용될 수 있는 해답인 것 같습니다. 시카고 지역은 특별히 지금 세대교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대안없는 비판이 될까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시카고에서 대형교회를 이뤄내신 존경받는 분들이 후진을 양성하시는 면에서도 좀더 두각을 드러내 주셨으면 좋았겠습니다. 담임목회자로 계실 때, 부목사, 전도사로 있는 목회자들이 담임목회자로 준비될 수 있도록 해 주셨다면 지금과 같은 리더십 부재 현상은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목회란 것이 그렇게 오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저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안수받을 때만 해도 ‘젊은 목사 김형균’이란 말을 들었는데 저도 어느덧 ‘올드 타이머’가 됐습니다. 한 교회에 와서 이 교회에 적응하고 그 교회의 문화를 이해하고 발전의 단계로 들어서기까지 4,5년은 걸렸습니다. 그 교회를 알고, 그 지역의 풍토를 알고, 그 교회가 오랜 기간 추구해 온 비전을 이해하고, 먼저 적응한 선배 목회자들이 후배 목회자들을 키웠다면 그 교회에 리더십 위기가 오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차기 리더십 문제를 언급하시니 미주 한인교회에서 2세 문제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목사님은 “The Effect of Assimilation within the Korean Immigrant Church”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셨고 2세 목회 전략에 있어서 다양한 강의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휄로쉽교회에서 10여 년 전 개척한 2세 한인교회인 하베스트 커뮤니티 교회는 미주에서도 대표적인 2세 한인교회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인교회 중 성공적으로 2세 교회를 개척해 낸 교회가 거의 없지요?
영원히 함께 가려고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말은 1세 교회와 2세 교회의 리더가 1세 교회 담임목회자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경우, 1세 교회의 담임목회자가 2세 교회의 리더 위에서 목양하며, 2세 교회 리더에게 재정 결정권 등을 일임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2세 교회는 1세 교회에 소속된 하나의 부서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런 형식 자체가 2세로 하여금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게 합니다. 자녀가 결혼을 해서 이제 경제력도 있고 자녀도 낳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집이 너무 좁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분가시켜야지요? 그것처럼 우리의 2세 교회도 처음에는 1세가 키워야 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2세 교회가 큰 다음에도 1세 교회가 기득권을 주장하면 됩니까? 누가 자신의 자녀에게 그렇게 합니까? 부모 입장에서 축복하며 독립시켜 주어야지요.
- 하베스트교회는 현재 어떤가요?
13년째 독립된 교회로 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휄로쉽교회가 목회자 사례도 다 하고 모든 것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별도로 당회가 구성돼 있고 휄로쉽교회와 대등합니다. 재정 능력은 휄로쉽교회의 60%, 교역자 수는 50% 정도입니다. 물론 휄로쉽교회가 예배 장소나 공간을 모두 빌려 줍니다. 예배 때는 파킹이 부족해서 많은 분들이 다른 교회로 가기도 하십니다. 주일예배의 경우 하베스트교회가 메인 시간 대예배를 드릴 때는 휄로쉽교회가 체육관에서 예배 드립니다. 많이 불편하죠. 그러나 우리 교회는 이렇게 2세를 섬기면서 갑니다.
-하베스트교회가 이제 따로 나가겠다, 독립하겠다, 그런 의사를 보일 때가 없었나요?
물론 많았습니다.
-안 섭섭하셨나요?
인간적으로 보면 아주 많이 섭섭했죠. 그러나 그들 스스로 독립할 능력이 됐다고 판단한다면, 그들이 나간다고 할 때 보내 주려 합니다. 그럼 우리 1세 교회가 2세 교회를 하나 개척했다는 자랑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일을 위해서 2세 교회를 개척했으니 그대로 해야지요. 하나님 앞에 1세 교회가 칭찬받을 겁니다.
-2세 교회 개척 사례를 다른 교회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1세 교회의 교세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세 교회 교인이 50명인데 2세 교회를 개척해 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 교단 내에서 작은 교회들이 뭉쳐서 2세 교회를 개척하면 되는데 이것이 각 교회에서 감당해야 하는 교세적인 면이나 헌금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입니다. 2세 사역자 양성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각 교회가 연합해서 하면 대안이 나올 법 한데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1세 교회의 사명이 있다면 2세 교회의 사명도 따로 있겠지요?
2세 교회가 다문화 미니스트리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베스트교회도 한인이 아닌 백인, 히스패닉, 흑인 등 타인종이 20% 정도 됩니다. 그들은 미국 사회에서 다문화적 교회로서 사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2세 교육, 2세 목회자 양성에 있어서도 교회 간의 연합이 필요해 보입니다. 시카고 지역 교계가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까요?
교회협의회가 2세들을 위한 장을 열어 준다면 굉장히 좋겠습니다. 교단 차원에서도 쉽지 않았던 일이지만 교협이 나서서 그런 사업을 만들어 주고 장을 열어 주고 재정적 지원도 해 주면 이 일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1세들이 주도해서는 안되고 2세들이 주도하고 교협은 뒤에서 지원하는 형식이 되어야 2세들이 나선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교협이 이런 일을 해 준다면 재정적으로나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려는 후원자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됩니다.
-교협 활동이 교계에서 상당히 중요하고 비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참여가 떨어지는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아무래도 대형교회일수록 담임목회자가 가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목사님은 “대형교회 목회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까? 해 보십시오”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형교회나 중소형교회나 모든 이민교회는 ‘생존 모드’입니다. 자기 코가 석자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뜻있는 사역을 한다면, 사람들이 모일 것입니다.
가령, 목회자들이 서로 교제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교협이나 교역자회 관계자 여러분들이 바쁘시지만 각 교회를 다니면서 협력을 구하시고 목회자들을 모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대화하고 설득하면 그 취지에 동감하고 참여할 것입니다.
그리고 비싼 보험료 때문에 건강검진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이민자들을 위한 건강검진 행사, 이민자 사회에서 필요한 영어 교육, 각 교회에 적용될 수 있는 효과적인 2세 교육 공과, 이런 것처럼 실질적으로 한인사회와 교회에 필요한 가려운 곳을 긁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 목회자나,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시고 이민교회에 목회 노하우나 리소스를 제공해 주는 세미나를 열면 참여가 두드러질 듯 합니다. 한국에서 유명한 강사들을 모셔 오는 것도 좋지만 그런 분들은 이민목회 경험이 전무해 이민목회자들에게 어필하긴 어렵습니다. 교협이 실력있는 이민목회자를 발굴해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연합하지 않고 협력하지 않는 시카고 교계의 풍토에 관해서 비판의 여론도 높습니다.
시카고는 보수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문화이고 문화 안에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양면이 있습니다. 돈 자체는 악한 것이 아니죠. 돈이 악하다면 헌금도 하지 말아야겠지요. 이 보수적인 풍토를 하나의 문화로 보면 어떨까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지 말고 그 안에서 장점을 살려 가면 될 것 같습니다. 급할 것이 없습니다.
-목사님은 기아대책기구에서 6년간 봉사하셨고 현재 회장으로 계십니다. 기독교의 사회봉사나 구제에도 관심이 많으실 것입니다. 이민교회는 봉사나 구제에 누구보다 적극적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봉사나 구제활동이 선교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구제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Relief와 Development입니다. 당장 쓰나미나 지진이 일어서 죽어 간다면 무슨 조건이나 대가없이 무조건 베풀어야 합니다. 이것은 무슨 선교나 그런 것을 떠나서 생명을 사랑하는 기독교인의 사명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다년간에 걸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구제 행위가 전체적인 지역 개발과 결국은 선교로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기아대책기구는 이 두 관점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Relief에도 적극적이지만 Development의 경우는 현지 선교사를 통해 구제를 함으로써 결론적으로 구제가 선교에 귀착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구제만 한다면 기독교인이 가진 리소스를 낭비한다는 결론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기아대책은 결코 물건이나 돈만 보내지 않습니다. 현지 선교사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조직을 만들고 현지인들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 서고 섬길 수 있도록 합니다. 전략적입니다.
-이민교회에 관한 사명을 한번 짚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한인은 150개국에 퍼져 있다고 합니다. 북미주에 제일 많습니다. 하나님이 한인교회에 주는 독특한 사명이 있다고 봅니다. 이민문화 안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다문화 안에 있는 것이고 하나님은 다문화를 경험한 자들을 귀한 일에 사용하셨습니다. 이미 타문화에 대한 경험이 있고 이 문화가 인격 안에, 삶 안에 녹아 있기 때문에 세계 선교의 꿈을 품을 수 있습니다. 타문화에 적응하는 특별한 훈련이 없이도 타문화에 적응한 경험은 선교의 자원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선교적 사명이 첫째라면 둘째는 인격적 위기를 겪는 이민자들의 감싸안는 것입니다. 문 밖으로 나서면 이방의 문화, 타인종 속에서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강박관념에 눌려 있는 이민자들을 위로하는 사역입니다. 이민자들의 영적인 면뿐만 아니라 모든 삶의 전인적인 케어가 또다른 이민교회의 사명일 것입니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어 사랑의 언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영적이라고 말하겠습니까?
세번째 인터뷰는 휄로쉽교회 김형균 목사다. 김 목사와의 인터뷰는 휄로쉽교회 목회자실에서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김 목사는 전형적인 미주 한인 1.5세로 많은 이민자들이 그러하듯 로스앤젤레스로 이민 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에는 아이비리그로 꼽히는 코넬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소명을 받고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수학하며 목회자가 됐고 이후 Intercultural Studies로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갈보리장로교회 EM 목사,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선교목사를 거쳐 1997년 휄로쉽교회 3대 목회자로 부임해 10년을 목회했다.
-척박한 시카고 교계의 현실을 진단할 때, 목회자 공석 현상을 최대의 화두로 꼽습니다. 원로급 목회자들의 은퇴, 중간급 목회자들의 타 지역으로의 청빙, 신임 목회자들의 사임이 그 원인입니다. 지금은 20여개 교회가 그런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시카고 지역의 독특한 보수적 성향이나 풍토와 연관시킬 수 있을까요?
이것이 시카고만의 문제입니까? 시카고 지역의 성도들이 특별히 강퍅해서 생기는 문제입니까? 저는 담임목사와 교회의 만남을 한마디로 ‘결혼의 관계’라고 정의합니다. 연애 기간동안 충분히 서로에 관해 알고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며 그것을 극복한 후 하는 결혼과 중매해 일단 결혼을 한 후에 갈등을 겪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죠. 요즘은 목회자들은 많고 사역지는 부족합니다. 자신이 부임할 교회에 관해 충분히 알지 못하고 부임합니다. 성도들도 그 목회자의 설교만 몇번 들어보고 담임목사로 모십니다. 목회자건 성도건 개개인을 만나 보면 다 좋은 분 아닙니까? 그러나 관계의 문제에서는 서로 갈등을 빚고 쌍방간에 문제를 용납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럼 이런 관계의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당장 공석 현상인 교회에 몇 년을 두고 담임목사를 청빙하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요.
첫째로 목회자를 만드는 것은 성도입니다. 다 준비된 목사가 와서 목회해 주길 바라는 것이 잘못입니다. 목회자가 오자마자 교회를 성장시키고, 성도들의 모든 요구를 다 수용해 낼 수 있습니까? 둘째로 목회자들도 자신이 부임하는 교회가 ‘각종 베스트셀러에서나 나올 법한’ 준비된 교회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신이 하자는 것을 다 적극적으로 능력있게 받쳐 줄 수 있는 교회가 몇 개나 되겠습니까? 목회를 사역중심적으로만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역이 아니라 삶으로 봐야 합니다. (성과에만 집착하는 목회 방식을 지적하는 표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은 기다려 주고 도와 주고, 목사는 성도를, 성도는 목사를 키워 주어야 합니다. 목사들은 2,3년 해도 성도들이 안 도와 준다고 떠나고 성도들은 목사가 한국의 대형교회처럼 못한다고 배척하면 안됩니다. 이민교회 중에 안 힘든 교회가 없습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부부관계처럼 생각하면 됩니다.
- 아주 적절한 설명입니다. 이 문제를 시카고의 문제로 상황화 시켜 보면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위의 답은 모든 이민교회에 적용될 수 있는 해답인 것 같습니다. 시카고 지역은 특별히 지금 세대교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대안없는 비판이 될까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시카고에서 대형교회를 이뤄내신 존경받는 분들이 후진을 양성하시는 면에서도 좀더 두각을 드러내 주셨으면 좋았겠습니다. 담임목회자로 계실 때, 부목사, 전도사로 있는 목회자들이 담임목회자로 준비될 수 있도록 해 주셨다면 지금과 같은 리더십 부재 현상은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목회란 것이 그렇게 오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저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안수받을 때만 해도 ‘젊은 목사 김형균’이란 말을 들었는데 저도 어느덧 ‘올드 타이머’가 됐습니다. 한 교회에 와서 이 교회에 적응하고 그 교회의 문화를 이해하고 발전의 단계로 들어서기까지 4,5년은 걸렸습니다. 그 교회를 알고, 그 지역의 풍토를 알고, 그 교회가 오랜 기간 추구해 온 비전을 이해하고, 먼저 적응한 선배 목회자들이 후배 목회자들을 키웠다면 그 교회에 리더십 위기가 오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차기 리더십 문제를 언급하시니 미주 한인교회에서 2세 문제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목사님은 “The Effect of Assimilation within the Korean Immigrant Church”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셨고 2세 목회 전략에 있어서 다양한 강의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휄로쉽교회에서 10여 년 전 개척한 2세 한인교회인 하베스트 커뮤니티 교회는 미주에서도 대표적인 2세 한인교회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인교회 중 성공적으로 2세 교회를 개척해 낸 교회가 거의 없지요?
영원히 함께 가려고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말은 1세 교회와 2세 교회의 리더가 1세 교회 담임목회자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경우, 1세 교회의 담임목회자가 2세 교회의 리더 위에서 목양하며, 2세 교회 리더에게 재정 결정권 등을 일임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2세 교회는 1세 교회에 소속된 하나의 부서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런 형식 자체가 2세로 하여금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게 합니다. 자녀가 결혼을 해서 이제 경제력도 있고 자녀도 낳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집이 너무 좁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분가시켜야지요? 그것처럼 우리의 2세 교회도 처음에는 1세가 키워야 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2세 교회가 큰 다음에도 1세 교회가 기득권을 주장하면 됩니까? 누가 자신의 자녀에게 그렇게 합니까? 부모 입장에서 축복하며 독립시켜 주어야지요.
- 하베스트교회는 현재 어떤가요?
13년째 독립된 교회로 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휄로쉽교회가 목회자 사례도 다 하고 모든 것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별도로 당회가 구성돼 있고 휄로쉽교회와 대등합니다. 재정 능력은 휄로쉽교회의 60%, 교역자 수는 50% 정도입니다. 물론 휄로쉽교회가 예배 장소나 공간을 모두 빌려 줍니다. 예배 때는 파킹이 부족해서 많은 분들이 다른 교회로 가기도 하십니다. 주일예배의 경우 하베스트교회가 메인 시간 대예배를 드릴 때는 휄로쉽교회가 체육관에서 예배 드립니다. 많이 불편하죠. 그러나 우리 교회는 이렇게 2세를 섬기면서 갑니다.
▲1.5세이면서 2세 목회를 거쳐 현재 1세 목회를 하고 있는 김형균 목사는 “내가 2세 목회를 도우려면 아직은 1세 목회자가 되어야겠구나”란 생각을 하고 1세 목회에 투신했다고 밝혔다. 그는 1세 목회를 하는 1.5세로 2세 목회에 과감한 투자와 섬김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화영 기자 |
물론 많았습니다.
-안 섭섭하셨나요?
인간적으로 보면 아주 많이 섭섭했죠. 그러나 그들 스스로 독립할 능력이 됐다고 판단한다면, 그들이 나간다고 할 때 보내 주려 합니다. 그럼 우리 1세 교회가 2세 교회를 하나 개척했다는 자랑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일을 위해서 2세 교회를 개척했으니 그대로 해야지요. 하나님 앞에 1세 교회가 칭찬받을 겁니다.
-2세 교회 개척 사례를 다른 교회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1세 교회의 교세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세 교회 교인이 50명인데 2세 교회를 개척해 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 교단 내에서 작은 교회들이 뭉쳐서 2세 교회를 개척하면 되는데 이것이 각 교회에서 감당해야 하는 교세적인 면이나 헌금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입니다. 2세 사역자 양성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각 교회가 연합해서 하면 대안이 나올 법 한데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1세 교회의 사명이 있다면 2세 교회의 사명도 따로 있겠지요?
2세 교회가 다문화 미니스트리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베스트교회도 한인이 아닌 백인, 히스패닉, 흑인 등 타인종이 20% 정도 됩니다. 그들은 미국 사회에서 다문화적 교회로서 사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2세 교육, 2세 목회자 양성에 있어서도 교회 간의 연합이 필요해 보입니다. 시카고 지역 교계가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까요?
교회협의회가 2세들을 위한 장을 열어 준다면 굉장히 좋겠습니다. 교단 차원에서도 쉽지 않았던 일이지만 교협이 나서서 그런 사업을 만들어 주고 장을 열어 주고 재정적 지원도 해 주면 이 일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1세들이 주도해서는 안되고 2세들이 주도하고 교협은 뒤에서 지원하는 형식이 되어야 2세들이 나선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교협이 이런 일을 해 준다면 재정적으로나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려는 후원자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됩니다.
-교협 활동이 교계에서 상당히 중요하고 비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참여가 떨어지는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아무래도 대형교회일수록 담임목회자가 가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목사님은 “대형교회 목회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까? 해 보십시오”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형교회나 중소형교회나 모든 이민교회는 ‘생존 모드’입니다. 자기 코가 석자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뜻있는 사역을 한다면, 사람들이 모일 것입니다.
가령, 목회자들이 서로 교제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교협이나 교역자회 관계자 여러분들이 바쁘시지만 각 교회를 다니면서 협력을 구하시고 목회자들을 모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대화하고 설득하면 그 취지에 동감하고 참여할 것입니다.
그리고 비싼 보험료 때문에 건강검진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이민자들을 위한 건강검진 행사, 이민자 사회에서 필요한 영어 교육, 각 교회에 적용될 수 있는 효과적인 2세 교육 공과, 이런 것처럼 실질적으로 한인사회와 교회에 필요한 가려운 곳을 긁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 목회자나,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시고 이민교회에 목회 노하우나 리소스를 제공해 주는 세미나를 열면 참여가 두드러질 듯 합니다. 한국에서 유명한 강사들을 모셔 오는 것도 좋지만 그런 분들은 이민목회 경험이 전무해 이민목회자들에게 어필하긴 어렵습니다. 교협이 실력있는 이민목회자를 발굴해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연합하지 않고 협력하지 않는 시카고 교계의 풍토에 관해서 비판의 여론도 높습니다.
시카고는 보수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문화이고 문화 안에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양면이 있습니다. 돈 자체는 악한 것이 아니죠. 돈이 악하다면 헌금도 하지 말아야겠지요. 이 보수적인 풍토를 하나의 문화로 보면 어떨까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지 말고 그 안에서 장점을 살려 가면 될 것 같습니다. 급할 것이 없습니다.
-목사님은 기아대책기구에서 6년간 봉사하셨고 현재 회장으로 계십니다. 기독교의 사회봉사나 구제에도 관심이 많으실 것입니다. 이민교회는 봉사나 구제에 누구보다 적극적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봉사나 구제활동이 선교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구제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Relief와 Development입니다. 당장 쓰나미나 지진이 일어서 죽어 간다면 무슨 조건이나 대가없이 무조건 베풀어야 합니다. 이것은 무슨 선교나 그런 것을 떠나서 생명을 사랑하는 기독교인의 사명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다년간에 걸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구제 행위가 전체적인 지역 개발과 결국은 선교로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기아대책기구는 이 두 관점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Relief에도 적극적이지만 Development의 경우는 현지 선교사를 통해 구제를 함으로써 결론적으로 구제가 선교에 귀착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구제만 한다면 기독교인이 가진 리소스를 낭비한다는 결론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기아대책은 결코 물건이나 돈만 보내지 않습니다. 현지 선교사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조직을 만들고 현지인들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 서고 섬길 수 있도록 합니다. 전략적입니다.
-이민교회에 관한 사명을 한번 짚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한인은 150개국에 퍼져 있다고 합니다. 북미주에 제일 많습니다. 하나님이 한인교회에 주는 독특한 사명이 있다고 봅니다. 이민문화 안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다문화 안에 있는 것이고 하나님은 다문화를 경험한 자들을 귀한 일에 사용하셨습니다. 이미 타문화에 대한 경험이 있고 이 문화가 인격 안에, 삶 안에 녹아 있기 때문에 세계 선교의 꿈을 품을 수 있습니다. 타문화에 적응하는 특별한 훈련이 없이도 타문화에 적응한 경험은 선교의 자원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선교적 사명이 첫째라면 둘째는 인격적 위기를 겪는 이민자들의 감싸안는 것입니다. 문 밖으로 나서면 이방의 문화, 타인종 속에서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강박관념에 눌려 있는 이민자들을 위로하는 사역입니다. 이민자들의 영적인 면뿐만 아니라 모든 삶의 전인적인 케어가 또다른 이민교회의 사명일 것입니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어 사랑의 언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영적이라고 말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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