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용서

“목사님 이제 많이 나았습니다. 남편도 이제 마음을 잡았구요” 얼마 전 남편의 문제로 상담을 한 중년여성으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이 여성은 남편에게서 받는 상처로 인해 오래 동안 육체적인 질병과 싸워야 했다. 힘들었지만 용서하기로 마음에 결심하고 이분은 정신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병도 많이 좋아졌다.

목회자로서 어려움이 있는 가정을 위해 자주 기도하게 된다. 특히 남편과 아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들을 도우면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예수님께서 왜 우리들에게 용서를 그토록 강조하셨는지 깨닫게 된다. 특별히 행복한 결혼생활에 있어서 용서는 필수적인 것이다. 예수님은 용서에 관해 묻는 베드로의 질문에 이렇게 말씀하셨다.“네게 이르노니 일곱번뿐 아니라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할지니라”

결혼에서 용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끌어 주고 중요한 요인이다. 용서는 배우자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료한다. 용서는 남편에게 혹은 아내에게서 받은 맺힌 분노를 녹여준다. 배우자를 용서하는 것은 결혼생활이 참된 사랑과 보살핌으로 가는 아주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많은 과학적 연구결과가 이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어떤 연구는 신체적으로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용서를 통하여 육체적 고통이 줄어드는 경우를 발견했다. 또한 용서가 분노를 잠재운다는 것을 발견했다. 펜넬이라는 연구자는 147쌍의 부부를 연구했다. 이 부부들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되는 부부였다. 그가 발견한 것은 행복한 부부들은 기꺼이 용서할 수 있고 용서 받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1996년에 결혼에서의 용서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하는 실험이 있었다. 이 실험은 부부에게 용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한 후 결과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 세미나 이전과 이후 부부의 관계가 좋아졌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았다. 결과는 용서에 대한 세미나 후에 부부가 감정적인 면, 관계적인 면, 육체적인 관계에 있어 큰 회복을 보였다.

결혼생활에서 갈등이 일어날 때, 용서는 분노와 두려움과 가는 길로부터 돌아서게 하고 소망과 신뢰의 길로 다시 들어서게 한다. 결혼에 있어서 용서할 일도 일어나지 않고 용서받을 일도 일어나지 않을 줄 생각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들로 용서받을 일과 용서해야 할 일이 생겨난다. 결혼을 했다는 의미는 내가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막을 걷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더 쉽게 상처받을 수 있음을 전제한다. 사랑은 상처받을 수 있는 자리로 내려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배우자에게서 받게 되는 상처는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믿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받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가장 아픈 상처를 주는 사람은 배우자일 경우가 많다. 내가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요 내가 가장 헌신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은 감정상태는 시계추에 비유할 수 있다. 상처받은 감정은 시계추와 같이 분노와 두려움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이 분노는 기억 속에 묻혀 있다가 비슷한 상황이 되면 다시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분노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면 이성적인 생각과 판단은 뒤로 숨게 된다. 이렇게 분노가 조금 가라앉게 되면 시계추와 같이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그 사람을 두려움으로 데리고 간다. 이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두려움은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만든다. 매사에 다른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고 배우자와 자신을 나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남편과 아내를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단점만 보고 장점을 보지 못한다. 용서하지 못하므로 사람을 바로 보는 눈을 멀게 하여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어버린다. 그 사람과 자신을 현재가 아닌 과거의 머물게 한다. 과거에 깊이 묻혀진 상처는 지금 현재의 나뿐만 아니라 배우자 그리고 자녀들 또한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으로 몰아넣게 된다.

용서는 이런 불행한 사이클에서 구원해 준다. 두려움과 분노라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있는 사람들을 구출해 준다. 용서는 과거에 고통이란 구덩이에 빠진 사람들을 구출해낸다. 그리고 고개들 뒤로하고 과거를 돌아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돌려 시선을 미래로 향하게 한다. 용서는 용서하는 사람의 시선을 돌리는 능력이 있다. 현재의 살면서도 과거의 아픔을 안고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과거를 정리해야 한다. 용서는 아픈 과거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능력이 있다. 두려움과 분노를 왔다갔다하는 이 가시나무는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내가 오늘 용서하기로 결단한다면 이 가시나무의 뿌리는 잘리게 된다. 그리고 미래의 소망과 신뢰함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용서하고 용서 받을 것인가?

배우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서받는 것에 있어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첫째로, 내가 준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둘째로 내가 준 고통이 그에게 얼마나 큰 아픔이 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셋째로. 이런 저런 변명으로 자신을 정당화 하는 것을 중단하고 솔직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용서는 배우자에게 받은 내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용서에 있어 남녀가 다른가?

일반적인 대인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이 관계가 오래갈 수 있을지 미리 예측하는 중요한 요소가 ‘기꺼이 용서 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용서하는데 있어 남자와 여자 성별의 차이가 있는가? 있다. 연구결과 보고된 바로는 배우자의 잘못에 기꺼이 용서하겠는가? 라는 질문에 남편의 37% 예라고 대답하고 아내들의 21%가 예라고 대답했다. 여성이 용서에 약하다는 결론이었다. 상담을 하다보면 남편들이 아내를 좀 더 잘 용서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성은 남편의 잘못을 오래 동안 깊이 묵상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수님께서 용서하라고 하심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를 위한 것이다. 나와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를 위한 것이다. 영적축복을 위한 것이다.

/글 박진욱 목사(상담학교수, 한사랑장로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