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한국에서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이 유행되었습니다. 이 말은 <친절한 금자씨>라는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감옥에 갇힌 여주인공 금자씨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모범수가 되고, 형기를 단축 받습니다. 교도소 문을 나서는 금자에게 전도사가 찾아와 하얀 두부를 건네줍니다. 앞으로 두부처럼 깨끗하게 살라는 뜻입니다. 금자씨는 두부를 들고 있는 전도사의 손을 뿌리치며 냉정하게 쏘아붙입니다. 너나 잘 하세요!”금자씨는 감옥 안에서 회심한 것처럼 연극을 했던 것입니다.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 두부를 건넨 그 전도사는 폭력 조직의 일원입니다. 이 영화는 여러 곳에서 기독교의 허위와 위선을 고발합니다. 얼굴이 뜨거워서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유행어가 급속도로 퍼진 데에는 우리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반 기독교적 정서가 큰 몫을 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우리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신 어느 교우께서, “한국 국민은 기독교인과 반기독교인, 둘 중 하나입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상이 그런 것 같습니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기독교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들은 금자씨가 전도사를 향해 쏘아부친 이 말에 통쾌함을 느꼈을지 모릅니다. 그들이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말에 대해 우리는 대응할 말이 없습니다. 남을 구원하려고 동분서주할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힘써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구원할 수는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써 구원을 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구원 받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힘쓰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하나님의 값없는 은혜를 받아 구원을 받았으니, 그 구원이 싸구려가 되지 않도록 힘써야 합니다. 그러한 노력을 하면서 전도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전도에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다니던 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장로 부부께서 저에게 자녀들의 믿음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들의 두 자녀는 교회를 멀리한 지 수 년이 되었습니다. 기도하는 중에 그 자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만나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을 때 물어 보았습니다. “교회를 멀리하고 사는 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들의 대답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우리 부모님처럼 되는 거라면 예수 믿지 않겠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그 부부는 집에서 혹은 일터에서 자주 다투었습니다. 그 자녀들은 자라는 과정에서 부모의 다툼 때문에 늘 불안하게 살았습니다. 그 부모는 교회 생활에 누구보다도 모범적이었지만, 그 믿음이 그들의 삶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들의 믿음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며 만나는 사람에게 마다 도움을 구하는데, 그들의 믿음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었으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입니까? 전도를 생각하며 혹시나 우리도 이런 모순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고 떨림으로 반성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