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차라리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고도 있지만, 한국 기독교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소위 "사회참여"(Social Justice Movement)의 여부에 따라 교단적으로 그리고 신학적으로 소위 "진보"와 "보수"로 나뉘던 시절이 있었다. 진보 그룹의 그리스도인들은 "독재" 군사정권에 대한 항거를 통하여 그들의 사회 참여적 신앙을 온 맘과 온 몸으로 고백하였다. 반면에 보수 그룹의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사회 참여적 그리스도인들을 한 마디로 "용공"이라고 정죄하고 비난하면서 군사정권과의 협조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특별히 보수 교회들은 이러한 교회의 외적인 사회적 관심을 오히려 교회 내의 양적 성장으로 돌려서 몰입한 결과 가시적인 부흥의 성과를 이룩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 기독교의 역사가 구약성경 아모스서 7장에 등장하는 선지자 "아모스"(Amos)와 제사장 "아마샤"(Amaziah)의 흥미진진한 대결장면을 이해하는 데 무척이나 커다란 통찰과 혜안(慧眼)을 제시해 준다. 한마디로, 아모스는 공의로운 선지자요, 아마샤는 기득권적 제사장이다. 또한 아모스는 양심적이고 용기 있는 선지자요, 아마샤는 양지만을 따라 힘에 좌지우지 빌붙어 사는 기득권(Status Quo)적 제사장이다.

아마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는 모든 정치적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베델, 이스라엘 왕궁 안에 거하는 국가의 공적 제사장이다. 위정자들의 측근에서 국가 제의를 담당하므로 녹을 먹고사는 그럴싸한 국가기관의 공인이었다는 말이다. 그런 까닭에 그는 늘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그 자리를 행여 누구에게라도 뺏기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쉽게 그려볼 수가 있다. 그래서 권력을 향해 얼마나 온갖 농간조차 펼쳐 놓았는지, 여로보암 왕 시대의 이스라엘에서는 그 누구도 감히 이 사람을 견제할 수 없는 든든한 배경을 지닌 종교귀족이요 기득권자였다. 또한 그 자신 역시도 과신하기로는 그 누구도 감히 자신을 향해 도전할 자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자신의 기득권에 대하여 이만큼 강한 집착을 가진 사람이었단 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위풍당당한 기득권적 제사장 앞에 어느 날 갑자기 그야말로 성가시기 짝이 없는 가시 같은 인물이 하나 등장했던 것이다. 아무리 제반영역의 불의한 사안일지라도, 겉으로는 우선 성인군자처럼 무척이나 공의로운 척 처신하지만, 그러나 너무나도 빤히 보이는 비양심적 제사장인 아마샤의 처세를 도저히 묵과하지 못하는 양심의 소리가 나타났었던 게다. 그가 바로 공의롭기 그지없는 참 선지자 아모스다. 그런데 아마샤는 이미 권력의 맛을 아는 타락한 제사장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는 얼간이 동료들도 꽤나 많은 숫자였다. 또 권력의 핵심인 베델의 궁중에도 일찍이 진출하였고, 나름대로 토호세력들은 물론 이미 얽혀 있는 인맥만도 여간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모스가 감히 도전장을 내밀며 나타났던 게다.

그런데 사실 이 혜성같이 등장한 공의의 선지자 아모스는 상대적으로, 그리 넉넉한 게 없는, 힘도 빽도 없는 사람이었을 따름이었다. 인생을 오직 대나무 같이 꼿꼿하게만 살아온 터라, 그 어떤 정치권력이나 토호세력과도 부정한 거래를 할 아무런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터이고, 또 그런 불의한 관계 형성은 아예 바라지도 않았던 자다. 그런 까닭에, 그를 향하여 불어오는 어떤 세미한 바람조차도 막아 줄 사람이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그에게 확실한 것 한 가지가 있었다면, 그것은 쉬운 말로, "하나님 빽" 한 가지이었을 게다. 정치적으로 밀어줄만한 세력도, 또 이해관계를 통해서 번번이 도움을 요청할 만한 집단도, 얻어놓은 것이라곤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던 터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저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소명으로 그 척박하고 혼탁한 곳에 뛰어든 자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그가 여기 저기 힘에 미친 자들을 향해 "똑바로 하라"고 담대히 외쳐대기 시작한 것이다. 나라가 이 모양이고, 백성들의 원성은 높아만 가는데 불의한 권력에 빌붙어서 기도나 해주고, 밥이나 얻어먹으려는, 그런 가증스러운 "정치적 행위"를 이젠 제발 좀 중단하라고 쓴 소리를 뱉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별히 기득권 상실의 염려 때문에 그저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권력 지향적 성직자들을 향해서도 거침없는 쓴 소리들을 토해 내기 시작했었던 게다. 뿐만 아니라, 서슬이 시퍼런 정치권력의 부패에 대해서도 감히 쓴 소리들을 토해냈던 것이다. 당시 여로보암 왕을 향해서는 이렇게 외쳤다. "왕이시여, 당신은 칼로 죽고, 당신 백성들은 포로로 잡혀가게 될 것이리다."

공의롭고 용감한 선지자 아모스의 모습 그대로를 신랄하게 보여 주었다. 그 어떤 불의와도 타협하기를 거부했던 선지자 아모스에게는 정녕 하나님의 영이 함께 하고 있었음이 분명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거짓 제사장들을 향하여 이렇게 계속 담대히 외쳤다. "위선자들이여, 하나님을 두려워하라. 이기심에 목을 맨 자들이여, 하나님의 이름을 매도하지 말라." 그리고 자신이 왜 그렇게 외쳐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또 이렇게 목을 매어 절규하였다. "나도 물론 당신들처럼 권력과 타협하므로 조용히 즐기면서 살 수도 있었을 게다. 그러나 하나님의 정의가 이 땅에 강같이 흐르게 하는 것이 곧 하나님의 신탁(Oracle)이란 말이다... 권력자들이여, 그대들도 하나님을 두려워하라. 그리 아니하면 너희들의 아낙네들은 성읍의 창기가 될 것이요, 네 자녀들은 앗시리아의 칼에 죽임을 당하고, 네 백성들은 정녕 이웃 나라 군대에 짓밟히고야 말게 되리라."

오늘날 이 난세(亂世)의 뱃길을 가고 있는 이 세대에게 정녕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샤와 같은 제사장이 아니라, 정녕 아모스와 같은 공의로운 선지자일 게다. 우리는 지금 참으로 의로운 선지자 아모스가 그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오늘 이 시대, 그 어떤 자리, 그 어떤 사람들 앞에서도, 달콤한 "립 서비스"(Lip Service)가 아닌, 담대히 그 어떤 쓴 소리조차도 말할 수 있는 참 선지자 아모스가 그립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