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새로 취임한지 이제 두 달도 안 되는 대통령이 벌써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새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를 인사 실패로 보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한 인사를 종종 "고소영" 인사라고 지적합니다. 고대, 소망교회, 영남 인맥임을 꼬집는 말입니다. 교회에 함께 다니는 교우관계가 정치인맥으로 변질 되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이 다닌 교회에서 신앙 생활한 것이 정치적인 시비 거리가 되듯이 미국에서도 정치인의 교회 생활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지명 경선 후보로 부각한 오바마가 다니던 교회 목사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가 청년 시절에, 미국의 젊은이들이 대부분 경험하듯이, 부모의 신앙을 거부하고 정신적인 방황에 빠졌었습니다. 신앙적인 방황은 정신적인 방황을 불러 올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과 소속감의 상실까지 가져 왔습니다. 케냐인 생부와 아시아계 양부를 가졌던 오바마는 백인 외가의 영향 아래 성장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였던 것입니다. 진보적인 백인 사회의 산물이었던 오바마는 시카고의 예레미야 라이트라는 흑인 목사를 만나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고 안정적인 소속감을 얻게 됩니다. 아프리칸 센트릭, 통상적으로 흑인계 회중의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정신적인 대가족을 얻게 된 것입니다.

오바마가 젊은 시절부터 다녔던 교회의 목사의 설교 중에 나온 다양한 표현들이 심각한 정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라는 통상적인 표현보다 "하나님이여 미국을 저주하소서"라고 말해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표현들을 마구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911 사태 직후에도, 국가 테러를 수없이 자행한 미국이 이제 그 값을 치루는 것이라고 설교하는 등 국가관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만드는 과격한 표현들이 설교에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논란이 확대될 듯하자 오바마는 즉시 강력한 어조로 미국에 대한 충성과 인종문제를 다룬 명연설을 통해서 자신의 목사의 견해에 명백하게 반대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천명했습니다.

이와 같은 논쟁을 보면서 가장 마음에 다가 왔던 것은 오바마에게 순전한 목회자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바마는 정치적인 이해나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의 오바마를 사랑하고 살펴 주고 돌봐주는, 가장 순수한 의미로의 목사를 가졌다는 점입니다. 젊은 나이에 정치에 뛰어 들었던 오바마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과격한 견해를 담은 설교를 매 주일마다 쏟아 내는 목사의 교회를 떠나지 않고 신앙생활을 계속 했다는 것은 그 교회가 오바마에게는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 신앙의 가정이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믿습니다. 미국에서도 유명 정치인들이 어려운 일을 만날 때 유명 목사를 찾아 목양의 돌봄을 받는 일이 통상 벌어지지만 연출된 정치 행위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에 비하여 버락 오바마와 예레미야 라이트 목사의 관계는 더욱 순수해 보입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동체를 얻고, 어미와 아비 같은 영적 지도자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소중한 축복입니다. 비록 자신의 목사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하였더라도 라이트 목사는 끝까지 버락 오바마를 "영적인 아들"로 돌봐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버락 오바마도 그 교회를 떠나지 않고 평범한 흑인 목사, 그래서 주류사회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는 목사를 떠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