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여배우인 전도연 씨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영화, 그 후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영화제에서 많은 수상을 하므로 그야말로 올해의 영화로 불리는 이창동 감독의 작품 '밀양(Secret Sunshine)'을 보셨는지요? 저도 이 영화에 대한 기사와 이야기만 듣다가 지난 주간에서야 봤습니다. 한국 감리교회 교육국에서 주관하는 “제자” 지도자 세미나 강의를 위해 서울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봤는데 5일 만에 워싱톤으로 돌아오는 편에서 다시 한 번 더 봤습니다.

세계적인 영화제 수상 작품이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영화라는 소문 탓에 영화를 감상하게 된 동기도 영화 그 자체보다는 왜 이 영화가 그리 유명한지, 무엇이 그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한 것인지가 궁금해서였습니다. 더구나 이 영화가 상영된 후에 일부이기는 하지만 우리 기독교계에서는 “감상 금지” 영화로 지목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여러 목사님들이 이 영화를 주재로 설교를 하셨다고 할 만큼 이 영화는 우리 교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평이 아마도 영화를 두 번이나 거푸 보게한듯 합니다.

사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에 비해 촬영 기법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촬영한 장소의 풍광이 유난히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소재인 줄거리가 그리 빼어난 것도 아닌 영화입니다. 그저 그런 발상, 그저 그런 한국의 조그마한 도시 풍경, 그리고 그저 그런 사람들이 출연한 그야말로 딱히 이것이라고 손꼽을만한 것이 별로 없는 영화입니다. 우선 영화의 줄거리를 대략 요약하자면 이러합니다.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이순애(전도연 分)는 사랑하는 아들을 데리고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이사를 옵니다. 자기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순애는 피아노 학원을 열고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이 꽤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재력가로 보이기 위해 땅을 구입하려고 한다는 소문을 내고 그로인해 얼마간의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가 재력가라는 소문은 급기야 그녀의 돈을 탐내는 이에 의해 아들이 인질로 납치가 되고 결국 아들은 이 사건으로 납치범에 의해 죽임을 당하 후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갑작스런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이란 삶의 처절한 아픔에 몹시도 괴로워하던 그녀가 동네 교회에서 있던 집회에 참석하여 거기서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는 믿음의 역사를 체험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마음의 평화를 회복한 그녀는 자신의 삶을 기쁨으로 살면서 또한 이를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는 중, 자기 아들을 죽인 납치범도 용서하기로 하고 그를 용서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납치범이 갇혀 있는 교도소로 찾아갑니다. 쉽지 않은 결단을 하고 찾아간 납치범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자기가 왔다고 하자,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납치범도 범행 후 감옥에서 신앙에 귀의하고 자신의 죄도 하나님께서 용서해 주셨다는 고백을 듣게 됩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용서함을 받고 새로운 삶을 산다고 하는 범인의 고백은 그녀에게 자기처럼 믿음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은 또 한사람의 고백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반항과 반감적 행동을 하게 합니다. “내가 용서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할 수 있느냐”고 하면서 그녀는 신앙인의 모습과는 정 반대로 변해 옳지 않은 행동,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의도적으로 하면서 그녀는 하늘을 향해, 하나님을 향해 절규하고, 항변하다가 결국에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러한 여주인공의 믿음생활에 대한 이중적 변화, 즉 신앙에 대한 대립적 충돌의 모습과 그러한 주인공과 연관된 교회와 교인들에 대한 묘사 때문에 교계 일부에서는 이 영화가 믿음에 대해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해서 감상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일부 교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는 그녀가 얻은 마음의 평화는 믿음을 통한 하나님의 역사라기보다는 다만 일시적 심리현상의 변화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평하면서 신앙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는 그녀가 정신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날, 집안 한구석에 숨어 비치는 한줄기의 햇빛을 담은 장면을 마지막으로 끝이 납니다. 저는 그 마지막 장면, 집안에 숨어 비치는 햇빛의 장면에서 영화의 제목인 밀양(密陽), “숨은 듯 비치는 햇빛”의 의도를 알듯 하였습니다. 온 세상을 감싸듯 화사하게 비취는 햇빛도 하늘로부터 오는 빛이지만, 집안 구석 한쪽에 숨은 듯 비취는 햇빛도 하늘로부터 오는 빛이듯이 아들이 살해되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가운에 있는 그녀를 찾아와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여 그녀를 화사하게 만든 이도 하나님이시지만 삶의 고민 속에서 절규하고 반항하는 그녀와 마치 집안 한 구석에서 숨은 듯 비치는 햇빛처럼 함께 하는 이도 하나님이심을 봤습니다. 햇빛은 화사하게 비치거나 숨어 비치거나 햇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