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 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 (마태복음 16:26)

 ‘생명의 전화’에 대해 들어본 분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는 물론 이곳 L.A.에도 생명의 전화가 있어서 이역만리 타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던 중, 막다른 골목에 선 한인들의 손을 붙잡아 주고, 안아주는 기관이 생명의 전화입니다.

 L.A. 생명의 전화는 2024년으로 25주년을 맞이하는데, 이 기관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소망을 주고 있습니다. 생명의 전화는 1998년 어느 날 삶의 희망을 잃고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P목사에게 우연히 전화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습니다.

 밤중에 걸려온 전화를 받은 P목사는 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성실하게 상담을 해준 것을 계기로 365일 연중무휴로 밤을 세워가며 어려운 문제로 고민하는 한인들의 등대 역할을 해 왔습니다.

 P목사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겪는 문화적 차이와 언어의 장벽 등의 이유로 많은 한인들이 절망 속에 위기를 겪고 있다며 생명의 전화가 모든 이들의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는 없으나,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경청하며 공감을 해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5년 동안 생명의 전화로 걸려온 상담 전화는 71,000여 건으로, 고독과 외로움이 7,612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부 갈등, 가정폭력 3,463건, 배우자(본인)의 외도 2,580건, 신앙(이단 문제)에 관한 문제 1,996건 등이었습니다.

 삶을 포기하고 자살 충동에 시달리다 전화를 하는 경우도 1,722건에 이릅니다. P 목사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걸면 익명을 보장받으며 깊은 위안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P목사는 더 많은 전화를 받고 싶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며 한인 동포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사역을 함께 할 독지가와 깊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생명의 전화는 전문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 상담원들이 1년 365일 연중무휴로 매일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전화 상담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말이 쉽지 한 밤 중에 잠을 자기 않고, 언제 걸려올지 모르는 전화를 기다린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사람, 장난으로 전화를 거는 사람, 여성 상담사들에게는 짙은 농담을 하는 사람 등 쓸데없는 전화를 해서 상담원을 괴롭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과 상담을 해서 그가 삶의 희망을 찾아서 재생의 길을 걷는다면, 천하를 얻는 것 보다 더 소중한 일입니다. 마땅히 털어 놓고 이야기할 친척이나 친구가 없는 외로운 사람들이 생명의 전화를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고, 고통의 늪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어떤 일보다 고귀한 사역임에 틀림없습니다.

 후배 목사 한 사람이 한 번은 미국에서 토요일 늦게 한국에 도착해서 시차관계로 잠을 설치고, 주일 예배를 인도하고, 저녁 예배까지 마치고 나니까, 완전히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 때 목사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까 얼굴이 창백한 청년이 잠시 상담을 할 수 있겠느냐 해서, 지금은 너무 지쳐 상담이 어려우니, 내일 아침 새벽기도회 끝나고 상담을 해 주겠다며 돌려보냈습니다.

 다음날 새벽기도회 인도를 위해 예배당으로 갔는데, 예배당 마당 건너편에 있는 큰 나무에 어제 저녁 그 청년이 목을 매어 자살을 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제 저녁 비록 피곤했어도 그 청년과 상담을 했더라면, 그 청년이 자살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요.

 생명의 전화는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이른 새벽에 걸어 온 전화를 받아 상담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소중한 사역입니다.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후원하며, 위해 기도합시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