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은 신앙의 전통이 살아 있는 교회

오렌지카운티 제일장로교회가 설립 46주년을 맞았다. 이 교회는 46년을 분열없이 교회를 지켜온 신앙의 보석 같은 이들이 가득한 광맥 같은 곳이다. 펜데믹이 터지기 1년 전인 2018년, 이 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해 올해로 5년째 담임목회를 하고 있는 김종규 목사는, 교회에 깊이 배어 있는 성도들의 성숙한 영성이 오히려 그를 위로하고, 앞으로 가야 할 분명한 목회적 방향성을 부여해 준다고 말한다.

그가 이곳에 오기 전, LA의 목회적 상황에 대한 소문은 자자했다. 보스턴의 고든 콘웰에서 3년 반 동안 공부하고, 조지아 애틀랜타 새한장로교회에서 8년간 부목사로 사역하며 캘리포니아의 무시무시한 영성에 대해서 많이 들었다. 한 목사님이 심방을 오시는 길에 집사님에게 ‘목사님, 오실 때, 저희 아이 기저귀 좀 사다 주세요’라는 전화가 왔다는 얘기, 장로님이 담임 목사의 자녀의 티셔츠 브랜드를 확인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서부에서의 첫 목회, 그리고 첫번째 담임 목회였다. 담임 목회도 처음이고, 펜데믹도 겹쳤다. 그 상황 속에서 그가 붙들 수 있는 거라고는 말씀과 기도 밖에 없었다. 겁도 많고 선교 여행을 가서도 새로운 음식을 입에 대지 않으며, 안전하고 확인된 것을 선호하는 그는, 목회를 해도 도전적인 것 보다는 전통을 잘 가꾸는 목회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막상 부딪혀 보니, 말씀의 능력이 그를 사로잡고, 그가 가보지 않고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 그를 이끌었다.

김종규 목사
(Photo : 기독일보) 김종규 목사(오렌지카운티 제일장로교회 담임)

일년 전에 다음 해의 52주 설교 본문 구상 마쳐

그가 목회를 하며 확신하는 것은 “그 누구 보다 교회가 잘 되길 원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고, 그 하나님이 말씀으로 인도하신다는 것”이다. 말씀을 성실하게 준비하기 위해 매년 가을이 되면, 기도원이나, 산장에 가서 다음 해의 목회를 구상하고 내년도 52주 동안의 설교를 구상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음 해의 설교 구상이 이미 끝난다.

오렌지 카운티 제일장로교회는 거의 유일한 메인 처치였고 이 교회가 위치한 웨스트민스터가 첫번째 코리아 타운이었다. 따라서 이 교회의 성도들은 이미 부흥을 경험했던 세대이다.

김종규 목사는 “1대와 2대 목사님들의 리더십 아래서 부흥을 경험했던 어르신들의 눈에 제가 얼마나 부족해 보이겠는가. 설교는 어떻고 행정은 어떻고. 그럼에도 잘 따라와 주셨다. 성도들이 성숙하다. 어르신다운 어르신이 많으시다. 보석 같은 분도 많다. 설교자로서 가장 위로 받을 때는 제가 넘볼 수 없는 믿음의 발자취를 가진 분들이 제 설교를 듣고 눈빛이 반짝 반짝해 질 때이다”라고 이 교회 성도들을 증거했다.

46년의 전통을 지닌, 오렌지카운티 메인 교회라는 타이틀 말고도 이 교회에는 특수한 점이 있다. 바로 주일에도 새벽예배를 드린다는 점이다. 그가 주일 새벽 예배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분들이 <생명의 삶>으로 묵상하는 본문의 순서를 기다리고, 그 말씀의 흐름이 끊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흥 자체 보다, 우리에게 왜 부흥이 필요한 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해야>

그는 “양적인 부흥은 성실함의 결과”라며 “부흥을 시대만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대적 요인도 있겠지만, 물론 예전에는 개척만 하면 되었던 70년대, 깃발만 꽂고 십자가만 달면 되는 시대였다. 한국에서 100만 부흥 운동을 경험했던, 피끓는 젊은 그리스도인들이 헌신 할 곳을 찾던 것이 저희 교회 역사이다. 그것도 물론 요인 중의 하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헌신이 아닐까. 그것을 저는 성실함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김종규 목사
(Photo : 기독일보) 김종규 목사(오렌지카운티 제일장로교회 담임)

진리, 바른 교회, 교회 다운 교회를 찾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해  

진리, 바른 교회, 교회 다운 교회를 찾는 사람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있다. 그는 사도행전 1장~12장까지, 초대교회 안에 일어났던 사건을 영적 부흥이라 본다면, 초대교회 안의 이러한 양적 부흥이 없이는 12장 이후 세계선교의 기지 안디옥 교회가 세워지지 못 했을 것이며, 바울과 바나바가 파송될 수도, 그들이 안정적으로 선교할 수 있는 정책이 준비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양적 부흥 역시 유의미한 것이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흥 이후가 더 중요한 것”이며, “부흥 자체 보다, 우리에게 왜 부흥이 필요한 지가 하나님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저는 두가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사도행전 1~12장, 베드로가 많은 무리를 회개하게 했듯, 많은 이들을 회개하게 할 수 있을까. 두번째 고민은, ‘어떻게 선교를 향한 교회로 나아갈 수 있는가’이다. 제가 얻은 답은 첫번째는 성실함이다. 하나님께 성실하게 부르짖는 만큼 부흥을 허락하신다고 생각한다.”

“그럴려면 ‘왜 하나님이 우리 교회에 부흥을 주셔야 하는가.’ 그것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목회 방향이 분명해야 의미있는 목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자리만 지키는 목회를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 쓰임 받는 공동체가 되려면 성실하게 목회를 해야 하고 미래 세대를 향한 비전을 품어야 한다.”

어떻게 선교를 향해 나아가는 교회로 변화될 수 있습니까?

“제가 갖고 있는 화두는 ‘예배에서 선교로’이다. 그동안 전통적인 교회는, ‘>예배 잘 드리는 교회’를 교회 다운 교회라고 생각했고 저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었다. 교회를 위한 목회를 한 것이다. 우리가 예배를 왜 드리는가?, 우리가 만족하고 선택 받은 민족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그것은 기능이고 결과 중의 하나이고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시는 것은 예배만 향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커뮤니티나 다음 세대, 다른 세계를 행해야 한다. 그것을 전방위적 선교라고 생각한다. 선교적인 마인드를 갖고 우리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5년간 이 화두를 놓고 기도했고, 하나님께서 그에게 비전을 주셨다. 첫번째 목표는 그의 비전이 개인의 비전이 아닌 모두의 비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1년 전부터 그 비전을 교회 장로님들에게 나누고 앤디 스탠리 목사의『비저니어링』이라는 책을 함께 공부하며 비전의 실현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비저니어링
앤디 스탠리(Andy Stanley) 목사의 책 <비저니어링>. 김종규 목사가 조지아에서 사역할 당시, 그 교회 건너편에 앤디 스탠리(Andy Stenley)목사가 개척한 노스포인트 커뮤니티 교회(North Point Community Church)가 있었다. 앤디 스탠리 목사는『비저니어링』이라는 책을 통해 비전을 발견하고 실현할 수 있는가를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정리해 놓았다.

“제가 생각하는 전략을 장로님께 나누고 피드백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으면 모든 성도들에게도 공유하고 교회의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위해서 결단하는 교회로 체질을 바꾸려 한다.”

“비전은 변화이고 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고 한번도 안 해 본 것이기 때문에 이런 철저한 스터디와 쉐어링, 비전 캐스팅(vision casting, 비전을 공동체에 제시하여 공동체 내의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꿈을 꾸고, 일치된 마음을 가지고, 그 비전을 향해 함께 나아가도록 설득 시키는 것)의 과정이 필요하다.”

교회마다 노인 성도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시니어 목회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김종규 목사도 이에 대해 오래 기도하고 고민했다. 그가 발견한 시니어 사역의 새로운 대안은, 단순히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를 섬기는 사역이 아니라, 시니어가 주체가 되는 교회, 시니어가 시니어를 섬기는 교회이다.

“자기 집안 일이나 비지니스보다는 교회를 위해 헌신하셨던 분들이다. 하나님이 기회를 주신다면 어르신들이 어르신들을 섬기는 교회의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

담임목사로 사역하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전에 부목사님으로 사역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다를까요?

“1998년부터 전도사 사역을 했다. 20년을 사역하고 5년을 담임목사로 사역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복합적이었다. 저희 교회처럼 규모가 있고 전통적인 교회에 담임 목사가 되었다는 것은 대개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나님께 처음 받았던 것은 담임 목회를 하기 위해서 목회를 시작하라고 한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었다.”

“그런데 누리라고 부르신 게 아니라 섬기라고 부르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담임목사가 되면 교회 모든 것들이 제 책임이다. 무한 책임의 굴레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그것이 무겁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 앞에 내가 어떤 평가를 받을까’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진정한 위로, 진정한 정체성, 진정한 목사됨은 예수님 안에서 완성이 되는 것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새로운 성도들에게 진입장벽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같은 고민을 지닌 이민 교회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저희 교회가 그런 경우인데 30년을 같이 하다 보니 인생을 같이 한다. 좋은 점은 자식이 떠나도 진짜 가족이 옆에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사람이 왔을 때 이미 그 견고한 관계가 있어서 그 안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 우려되는 부분은 성경적 교회의 건강함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교회 다운 교회가 될 수 없다. 3년 전부터 차근 차근 교구를 개편하여, 친한 사람들과의 모임이 아니라, 새로운 분들을 사귀게 하고 진정한 성도들의 교제가 되도록 하고 있다.

다른 목회자 분들이나 신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피터 스카지로 목사의 <정서적으로 건강한 리더 Emotionally Healthy Leader>라는 책이다. 한인 목사님들은 성취를 하고 인정을 받아야 존재 가치를 느끼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많은 분들이 능력으로 자기 존재를 인정받으려 하는데 그것을 다시 한번 찾게 해주는 책이다.

정서적
김종규 목사는 책 <정서적으로 건강한 리더>을 추천했다. 그는 "한인 목사님들은 성취를 하고 인정을 받아야 존재 가치를 느끼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많은 분들이 능력으로 자기 존재를 인정받으려 하는데 그것을 다시 한번 찾게 해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오늘날 젊은 크리스천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청년이었을 때는, 샘플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설교에서는 아브라함, 다윗을 얘기하는데 직장이나 사회에서는 그런 분들이 많이 없었다. 요셉과 다니엘이 되고 싶지만, 이 시대에는 요셉처럼 다니엘처럼 사는 살아가는 사람이 없는 게 저에게는 아쉽고 힘든 부분이었다. 제가 93학번인데 제가 신앙 생활할 때는 교회를 다니는 것이 그렇게 큰 약점이 아니었고 혐오감을 주지 않았다. 지금 청년들은 신앙생활하는 게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 특히 이민자들 같은 경우, 이민자로서 극복해야 할 것이 많은데 헌신하는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게 안쓰러운 마음도 있지만, 그들의 신앙도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섭리하실 테니, 제가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하나님의 은혜가 그들에게 임할 것이 기대된다.

이민교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분들이 미셔널 처치를 얘기하신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민교회가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했다. 한인들의 구심점이 한인교회였다. 그것도 좋은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를 위한 사역이 아니라 지역과 다음 세대를 선교적 마음으로 섬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EM들과 2세들이 거기에 도전을 받을 거 같다. ‘나의 헌신으로 우리 지역이 바뀔 수 있고 자녀들이 더 성경적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청년들은 거기에 헌신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보통 KM과 EM이 사역자들 사이에 대척점에 있는 것이, ‘언제까지 우리가 너희를 서포트 해야 하는 것이냐’이다. EM들이 벌써 3세가 되었다. 아직까지 도와 달라는 요청에 거기에 굉장히 많은 이견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교회에 상처를 받았는데 헌신할 수 없는 거죠. KM이나 교회의 리더십들이 좀더 무게를 옮겨서, 5년 뒤 교회 모습, 10년 뒤 교회 모습을 상상해서, 지금 교회를 위해서 목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5년 뒤, 10년 뒤 교회를 위해서 사역을 한다고 하면, 그들이 기꺼이 사역할 수 있지 않을까. 예배만 드리고 있고 교회에만 머물고 있는데 EM도 제대로 사역할 수 있는, 사역의 장을 열어줄 수 있다면 건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한 층 더 진일보 할 수 있지 않을까.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온전한 복음이 전해지고 복음 안에서 내 상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상처 치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