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Photo : 기독일보)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바울이 선교여행 중에 아테네를 방문했습니다. 아테네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맹주로서 번성했었고 헬라철학과 헬라문학을 꽃피운 헬레니즘의 요람이었습니다. 아테네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출생지요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제논의 제2의 고향입니다. 아테네는 현존하는 도시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아테네에서 바울은 인문학적 소양이 잘 드러나는 설교(행17장)로 아테네 시민과 철학자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바울은 아테네 아레오파고스에서 설교했습니다. 바울은 아레오파고스에 강사로 초청받았습니다. 아테네는 전통적으로 적절한 논리와 학문을 갖춘 방문객을 아레오파고스 연설자로 초청했습니다.    

아레오파고스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광장의 이름입니다. 또 하나는 아테네 최고 법원의 명칭입니다. 바울이 설교한 곳이 법원인지 광장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아레오파고스 법원의 초청으로 아레오파고스 언덕에서 설교했을 수 있습니다. 아레오파고스 관원 디오니시우스가 바울 설교를 듣고 신자(제자)가 되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바울이 방문했을 때 아테네는 쇠락한 상태였지만 옛 영광의 흔적이 여전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웅장한 신전들, 헬라문명의 발상지라는 시민의식, 그리고 당대 최고를 자부하는 철학자들이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 설교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바울의 아테네설교는 사도행전 17장 22절부터 31절까지 10절입니다. 이 10절의 설교는 신약 신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본문입니다.    

독일의 신학자 루돌프 페쉬는 아테네의 바울 설교를 세계 문학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구절이라 했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마틴 디벨리우스 교수는 사도바울의 아테네 설교가 탁월한 헬라적 설교라고 말하면서 사도행전의 정점(Climax)라고 말합니다. 바울의 아테네설교는 다종교 사회에서 복음증거의 모델입니다. 이 아테네설교에는 철학, 문학, 그리고 역사적 자료가 풍성합니다. 청중과 소통을 위한 안전장치였습니다. 헬레니즘의 심장 '아테네'에서 헤브라이즘의 진수인 "복음"을 전한 이 설교는 탁월한 인문학적 설교입니다.     

바울은 아테네 시민들과 철학자들의 잘못된 신관을 지적합니다. 바울 설교의 청중은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학파였습니다. 스토아학파는 만물에 신적 생명이 있다는 범신론(Pantheism)을 따랐습니다. 반면 에피쿠로스학파는 신적 존재는 저 멀리 우주 밖에 있다고 믿는 이신론(Deism)을 따랐습니다.    

바울은 헬라철학과 헬라문학으로 두 학파의 철학자들을 설득합니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글을 인용하여 우연으로 세상 만물이 존재한다고 믿는 에피쿠로스를 공격하면서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이 설교에서 바울은 세네카의 말을 직, 간접적으로 다섯 차례, 그리고 시인 에피메니데스와 아라투스 시구를 각각 인용하며 예배받기에 합당하신 하나님을 소개합니다.   

사도행전 17장 25절에서 바울은 "또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니 이는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시는 이심이라"라며 하나님을 논증합니다. 이 말은 세네카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26절도 세네카의 말과 거의 같다고 합니다. 바울은 신의 존재를 인정했던 스토아학파의 논리를 따라 하나님을 소개합니다. 특히 당시 네로 황제의 스승으로 유명했던 세네카의 언어로 참신이신 하나님을 소개합니다. 순식간에 바울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그들의 신적 개념으로 하나님을 알리고, 십자가와 부활을 선포합니다. 반면에 에피쿠로스학파 사람들은 세네카의 말로 반박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28절 전반부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느니라(For in him we live and move and have our being.)"는 그레데(Crete)가 자랑하는 시인 에피메니데스 시구입니다. 바울이 그레데에서 목회하는 디도에게 보낸 디도서 1장12절에 "그레데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며"라는 시구도 에피메니데스의 시입니다. 바울은 유명한 시를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소개했습니다.   

에피메니데스는 신적 영감을 받은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선지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57년 동안 동굴에서 잠이 들어서 초인적인 능력을 얻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플루타르코스가 쓴 '솔론의 전기'에 의하면 에피메니데스가 솔론과 함께 아테네 개혁을 주도했다고 합니다. 작품과 행적으로 메피메니데스는 아테네 시민과 철학자들에게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28절 후반부에 '우리는 그의 소생이라(We are his offspring).' 구절은 아라투스(Aratus)의 시입니다. 그는 바울의 고향 길리기아 출신의 학자요 시인입니다. 그는 "파이노메나(Phainomena)", "찬가", "에피그램" 등을 썼으나 남은 것은 제우스를 찬양한 파이노메나 뿐입니다. 아라투스는 제논의 제자인 철학자 "클리앤데스(Cleanthes)"의 글을 인용하여 이 시를 썼고, 이 시를 바울이 인용했습니다. 이 시는 당시 아테네 시민들이 애송했습니다. 바울은 당대 헬라철학자들이 애송했던 문장들로 아테네 철학자들을 압도했습니다.    

에즈베리 신학교 벤 위더링턴(Ben Witherington)박사는 바울의 아테네 설교가 사회문화적 환경을 활용한 모범적 설교라고 주장합니다. 천주교 신약학자 핏츠마이어박사는 '아테네는 헬라문화를 품은 고품격 도시였지만 바울은 압도되지 않고, 오히려 헬라문화를 활용해 복음을 전했다'라고 합니다. 다소에서 헬라문화를 체득한 바울은 아테네 철학자들에게 준비된 선교사였습니다.    

바울은 헬라문화의 심장부에서 순수 복음을 전합니다. 헬라철학과 문학을 충분히 활용한 인문학적 설교로 하나님을 정확하게 전합니다. 바울은 이 설교를 통해서 청중의 문화를 존중하고, 청중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활용한 설교의 모델을 제시합니다. 바울은 청중의 지성을 존중하고 그 지성을 활용하여 복음의 핵심을 전하고 있습니다. 본 설교는 기독교 인문학 설교의 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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