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Photo : 기독일보)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남가주로 이민해 삼십년 살았던 앤은 급히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민 생활 30여 년에 본인도 심신이 지쳐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가방을 챙겼다. 어머니는 미국에서 딸이 왔다는 말에 정신을 차린다.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던 어머니는 미국에서 오랜만에 온 딸을 위해 밥상을 차리고 소리친다. "후남아, 밥 먹어라!" 엄마는 그리운 딸을 위해 정신 줄을 잡고 밥상을 차렸다. 박완서의 단편 "후남아 밥 먹어라!"에 나오는 얘기다. 모정과 고향이 그리운 오월에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지난 5월 6일 텍사스 앨런시 총기 사고에 한인이 3명 사망했다. 남편 조규성 변호사, 아내 치과의사 강신영, 그리고 어린 둘째 아들 제임스가 변을 당했다. 그들은 첫째 아들 윌리엄의 여섯 번째 생일을 맞아 생일 선물로 받은 옷을 교환하기 위해 토요일에 아울렛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이 사고 현장에서 강신영씨는 총탄을 맞고도 큰아들 윌리엄을 품고 보호한 것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현장을 정리한 경찰관 스페인하우어는 강씨 몸을 돌리자 품에서 어린아이가 나왔고, 아이는 "엄마가 다쳤어요."라고 반복했다고 했다. 총상을 입은 어린 윌리엄이 다친 엄마를 걱정했다.   

지독한 비극이긴 하지만 모범 가정의 모습을 보여 준 사건이다. 이 가정은 달라스 지역 대형 교회인 뉴송 침례교회 성실한 교인이었고 동포사회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1.5세 부부였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큰아들 윌리엄은 자신이 총상을 입은 지독한 고통 가운데서도 엄마를 걱정했고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아들을 품어 살렸다. 이 마지막 장면만 보아도 이 가정이 얼마나 건강한 신앙인의 가정이었는지 알 것 같다.    

어머니 강신영씨의 나이가 35세란다. 그야말로 꽃다운 나이다. 한창 자신의 삶을 즐기며 신나게 살 나이다. 그런데 그녀는 어머니란 이름으로 총알받이가 되어 아들을 지켰다. 그녀는 총성이 귀를 찢는 그 참혹하고 무서운 시간을 더 강력한 어머니 사랑으로 이겼다. 심지어 그녀는 총탄을 맞고 죽어가면서도 아들을 꼭 품어 아들을 살렸다. 위대한 어머니 모습을 남기고 갔다.    

가정의 달 오월에 듣게 되는 시리도록 아프고 아름다운 사연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늘 빛나고 위대하다! 19세기 낭만주의 거장 빅토르 위고는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란 말을 남겼다. 어머니가 강함은 지성인의 문학적 표현이나 철학적 사변이 아니다. 어머니 사랑은 실질적으로 강하다.   

어머니의 사랑과 믿음을 보여 주는 사례는 성경에도 많다. 구약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와 신약 디모데의 어머니 유니게는 믿음으로 아들을 양육한 어머니의 모델이다. 교회사에도 이런 어머니가 있다. 안디옥교회에서 성장하고 콘스탄티노플 성소피아 교회에서 위대한 설교자로 사역했던 요한 크리소스톰의 어머니 안투사도 위대한 어머니다. 장군이었던 남편이 젊은 나이에 죽자 그녀는 온갖 고생을 하면서 아들을 믿음으로 양육했다.   

어머니 주일을 보내며 위대한 어머니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면 좋겠다. 어머니 품에서 위대한 인생이 잉태되고 성장한다. 어머니가 자녀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지혜로운 유대인들은 모계 전통을 중시하는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에 감사하고 그 귀한 사명을 깨닫는 어머니 주일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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