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디비아니 여성전문 심리상담 클리닉에 종사하는 공인 임상소셜워커 전지영씨의 칼럼이다. 이를 통해 현 한인사회 내에 존재하는 가정문제와 여성문제 등의 심각성을 한 소셜워커의 관점에서 재조명해 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아이들을 위하여 애 아빠하고 다시 합칠까 하고도 여러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다 못한 어느 엄마의 간절한 하소연이다. 아이들이 없는 결혼생활에서의 이혼은 마음의 정리와 더불어 세월의 지남에 따라 각자 인생에 과거의 한 부분으로 남게 되지만, 어린 자식들이 있는 경우에는, 이혼 후에도 아이들을 고리로 이혼 당사자들끼리 서로 빈번히 연락하거나 만나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가정 해체 등의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이들은 성격, 감정, 행동의 불안정, 학교성적 저하, 공동생활의 부 적응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의 새로운 생활패턴을 중심으로 무난히 적응해 가지만, 오랜 기간 마음의 안정을 잃고, 학업에 충실치 못하며, 윗사람에 대한 심한 반항심과 맹목적 혹은 배타적인 이성(동성)관계에 몰입 하는 등 주위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아이들도 우리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면 아이들이 저렇게 정신적 방황을 하게 되는 주된 원인이 어디 있느냐에 우리 어른들은 책임감을 가지곤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과연 양쪽 부모가 서로 갈라져 살아야 하는 이혼이라는 그 행위자체가 아이들의 행복한 삶에 대한 극복하기 힘든 짐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부모들의 무조건적인 재결합으로 다시 한 가정으로 거듭난다면, 아이들의 갈라진 마음과 감정을 올바로 메꾸어 줄 수 있는 것일까?

이혼을 결심하는 상당수의 부부들은 지난 수년 동안 길게는 수 십 년간 거듭되는 불화와 극한 긴장 속의 가정생활을 꾸려왔기에 이러한 증오, 서로에 대한 폄하, 언어 폭력 등으로 일그러진 가정 환경 내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부모들의 최종 이혼결정 이전에 이미 심한 정서적 불안을 경험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여러 임상보고들에 의하면, 아이들의 성격형성 과정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부모이혼 그 자체보다는 이혼 전이나 후에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양쪽 부모들간의 다툼과 증오 섞인 거친 말 표현 등을 지적하고 있다.

즉 아이들의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한 관점에서만 본다면, 양쪽부모가 같이 살며 잦은 고성과 극단적인 상대편 혹은 상대가족의 비난 등으로 가족 구성원 전체의 마음에 상처를 키우느니, 이혼 후에라도 아이들이 학교공부를 마치고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 올 수 있는 안정된 환경을 마련해 주는 편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과거의 험악한 부부생활의 원인분석과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서로의 의견차이를 인정하며, 철저한 자기 반성 없는 재결합은 소중한 우리 아이들 마음에 두 번 멍들게 하는 큰 죄를 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