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박사김형태 박사

"주님여, 이 손을 꼭 잡고 가소서/ 약하고 피곤한 이 몸을/ 폭풍우 흑암 속 헤치사 빛으로/ 손잡고 날 인도하소서.

인생이 힘들고, 고난이 겹칠 때/ 주님여, 날 도와주소서/ 외치는 이 소리 귀 기울이시사/ 손잡고 날 인도하소서". 천천히 부르다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찬송이다.

이 세상 살다 보면 누구나 항상 비단길만 걸을 수는 없는 법. 마음 아픈 한두 가지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절대자에게 절대 의지해야 살아갈 수 있고, 그런 내용의 간증이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교수, 문화부 장관, 88올림픽 행사를 자문했던 이어령 박사의 감동적인 간증을 들어보자.

"제 딸은 미국에서 잘 나가던 검사였습니다. 난 이 애를 사랑했지만, 관념적으로만 사랑했지, 정말 가슴 속 깊은 사랑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암에 걸리고, 가정에 우환이 들고, 눈까지 실명 위기가 왔습니다. 얘가 똑똑하고, 잘 나갔을 때는 걱정도 안 했는데, 이런 상황에 이르니 측은하게 느껴지더군요. 냉정한 저도 눈물이 나는 겁니다.

딸이 앞으로 내 얼굴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이거 미치겠는 거예요. 내 지식으로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 겁니다. 눈이 멀어가는 딸 아이를 보니 눈물이 막 쏟아지죠.

딸애가 소원 하나가 있다고 하더군요. 아버지가 자기를 따라서 교회에 나가주기를 바랐습니다. 한 번만이라도. 그것이 꿈이라는 겁니다.

'아빠, 난 괜찮아. 하나님이 많은 걸 보여주셨어. 난 각오가 돼 있어. 걱정 마.' 마치 자기 자식에 대한 아픔처럼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하니까 못 견디겠다는 거예요. 자기는 정말 괜찮은데.... 이게 진정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래. 내가 지금 뭘 못 들어 주겠니. 교회에 나갈게.' 그때 전 하나님께 무릎을 꿇었던 거죠. 이처럼 자식이 원하는데..., 그래서 평생 처음 진심으로 교회에 나갔습니다.

아주 조그만 교회였지만, 행복해 보이더군요. 서로 손을 붙잡고, 찬양하는데 저는 창피해서 못하는 거죠. 지성인이라는 게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하지만 딸애가 옆에서 원하니, 저도 같이 좇아서 했습니다.

목사님이 소원 하나를 말하라고 했습니다. 여럿이서 빌면 성령이 내려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무릎 꿇고 처음으로 주님께 기도로 소원을 빌었습니다.

'하나님, 저하고 계약 하나 하십시다. 만일 우리 딸이 정말 세상을 볼 수만 있다면, 그때부터 제가 가진 모든 능력, 즉 글 쓰는 것과 입담을 하나님을 위해 쓰겠습니다.' 그렇게 절실하게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얼마 안 되어 딸아이가 귀국했고, 서울대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진단 결과는 놀랍게도 완전한데, 왜 내 마음이 그런지. 그 순간 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아이쿠 이제 난 끝났구나.' 이거 하나님하고 맺은 약속 아닙니까. 전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인으로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생각하니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야. 이건 기적이 아니야. 기적이라는 건 영생을 얻는 거야. 얘가 눈이 나은 거, 설령 기적이라고 치자. 그렇다고 얘가 영원히 사나. 잠시 조금 봐주신 것뿐이지'

이런 사정을 듣고 온 어느 목사님이 '이제 믿으시는 거죠?'라고 물었지만 저는 '아직 제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으니 못 믿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눈만 뜨기만 하면...'이라는 말씀을 드렸고 이것이 이루어졌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자꾸만 핑계를 대는 겁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은 그 다음 날에 찾아왔습니다. 딸애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새벽기도하러 가면서 교회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는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거예요. 바로 그때 내가 '나 세례받을게.' 이 한 마디만 해주면 딸아이한테는 일평생 가장 행복한 아침이 되는 겁니다.

'내가 이걸 못 해주겠느냐, 네가 이렇게 살았는데... 그래서 너 목사님 만나면 나 세례받겠다고 그래라.' 이 말이 제 입에서 저절로 나와버렸습니다.

딸애는 그날 교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간증했고, 목사님은 내가 세례받기로 했다고 광고를 했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일간지 기자가 다음날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기사를 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꼼짝 못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이렇게 교묘하게 사람을 쓰시는구나 너무하시다.' 사랑은 눈물입니다." 이어령 박사의 간증문이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