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추미애 장관의 뜻을 받들어 임신 주 수와 무관하게 형법에서 낙태죄 조항을 삭제하도록 입법 권고하기로 했다고 한다. 낙태법 개정을 앞두고 그동안 태아의 생명 보호에 관심을 둔 많은 여성, 시민단체들은 형법이 폐지되는 상황을 최악의 상황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런 최악의 선택을 한다는 갑작스런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다. 형법 폐지는 전면적인 낙태허용으로 더이상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낙태법의 존재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예정되었던 의사들과의 간담회도 취소하고, 추 장관은 낙태를 옹호하는 여성·시민단체,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등과의 면담을 통해 낙태죄 폐지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낙태법을 두고 찬반 논쟁이 치열한데 국가의 법무부 장관이 낙태를 옹호하는 한 쪽의 말만 듣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낙태를 옹호하는 측은 낙태로 인한 처벌의 부당성만을 주장하고 있는데, 추 장관도 이에 동조하여 무조건 처벌을 없애는 데만 치중하고 있는 것 같아 유감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낙태법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했다. 즉 낙태법의 목적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낙태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효과적인 입법 수단이라는 것이다. 낙태죄가 낙태 근절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 법이 존재함으로 인한 위축 효과는 분명 있다. 그런데 이 법이 없어지면 인명경시 풍조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생명존중은 가장 기본적인 도덕이다. 생명권은 천부인권으로서 헌법에서 보장되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이 기본적인 도덕성마저 마다한다면 국가의 도덕의 기초는 어떻게 되겠는가.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에 의하면, 여성들은 임신의 책임을 남녀가 함께 지지 않고 여성만 처벌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낙태죄를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법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녀가 함께 책임을 지도록 개정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 낙태죄를 폐지함으로써 태아의 생명 보호장치를 없애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여성들이 정말 힘든 것은 낙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명 존중의 기본적인 도덕성을 국가가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신위기의 여성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그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장치와 방안 마련에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런 것에는 귀 기우려 들으려 하지도 않고, 어떠한 의지도 보여주지 않은 채 낙태할 자유를 주는 것이 정말 여성을 위한 것일까.
낙태죄가 폐지되면 누구에게 유익할까. 여성이 피임을 하는 것을 알면 상대 남성이 콘돔조차 사용하지 않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낙태가 자유롭게 되면 결국 피임, 임신, 출산, 낙태까지 모든 성관계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이 지게 될 것이다. 낙태 이후의 신체적인 휴유증과 정신적 죄책감까지 여성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성 차별'이지 않은가' 이런 것들을 심사숙고하지 않고 낙태죄 폐지만을 끝까지 주장한다면, 추 장관은 자신의 신념과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여성 집단들과 공모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지 여성 인권에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양성평등정책위원회 "여성이 임신중지를 결정할 땐 이후 아이의 양육 환경과 삶까지 고려하는데, 이를 배제한 채 '생물학적 생명'만 강조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생물학적 생명'이라는 표현은 극히 유물론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임산부의 환경이 어렵다고 태어날 아기의 인생까지 임부가 예단하고 그러한 이유로 생명을 없애는 것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추 장관에게 묻는다. 태아가 생명인가 아닌가. 당신의 아들은 언제부터 생명이었는가. 그 아들의 생명과 당신의 행복추구권 중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가. 그것은 단지 당신의 선택의 문제였던가. 당신에게 낙태 당하지 않고 출생하게 된 아들처럼 다른 생명들도 생각해 주는 법무부 장관이 되어주길 바란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퇴 촉구 집회
일시 : 8월 19일(수) 오전 11시
장소 : 법무부 앞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주최 : 바른인권여성연합
송혜정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대표(케이프로라이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