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인 목사(휴스턴 새누리교회 담임)
궁인 목사(휴스턴 새누리교회 담임)

'이런 늑대 같은 놈!!!'

그러면 무슨 생각이 드는 가?

우리가 생각하는 늑대는 야비하고 음흉하다. 그러나 늑대에 대해서 알아본다면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늑대는 암컷과 새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유일한 포유류라고 한다. 독립한 후에도 종종 부모를 찾아와 인사도 한다고 한다. 어쩌면 사람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늑대들이 합창을 할 때가 있다고 한다.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듣게 되는 쓸쓸하고 외로운 울음이다. 이들의 울음소리는 그들이 살고 있는 곳과 매우 잘 어울린다. 그들이 사는 곳은 여름은 짧고 겨울은 긴 알라스카나 시베리아 같은 매우 추운지역이다. 짧은 여름이 가면 생존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지역이다. 춥고, 먹을 것은 없고... 그때 이들의 울음은 매우 스산하지만 생명체가 살수 없는 척박한 툰드라 지역, 그곳에도 생명이 있음을 알려 준다.

그렇다면 그 추운 그곳에서 늑대들은 어떻게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 비결은 바로 그들의 합창에 있다.

이 합창 때문에 그들은 먹을 것이 없고, 늘 죽음의 위험이 감도는 그곳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겨울이 오면 늑대 무리는 고난의 시간을 준비한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무리 전체가 먹이를 찾아 방황하다가 에너지를 다 쓰고 지쳐 죽지 않기 위하여 극도의 신중함을 유지한다. 어떤 트로트 노래 가사 '아이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처럼 늑대 무리는 가능한 적게 움직이고 필요할 때만 사냥을 하는 것이다.

그때 정찰은 온전히 우두머리의 몫이다.

우두머리는 무리들이 쉬는 동안 혼자 먹이를 찾아다닌다. 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 굶주린 채 3-4일이 계속되기도 한다. 너무도 무거운 책임이 그에게 주어진다. 그가 찾으면 무리가 살고, 그가 찾지 못하면 무리는 전멸한다.

하지만 정찰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실패한다. 그리고 먹잇감 물색에 실패하게 되면 우두머리는 기가 죽어서 무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늑대 무리는 따뜻한 울음으로 실패한 리더를 격려해 준다. 그러나 정찰에 계속 실패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두머리를 쫓아내려는 반란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분열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늑대 무리에게 분열은 배고픔이나 추위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다. 늑대가 무리를 지어 사는 이유는 힘을 모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순록 같은 먹잇감은 늑대보다 훨씬 크고 빠르다. 힘을 모으지 않으면 사냥에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늑대 무리가 사분오열된다면 우두머리 한 마리 죽어서 끝날 일이 아니다. 다 같이 죽게 된다. 곧 분열은 공멸이다.

공멸의 위기 앞에서 우두머리는 길고긴 서러운 울음을 울기 시작한다. 그러면 우두머리를 따르는 늑대부터 이 배고프고 서러운 울음을 같이 운다. 그리고 하나 둘씩 동참하다 우두머리를 몰라내려고 하는 무리까지 울음에 참여하면, 서러운 이 울음은 툰드라의 한 겨울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합창이 울려 퍼지고 나면 늑대 무리는 다시 하나가 된다. 갈등은 사라지고 분열은 없어진다. 다시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뭉쳐서 새롭게 시작한다. 다시 사냥에 나설 용기를 얻고 단결력을 되찾는 것이다. 함께 우는 것이 그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준다.

이것이 바로 늑대들의 합창이다.

고난의 상황에서 함께 울고 슬픔을 나누는 것이 팀을 하나로 만드는 계기가 된다. 고통의 눈물, 후회의 눈물, 상심의 눈물, 아픔의 눈물을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치유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울음은 늑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이런 울음은 필요하다. 특별히 코로나로 모든 것이 쉽지 않고 마음에는 겨울이 오고 있는 이때에 꼭 필요한 것이다.

우두머리 늑대처럼 홀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계십니까?

공동체의 분열과 갈등으로 밤잠을 설치십니까?

2-3일을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까?

이럴 때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간절한 울음의 기도를 드리자. 우리가 한 마음으로 찬양하고 함께 울 수만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될 것이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고난의 시간을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이 주시는 기쁨이 넘치기를 축원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편 126:5) 

궁인 목사(휴스턴 새누리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