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국의 소설 '순교자(The Martyred)'는 한인 작가 작품 중에 최초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상정되었던 작품입니다. 작가 김은국은 서울대 재학중에 625가 발발하여 입대하였습니다. 그는 625전쟁중에 정훈국 통역장교로 근무했습니다. 통역을 도와주었던 미군들의 주선으로 미국에 건너와 공부를 하고 미국 대학들에서 강사, 교수로 활동했습니다. 김은국은 Richard Kim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이 소설을 영어로 출판했습니다.
'순교자 (The Martyred)'는 1964년에 조지 브래질러 (George Braziller)사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이 소설로 김은국(Richard Kim)은 미국문단에서 이름을 떨쳤습니다. 소설 순교자(The Martyred)는 당시 미국 소설 분야에서 20주 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출판된지 1년 후인 1965년엔 미국에서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던 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후보에 지명됐고 이후 약 20개국의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김은국은 함흥에서 독립운동가였던 김찬도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월남하여 광주에서 성장합니다. 월남후 목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가에 진학합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재학중에 한국전이 발발하여 입대하여 군인의 신분으로 한국전쟁을 체험했습니다.
아마도 그의 체험이 작품의 스토리가 된 듯합니다. 김은국의 소설 '순교자(The Martyred)'는 당시 전쟁문학으로 상당한 인정을 받았습니다. 1969년에는 스웨덴 한림원에 의해 정식으로 노벨상 수상후보에 오르며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김은국은 1968년에 5.16군사혁명을 소재로 "심판자(Innocent)"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소설"순교자"는 6·25 한국전쟁 당시 실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 즉 faction입니다. 물론 소설이니 작가의 상상력도 가미됐습니다. 이야기는 국군의 평양탈환에서 시작됩니다. 대학의 역사학 강사였다가 입대한 육군본부 정보처 이 대위는 625직전 평양에서 일어난 목사 집단처형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육군 본부 정보처 장대령은 12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로 선전하려고 큰 추도예배를 계획하며 순교자 12명의 자료를 더 수집할 것을 이 대위에게 명령했습니다. 정보처 장대령은 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선전하려했습니다. 12명의 순교자 이야기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그는 12명의 순교자들을 미화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장대령은 그들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수집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장대령의 지시로 자료를 조사하던 정보장교'이 대위'는 목사 처형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아 갑니다. 12명의 목사 처형사건의 생존자 '신 목사'를 만납니다. 애초에 14명이 체포되어 12명의 목사는 처형되는데 신(申)목사와 한(韓)목사가 생존자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한목사는 심문과정에서 정신 이상자가 되어 살아남았고 신목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생존자가 됩니다. 이 대위가 신 목사에게 자세한 사항을 캐묻지만 신목사는 끝내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한편 평양 교인들은 살아남은 신 목사가 빨갱이들의 스파이이고 다른 목사들을 팔아 넘겼다고 생각하며 처형된 12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라 추앙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습니다. 후에 14명의 목사들을 고문하고 취조했던 인민군 최(崔)소좌가 국군의 포로가 되어 밝힌 진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우선 순교자라고 굳게 믿었던 총살당한 목사 12명은 순교자가 아니었습니다. 총살당한 12명은 끝까지 기도를 하며 성스럽게 죽었을 거라는 교인들의 생각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그들은 비굴하게 살려달라고 애걸하다 '개'같이 죽었습니다. 반면 신 목사는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을 모독하는 인민군 간부를 훈계하는 등 성직자로서의 기개와 체신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그의 당당함과 성직자다운 기개를 높이 산 인민군 간부가 신목사를 살려 주었던 것입니다.
소설 '순교자'는 거듭되는 반전을 통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발표 당시 극찬을 받았던 것처럼 전쟁이라는 위기에 드러나는 이념, 진실, 신앙, 그리고 구원을 심도 있게 다룬 수준 높은 작품입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실천되는 신앙의 의미와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진실 왜곡의 가능성의 편만함을 보여줍니다.
소설 순교자의 핵심 메시지는 진실 왜곡 가능성입니다. 배신자로 낙인 찍혔던 신목사가 참된 순교자였고, 순교자로 추앙받던 12명의 목사들이 배신자들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도 이런 왜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 인정하는 사역자와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사역자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는 늘 질문을 품습니다. 이 지점에도 질문들이 있습니다. 누가 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일까요? 누가 참된 신앙인일까요? 누가 참된 애국자일까요? 누가 정말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일까요? 이런 질문은 하나님과 역사만이 대답할 수 있습니다. 섣부른 판단과 평가는 위험합니다. 어리석고 우둔한 판단과 평가를 멈추고 겸손한 마음으로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의 평가를 의식하는 나날을 보내기를 기도합니다.
강태광 (목사, 남가주 6.25전쟁 70주년 상기예배 진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