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목회와 신학> 2월호에서 '교회 안의 정치적 이견,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칼럼을 게재했다.
김덕수 교수(백석대)는 이러한 제목의 칼럼에서 "교회 안의 정치적 이견과 기독교인들의 정치적 신념 차이는 매우 다루기 힘든 과제로, 이 문제에 있어서는 성경을 잘 아는 목회자와 신학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같은 성경을 대하면서, 신학자들도 정치적으로는 서로 다르게 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우리의 정치적 신념은 자신의 입장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 신뢰성에 관계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입장과 다르면 어떤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어도 거부하게 만든다"며 "기독교인도 이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기독교인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면 더욱 완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종교보다 더 강력하고 무서운 것이 정치적 신념일 수 있다"며 "그 신념으로 인해 같은 기독교인들끼리도 전쟁을 하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덕수 교수는 "같은 신학 사조를 갖고 있거나 같은 개혁파 진영에 속해 있어도 시국에 대해 갖는 관점은 다를 수 있고, 이는 성경을 잘 아는 목회자와 신학자들도 마찬가지"라며 "하물며 성도들은 어떻겠는가? 교회에서 성도들이 정치적 이견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목회자로서 교회 안의 정치적 이견으로 생긴 갈등을 해결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우리 안에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갈등이 발생하면 목회자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요청받는데, 정치적 이견 상황에서 피해야 할 것은 양쪽 중 어느 한 편을 옹호하거나,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려 하는 등 재판장 행세를 하려는 시도"라며 "이는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더 큰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미성숙한 사람들은 누군가 정치적 이견을 표현하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쉽다"고 했다.
특히 "'예수 믿는다면서 어떻게 저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지?' 라고 쉽게 내뱉은 나의 말이 정치적 이견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나만 옳고 의로운 사람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거나, 감정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상대를 적으로 돌릴 뿐 아니라 쉽게 악마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목회자는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목회자들은 '내 설교를 듣고 죄인들이 회개하고 변화됐듯, 내가 말하면 정치적 이견을 가진 사람들도 금방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러나 목회를 오래 했거나 종종 정치적 관점을 설교 중 표현해 본 목회자라면 익히 알겠지만, 교인들의 정치적 이견은 설교 중 우리가 잠시 하는 몇 마디 말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학적으로 우리가 어느 진영에 있는가와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이견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게도 목회자들마저 신학보다는 각자 걸어온 오랜 인생의 과정에서 형성된 가치관과 세계관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고, 각자의 기질과 성향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며 "목회자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다른 메시지를 전할 때, 청중은 비정치적 정보로 자극을 받았을 때에 비해 자기 방호 기재를 강하게 작동시키며 거부한다. 이는 정치적 신념을 바꾸는 것이 자신의 신앙을 바꾸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김덕수 교수는 "나이가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적으로 보수화되는 특성을 보이므로, 목회자라도 의도적으로 마음을 열고 약자에게 공감하려 하지 않을 경우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점차 기득권 중심으로 보수화 성향을 띠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교회 안의 정치적 이견이 생겼을 때 진보적인 것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에 편향될 것이 자명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럴 경우 목회자도 이견에 따른 갈등 조정에서 객관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깨어진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목회는 힘들어진다"며 "따라서 의도적으로 넓은 마음, 열려 있는 마음으로 개혁과 혁신을 수용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목회자는 설교 중 좌편향·우편향 성도들 가운데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거나, 목회자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따르도록 강요해선 안 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힘이 있는 쪽의 눈치를 보며 끌려가서도 안 된다"며 "설교자가 주어진 권세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강력하게 제시하거나, 교회의 힘 있는 자들 편에 서서 동조하는 것은 갈등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그런 설교는 의도치 않은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목회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성도들이 성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최종 결정을 대신 내려주어서도 안 된다"며 "각자가 책임 있게 결정하도록 목회자는 성경 말씀으로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목회자는 인품과 영성에 있어 항상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다음을 평상시에 분명히 해야 한다"며 "첫째로 성경에 대한 높은 관점 즉 성경의 권위가 인간의 어떤 사상·신념·세계관보다 우위에 있음을 계속 강조하고, 둘째로 성경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총체적으로 심어주는 설교를 해야 하며, 셋째로 우리가 부딪친 상황을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관점으로 판단해 스스로 자신의 신념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덕수 교수는 "성도들은 하나님 말씀을 가르칠 때만 듣고 변할 수 있다. 목회자의 정치적 주장에 성도들이 무조건 '아멘'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문제는 성경 말씀을 귀납적으로 연구해 성경의 원래 가르침을 보여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목회자는 자신의 성경 이해와 세계관을 '성경을 빙자해' 주장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항상 기도하고 바른 석의 훈련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정리했다.